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단

사회운동정당과 대중정당

/ 금민 편집위원장

 

사회운동 고조기에는 사회운동정당social movement party과 대중정당mass party은 대립적 개념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폭 넓고 강력한 사회운동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사회운동정당은 이미 대중정당이다. 곧사회운동정당은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사회운동만이 아니라 사회운동 외곽의 폭 넓은 대중을 조직하고 있고, 선거를 통해 이와 같은 폭넓은 지지층의 의사를 결집하고 표현한다. 반면에 사회운동 퇴조기나 위기, 해체의 시기에 사회운동정당과 대중정당은 마치 대립적인 정당 형태인 것처럼 이해되기도 한다. 그와 같은 대립적인 이해 방식의 중심에는 선거에 대한 관점이 놓여 있다. 사회운동정당은 선거 이외의 활동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반면에 대중정당 활동에서 선거는 중심에 놓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운동정당이 선거와 무관한 정당, 나아가 일체의 선거에 불참하는 정당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 이와 같은 비교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의 영향력의 차이를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와 같은 영향력 차이는 사회운동 퇴조기라는 사실에 원인을 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사회운동 퇴조기에 사회운동정당이 가장 강력하게 선거에 대응하려면 사회운동 강화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된다. 마찬가지로, 원내정당화와 원내 활동도 사회운동의 확장과 강화를 위한 것이다. 사회운동의 확장과 강화만이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고 집권하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떠한 대중정당도 사회운동정당 시기를 거치지 않고서 단번에 또는 몇 번의 선거를 통해 대중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모든 대중정당은 사회운동정당 시기의 핵심 지지층을 중심에 두고 주변을 확대하는 포괄정당catch all party의 꼴을 나타낸다. 이 글에서는 대중정당과 사회운동정당의 개념과 역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한국 정당체제와 사회운동정당의 필요성에 대하여 논하겠다.

1. 대중정당과 대중민주주의, 신자유주의적 해체

대중정당은 대의제적 대중민주주의의 기반이다. 그런데 사실 대의제는 교양과 학식, 재산을 갖춘 상층에 친화적이다. 대의제가 대중 민주주의와 결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중정당의 출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이 과정은 19세기 백 년간의 보통선거권 투쟁과 연관된다. 투표권 확대는 대중정당을 낳았고, 대중정당은 투표권의 더 많은 확대를 요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역동적 과정에서 대중정당은 보통선거권 운동의 가장 중요한 주체였다. 따라서 보통선거권이 도입되자 정당이 새로운 제도에 반응했고 그 결과로 과거의 명사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변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보통선거권 운동이라는 역동적 과정을 생략한 평가가 된다. 보통선거권은 차티스트운동과 같은 선각자 운동에 의하여 선사된 것이 아니라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회민주당과 같은 대중정당의 운동에 의하여 쟁취된 것이다.

보통선거권 쟁취나 대중정당 대두와 관련하여 더 주목하여야 할 점은 이 과정의 사회적 성격이다. 그것은 제한선거권 시대에는 정치에서 배제되었던 하층 대중, 주로 노동자 대중이 제도정치의 틀 안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정당은 노동자 대중과 기층 대중을 본격적으로 동원하는 정치적 경로였다. 기층에 대한 동원력과 밀착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득표력도 강화되었다. 당연히 이와 같은 동원력에서 노동자정당, 좌파정당들이 우위를 보였고, 이에 따라 우파정당들도 과거 방식의 명사정당을 탈피하여 하층과의 밀착을 꾀하는 대중정당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렇게 “왼쪽으로부터의 전염contagion from the left”을 거쳐 대의제 민주주의는 비로소 대중민주주의가 되었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중정당과 이들이 동원한 가난한 보통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샤츠슈나이더E. E. Schatzschneider의 말은 이 시기에 관한 매우 타당한 설명이다. 현대의 대중민주주의는 사실상 정당민주주의이며, 정당이 없다면 대중은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정당들은 사회의 미래를 둘러싸고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며 경쟁한다. 대중은 선거에서 정당을 지지함으로써 정치적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정당이 경쟁적으로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대중을 정치에 동원하고 대중은 정당에 대한 지지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이와 같은 방식은 정당대의제라 말할 수 있다. 정당들이 대중을 대의하는 정당대의제는 정당정부party government가 되기 위한 정당 간 경쟁체제다. 정부는 대중에 의해 선택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대중은 정당을 선택할 뿐이며 정당이 정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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