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소리

“샤랄라 원피스도 못 입고 한 맺혔는데……그래도 우리가 옳았으니까.”

–  7년 재판 패소한 김승하 KTX 승무지부장 이야기

/ 오준호 작가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땅땅땅. 재판장은 마른 나무 비비듯 물기 없는 소리로 선고를 내렸다. 2015년 11월 27일 오후 2시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KTX 여승무원 34명이 한국철도공사의 직원임을 인정하라는‘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승무원들의 최종 패소로 마무리됐다.

그날 여러 다른 민사 판결이 잇달아 내려지는 터라 법정에는 온갖 이해관계자들이 그득했다. 7년의 재판에 걸었던 기대가 단 한 줄의 ‘주문’으로 무너졌지만, 법정에는 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다. 김승하 승무지부장과 조합원 김민정, 정미정, 최정현, 남소영은 말없이 법정을 빠져나왔다.

기자들이 다가왔다. 김승하 승무지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다른 조합원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울지 말자고 했지만, 다문 입 사이로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흘러나왔다. 기자들은 놓칠 새라 그 장면을 찍었다.

2010년 1심 재판부와 2011년 2심 재판부는 한국철도공사(2005년 1월 1일 전에는 철도청, 현재 영문 이름 약칭은 코레일)가 KTX 여승무원의 실질적인 고용주이며 홍익회(이후 철도유통으로 전환)는 형식적인 고용주로서 직접고용관계를 감추기 위한 위장도급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홍익회-철도유통은 실제로는 철도공사가 앞세운 유령회사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홍익회나 철도유통이 …… 실질적으로는 업무 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 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한국철도공사) 측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하였을 뿐, 피고 측이 KTX 여승무원인 원고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측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서울고등법원 2010나 90816판결)

1심 판결이 내려졌을 때 김승하 지부장은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2심까지 승소한 후에는 ‘곧 복직할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에 부풀었다. 대법원 판결은 대체 이유를 모르지만 여름 장마처럼 질질 끌었다. 그러더니 2015년 2월, 사실 관계가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놓으며 원심을 기각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KTX 승무분야 업무를 ‘안전 부분’과 ‘승객 서비스 부분’으로 나누어 설계했고, 이에 따라 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이 KTX 차량 전체를 순회하며 안전 감시 업무를 수행했다면, KTX 여승무원은 자기의 담당 구간을 순회하면서 승객 응대 등 업무를 독자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철도공사 직원과 KTX 여승무원은 한 기차에 있지만 완전히 구분되는 일을 하므로, 여승무원 외주 회사에 위탁하더라도 위장 도급이 아니란 얘기다. 대법원은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화재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KTX 여승무원도 열차팀장의 지시를 받아 화재 진압 및 승객 대피 등의 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있지만, 이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응당 필요한 조치에 불과하고 KTX 여승무원의 고유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았다.”(2011다78316 판결)

이 말대로라면, “화재 등의 비상사태”가 나기 전까지는 단지 KTX라는 한 공간을 공유할 뿐 서로 소속이 다르고 협력할 일도 없는 직원들이 비상사태가 나면 능숙한 팀워크를 발휘해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질 거라는 얘기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시속 3백 킬로미터로 달리는 고속철도에서 작은 사고는 얼마든 대참사로 비화할 수 있다. 이를 “이례적 상황에서는 응당 필요한 조치”라고 넘어가는 것이 성실한 판단인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훈련, 토의, 예방적 조치들이 부단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평소 완전히 분리되어 근무하는 직원들이 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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