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머리에

기억하는 것과 가만히 있지 않는 것!

세월호가 가라앉은 4월 16일부터 일주일 정도는 시간이 멈춘 줄 알았다. 그건 사건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마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시간을 흐르지 않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 땅엔 좌절과 분노만 가득해졌다. 그러면서 한 달이 넘는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다. 이렇게 시간이 느리게, 빠르게 흐르는 것은 말 그대로 ‘별이 없는 상태disaster’이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우리 마음은 희망과 절망 사이를, 그리고 거짓과 진리 사이를 숨 가쁘게 왕복운동 한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면서 우선 희생자 가족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 것이다. 적당한 망각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참사의 기억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모르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건 터무니없이 죽은 사람들에게 제자리를 찾아 주는 것에서 시작해서, 이 시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자리를 찾아 주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때 제자리란 모든 사람들이 포괄적인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력은 차치하더라도,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이 시대의 작동 방식 자체가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가만히 있으라”라는 구호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분명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것처럼 새로운 시작을 끌어내는 행동이다.

 

기억하고 행동하기 위한 출발로 세월호 참사에 관한 세 편의 글을 이번 호에 싣는다. 김성일의 글은 세월호 침몰 이후 짧은 기간의 사태 보고로서, 기억하기 위한 재료이다. 안효상의 글은 기왕에 나와 있는 패러다임 혹은 개념을 가지고 세월호 참사를 이해해 보려는 시도이며, 분석하기 위한 초보적인 도구라 할 수 있다. 금민의 글은 행동의 방향을 위한 시론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신자유주의의 위기와 생태적 위기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것이 새로운 좌파의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참사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참사 속에서 도리어 그 과제는 더욱 도드라진다. 과연 안전하게 살아간다는 소박한 바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기억하는 일이 왜 필요한가를 독일 통일이라는 사건만큼 우리에게 강하게 증언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가 우파의 정략적 소재가 되거나 민족해방파의 맹목적 전유물인 현실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을 살피는 일은 좌파에게 또 다른 참사로 닥칠 수 있는 사태를 예방하고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이 된다. 한반도 분단의 역사적 특수성, 즉 분단의 장기 지속과 만성적 남북 갈등 및 한반도 ‘비평화peacelessness’의 역동성을 전제하거나 고려한 관점에서 독일 통일의 과정과 결과를 살피는 이동기의 글은 이런 과제를 환기한다.

오늘날 좌파는 일상과 문화 속에서도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운동권의 대표적인 노래패인 꽃다지의 대표인 민정연의 글은 ‘일상의 모든 것과 싸우기’ 위한 노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증언한다. 하지만 ‘사랑과 혁명의 노래’는 우리 모두가 불러야 하기에 그런 시도는 지속될 것이다.

 

이번 호가 발간될 즈음에 우리는 고 권문석 동지의 1주기를 맞이한다. 일 년 동안 시간이 빠르게도 느리게도 흘렀지만 우리의 삶은 이어졌고, 그는 어떤 별이 되었다. 그건 그가 앞장섰던 기본소득운동과 알바노조 활동이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지속되었기 때문이며, 그렇게 된 것은 거꾸로 그가 빛나는 별이었기 때문이다. 고마운 일이다.

편집위원회를 대신해서
안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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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14호(2014년 7월호) <책 머리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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