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

중국 ‘사회주의’의 성격 규명: 개혁 이전과 이 후의 중국 경제의 체제적 성격 (1)

/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들어가는 말

이 글은 중국공산당이 1949년 전국적 범위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이후 현대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친 중국 경제의 전개 과정을 다룬다. 현대 중국 경제에 대한 통념적인 평가는 이런 것이다. ‘중국은 제1차 5개년계획(1953~57)을 통해서 계획경제에 입각한 사회주의체제를 수립하였으나, 계획경제에 고유한 비효율성으로 말미암아 저발전의 늪에 빠져들었고, 1978년 개혁/개방을 계기로 비로소 시장 기제를 받아들여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이 글은 위와 같은 해석에 이의를 제기한다. 중국이 현재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개혁 이전 시기가 체제의 결함에 의한 상실의 시대가 아니었으며 개혁 이후 중국의 경제적 성공이 단순히 시장 기제의 도입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글의 구체적 분석은 중국 경제에 한정되어 있으나, 이 논의는 소련, 동유럽, 북한 등 현실사회주의(현실에서 등장하여 사회주의를 표방한 체제)의 체제적 성격과 세계 질서에서의 그 위치를 규명하는 데 일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제1장 도입: 현실사회주의와 이행기 경제의 체제적 성격

중국의 경제개혁에 대한 최근 연구 대다수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이행’이라는 이론적 도식을 전제로 삼고 있다. 이 도식은 냉전 체제 붕괴 이후의 소련 및 동유럽의 경제체제 전환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여기서는 이 연구 경향을 ‘계획/시장의 이분법적 패러다임’ 또는 줄여서 ‘계획/시장 패러다임’이라 칭하겠다.

계획/시장 패러다임은 ‘현실사회주의는 계획경제,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라는 잘못된 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실사회주의에서 중앙 계획 당국의 계획은 일반적 통념과 달리 유일한 조정 양식이 아니었으며 그 역할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현실사회주의가 가장 독재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었던 스탈린 시대 소련에도 시장은 소멸하지 않고 체제의 작동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적지 않은 정치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동의어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해 왔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로 분류되는 국민경제에서도 경제활동의 계획화는 나라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자본주의에서 시장과 국가(행정조직)는 상호 대체적인 자원 배분의 방식이다.

따라서 현실사회주의 이후 이행기 경제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지배적인 분석틀인 ‘계획에서 시장으로의 이행’이라는 이론적 도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제1장 제1절에서는 자본주의와 현실사회주의에는 시장, 조직, 네트워크 등 다양한 조정 양식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전제로 현실사회주의 역시 자본주의의 근본 특징을 그대로 지닌 자본주의의 한 유형이라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제2절에서는 중국의 경제개혁 이후의 체제 전환을 자본주의의 유형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이처럼 두 체제를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류라고 한다면, 이행기에 대한 주류 경제학의 결론인 ‘사회주의는 계획경제로 인해 시장의 기본 원리들이 전혀 작동하지 못해 실패했고 자본주의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시장의 기본 원리들이 경제체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했다’라는 주장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달리 말해, 현실사회주의의 형성, 발전, 붕괴의 과정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연구가 필요하다.

사실상 현실사회주의는 다른 사회경제적 실체와 마찬가지로, 탄생과 발전 그리고 위기를 경험했던 하나의 역사적 실체다. 현실사회주의와 서방 자본주의 사이의 유사성이 제기하는 함의는 자본주의에 고유한 시장이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동학을 기본 원리로 제공했고 그것은 결코 사회주의 계획경제 아래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는 현실사회주의의 동학, 위기, 붕괴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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