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쎄

사유란 무엇인가?

 / 박기순 편집위원, 충북대 철학과 교수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데카르트’는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가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이 언급이 나오게 된 배경, 이 말이 함축하고 있는 철학적 의미는 다소 복잡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로 표현되는 인간이 그 무엇도 아니고 바로 ‘생각함’이라는 사태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몸이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도 아니고,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도 아니다. 인간인 나는 생각하는 한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논리에 따르면 인간이 인간인 것은 생각하는 한에서일 것이다. 그러니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다면, 적어도 그런 한에서 그는 인간이 아니다. 그는 다른 동물과 다름없거나 그 이하일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이 이렇게 생각이라는 활동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 맞다면, 더군다나 그 생각한다는 사실이 우리 인간을 좀 더 고귀한 어떤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종종 주위 사람들로부터 ‘아무렇게 살지 말고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하면서 살라’라는 핀잔과 요구를 듣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생각함’ 혹은 ‘사유함’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한다면, 어쩌면 제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바로 이 ‘생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물론 생각이 무엇인지 따져 보고 생각해 보지 않는다고 우리가 생각을 멈추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 인간이 이 생각함이라는 것에 의해 고유하게 규정될 수 있다면, 사유 자체에 대한 성찰은 우리 인간 자신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들어 내고 있는 다양한 삶의 형태에 대한 이해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모든 탐구와 앎이 그러하듯이, 사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그 앎을 통해서 우리는 좀 더 잘 생각하고 좀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모르고 하는 것보다는 알고 하는 것이 더 잘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모든 사람은 생각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비록 그것을 논리가 정연하게 혹은 체계적으로 학문적 용어를 사용해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생각에 대한 특정한 생각을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뒤에서 보겠지만, 이 자생적 믿음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지배적인 학문적, 정치적 실천을 구조화하고 이끌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사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비판적 기능을 갖는다. 즉 그것은 우리 사회의 현재가 무엇에 근거해서 구성되었는지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며, 이와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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