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을 통한 혁신을!

/ 안효상 편집위원

눈앞에 보이는 사태가 아무리 우스꽝스럽고, 한 마디로 상식 밖의 일일지라도 우리는 거기에서 진실에 이르는 길을 발견해야만 한다. 사실 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가 접하거나 당한 일은 꽤나 그로테스크한 것이었다. 알아서 흐르고 알아서 정화하는 강물에 시멘트를 퍼붓는 일이 강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이루어지고,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 어떤 위험이 있는지도 모르는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손배소로 무력화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차벽으로 가로막고, 노후한 핵발전소를 살리기 위해 괴물 같은 송전탑을 올리고, 무엇을 겨냥하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남쪽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일 등등. 이렇게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터무니없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한쪽에서는 후퇴라 소리치면서 회복을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사태이며 새로운 분석과 새로운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개별 사태를 가까이서 보면 전자가 피부에 와 닿는 말이며, 조금 거리를 두고 살펴보면 후자가 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어느 쪽도 인식의 번개를 대지에 내려치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땀과 피를 흘리며 끊임없이 싸웠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를 땅에 묻고, 또 누군가는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만약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시적인 ‘분석’이 잘못되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건 아마도 정세에 맞는 ‘개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며, 또한 개입에 의해 정세를 ‘조성’하지도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제인 오스틴 소설의 주인공처럼 너무 많은 것을 시간에 맡겨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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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_책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