53년 체제의 재인식

이제는 상식이 되었지만, 이른바 분단 체제가 ‘적대적 공존’을 작동 원리로 하며 그 속에서 두 사회 기득권층의 자기 이익 추구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요즘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날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이 사실 눈물겨울 정도로 처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색깔을 붉은 색으로 바꾼 것에서 시작해서 기초연금을 포함한 다양한 복지 공약을 내걸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뼈대와 품위가 있는 지도자라는 걸 보이기 위해 머리 모양과 옷차림을 연출했다. 그래서 이른바 보수층은 박근혜 후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원칙과 소신이라는 말에 안도했고, 비록 문재인 후보의 패배로 멘붕을 겪긴 했지만 반대파도 박근혜 후보가 복지라는 시대의 흐름을 쉽게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위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명박 시대에 겪은 ‘민주주의의 퇴행’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남북 정상 간의 ‘대화록 파문’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그런 안도나 위안이 사실은 자기기만이라는 것을 드러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기득권층의 정치계급은 이른바 흔들리는 분단 체제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집요하게 이 체제의 작동 방식에 기대고 있다.

– 이후 생략된 전체 글은 PDF파일을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

7호_책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