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평

위기에 빠진 한국의 좌파

/ 윤철기 몬트리올퀘벡 주립대학UQÀM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2010년대는 한국의 좌파정치에게 기대와 좌절을 동시에 안겨 주고 있다. 시선을 멀리 돌리자면 2008년 시작된 전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맞이한 이 시기, ‘아랍의 봄’에 뒤이어 유럽과 북미에서 시작된 ‘분노하라’, ‘점령하라’ 운동은 세계 각지로 번져 나갔으며 신자유주의 금융 체제의 종식이 임박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최근 그리스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ΣYΡΙΖΑ가 집권한 사건과 연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스페인에서 좌파정당인 포데모스Podemos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기대에 더욱 힘을 실어 주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던 한국에서,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는 정치 판도 변화에 일정 정도 기대를 걸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었던 이명박정부가 초기 촛불 정국을 거치며 신뢰를 잃은 이래,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크게 밀렸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지난 선거에 비해 더욱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2011년부터 2012년 초까지 이명박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적어도 새누리당은 이어질 선거를 계기로 크게 밀려날 것이라는 기대가 만연했다. 그리고 이렇게 중도우파가 헤게모니를 쥔 정치판에서 중장기적으로 좌파정치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품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총선과 대선 결과는 이러한 기대와 어긋났고, 그 와중에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사태와 결국 통합진보당 해산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소위 ‘진보정당 세력’으로 한데 묶여 불리던 정치세력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었다.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기관들의 불법선거 개입, 세월호 침몰, 또 가깝게는 고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이르기까지 여당으로서는 최악의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2014년 지방선거와 2015년 재보궐선거에서 제1당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최근에 하락하기는 했으나 정당 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한결같이 튼실하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적어도 선거 결과 안에서 좌파는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 위기의 시기, 정작 위기에 빠진 것은 우파가 아닌 좌파라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보수의 결집 및 언론 장악,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갈등과 혁신 실패, 진보정당의 분열이라는 진단이 소위 ‘범야권’의 주요 언로들을 통해 반복해서 들려온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커다란 질문에 대해 체계적인 답변을 이 글에 담기는 힘들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수년째 한국 정치로부터 멀어져 있는 상황에서 세밀한 분석을 제시할 자료도, 안목도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먼 곳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의 우경화 현실로부터 좌파가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시사점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 민주노동당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장 3명, 광역의원 24명, 기초의원 115명. 진보신당의 경우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2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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