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제22호(15년02월호)] 어떤 벽

사진,글 / 양희석

인간이란 존재가 언제부터 벽을 만들었는지. 짐작만 할 뿐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벽이 왜 만들어졌는지는 안다.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서다.
현대사회에서 벽은 누군가에겐 권력을, 부를. 혹은 또 어떤 것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이고, 또 누군가에겐 깨뜨리고 넘어서야 할 무엇이다.
벽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고, 다양한 것이 벽이 되어 왔고 벽으로 존재한다.
우리 사회 어떤 벽들의 모습이다.


2009 평택 쌍용자동차

2009년 평택 쌍용자동차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정리해고를 기점으로 어느 날 적이 되었다. 정리해고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하는 동료들이 만든 바리케이드 벽을 부술 이들로 선발되었고, 바리케이드를 지켜야 할 이들은 동료였던 그들에게 금방 사라져 없어질 소화액을 뿌린다.


2008년 서울 가리봉

2008년 서울 가리봉

벽이 된 이들이 어디선가 구해 온 종이로 얼굴을 가린다. 일당을 받고 벽으로 내몰린 이들이다. 어쩌면 이들은 이 벽이 된 것이 자랑스러울지도 모른다. 또 어떠면 수치스러울지도. 하지만 이들이 만든 벽은 벽을 만들라고 지시한 이들에게는 저렴하고도 든든한 벽이다.


2011년 서울 포이동

2011년 서울 포이동

화재가 남긴 잿더미 주변에 철조망을 쳐 벽을 만든다. 재밖에 남지 않은 공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힘 있는 이들에겐 너무나 미약한 벽임을 이들은 안다. 그래도 이들은 자신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날카로워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벽을 만든다.


2011년 여의도

2011년 여의도

99%와 1%를 나누는 벽은 없다. 아니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쩜 그래서 가장 강력한 벽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