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 쎄

‘선한 의지’의 결코 선하지 않은 의지

/ 박기순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1. 안희정의‘ 고결한’ 철학

최근 대권 도전자인 안희정 충남 도지사는 ‘선한 의지’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근혜도 국가를 위한다는 선한 뜻을 가지고 한 일일 텐데 그 방법이 옳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발언의 요지다. 당연히 많은 사람은 안희정의 이 말에 격하게 반응하며 그를 비판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사람들의 반응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것은 논란이 불거진 후 있었던 JTBC 손석희 앵커와의 대담을 보면 드러난다. 그는 이 대담에서 ‘선한 의지’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이 사람들을 대하고 판단하는 ‘철학’을 표명한 것임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 ‘고결한’ 철학이 이해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표한다. 더 나아가,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으로부터 자신이 얼마나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내다보고 있는지를 과시하기 위해 그는 자신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통섭consilience’을 거론하며 21세기는 비판적 사유의 시대가 아니라 통합적 사유의 시대임을 주장한다.

‘통섭’은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 Wilson이 주창한 개념이다. ‘이질적인 것들을 한데 묶어 서로 소통시킴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이며,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의 상이한 학문들을 통합하는 새로운 학문 방법론을 가리킨다. 국내에서는 윌슨의 제자였던 최재천 교수가 통섭 이론을 옹호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다. 최근 교육부나 연구 재단에서 지원하고 활성화시키고 있는 “융복합 연구”는 이 통섭 이론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통섭이나 융복합 연구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이 있어 왔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의미의 학제 간 소통이나 융합은 무조건 뒤섞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에서의 심화된 연구와 비판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어쨌든 “대연정大聯政”을 제안하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이 단어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떠한 맥락에서 등장했고 또한 어떠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 분석’도 없이 덥석 끌어안았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천박한’ 정치적 ‘욕망’을 보다 고귀한 것으로 포장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서 안희정의 그 고귀한 철학을 따져 보려고 한다. 그가 희망한 대로 그의 철학은 고결한 것인지, 아니면 그가 천박하다고 생각한 것, 즉 의심하고 분노하고 비판하고 분석하는 일만큼, 아니 그보다 더 천박한 것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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