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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라는 문화·예술정책

– 영화를 중심으로

 

임순례

 

소개

임순례
영화감독. 파리제8대학에서 영화학을 공부하고 와서《와이키키 브라더스》《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남쪽으로 튀어》《제보자》등 10여 편의 상업영화와 단편영화로 널리 알려졌으며 청룡영화상 등 10여 차례 상을 받았다. 동물 보호 단체 ‘카라’의 대표이기도 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장관 인선 과정에서 다소의 잡음이 들려오기도 하지만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치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높다. 사실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는’ 예술정책이 가장 바람직한 기조이지만,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이 기조를 자신들 정권의 편의에 맞춰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화 분야에서 영화인들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첫 번째 분야는 대기업의 투자-배급-상영의 수직 계열화 문제다. CJ, 롯데, 쇼박스, 메가박스, NEW 등 몇몇 대기업 계열사가 한국영화의 전체 공정을 장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폐해가 너무나 크고 이 중에서도 특히 스크린 독과점 부분은 가장 심각한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스크린 독과점 방지

며칠 전인 6월 21일 개봉한 《트랜스포머 5 ― 최후의 기사》의 경우, 한국 스크린 전체인 2,575개 중에 무려 1,739개를 차지해 거의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였다. 30%에 불과한 나머지 스크린을 놓고 할리우드의 또 다른 블록버스터들과 국내의 대형 상업영화가 치열하게 다투는 구도에서는 다양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관객의 권리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중소형 규모의 상업영화가 합리적 숫자의 스크린 수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현실이고, 극장을 겨우 잡았다 하더라도 관객이 많지 않으면 개봉한 지 며칠 만에 바로 ‘퐁당퐁당 상영’이나 조조/심야편성으로 내쳐진다. 최소 상영 일수 보장 같은 절실한 구호는 그저 헛된 메아리일 뿐이다.

스크린 독과점은 관객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의 건강한 지형도 훼손한다. 투자자는 흥행이 불확실한 중급 규모의 영화보다는 리스크가 크더라도 대형 영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결국 티켓파워가 있는 몇몇 톱스타와 연출가 외에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로 치닫고 있다. 나는 1,000만 영화 한 편보다 200만 명 정도의 영화 다섯 편 흥행이 더 건강한 지형이라고 생각하지만, 200만 관객을 지향하는 영화의 기획은 투자자의 시선을 잡아채지 못한다.

대기업의 영화 산업 수직 계열화를 타파하는 것만으로는 스크린 독과점이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한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몇 퍼센트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스크린 독과점 제한에 관한 정책’이병행되어야만 한다.

프랑스는 12개관 이상의 멀티스크린 극장에서는 한 영화가 두 개관 이상 걸리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12개관 미만의 극장에서도 전체 상영의 3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의 관객들이 본 다양성영화(예술영화/독립영화)는 전체의 20.3%에 달하는 데 비해 한국은 3.8%에 머무르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프랑스의 영화 정책 때문이다.

스크린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한편에서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작년 11월 안철수 의원과 도종환 의원이 대표로 영화 배급과 상영업을 동시에 할 수 없도록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활성화

두 번째 기대하는 정책이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활성화다.

도종환 의원은 위의 법안 발의 시, 예술영화 전용상영관에 대한 지원 사업을 영화발전기금의 용도에 포함시키고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를 연간 상영 일수의 60% 이상 상영하도록 법으로 정하는 안도 담았다.

도종환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취임한 후 첫 번째 대외 행사로 독립영화 전용상영관 ‘인디스페이스’를 방문하여 독립영화인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이어서《재꽃》 관람으로 독립영화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하였으니, 일단 이 부분은 매우 반가운 행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역별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전용상영관 혹은 시네마테크 건립등 관련 인프라를 확대하고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제작과 배급에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 또한 절실하다. 독립-예술영화의 활발한 움직임은 관객의 영상 문화 향유를 위한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영화의 창의성과 새로움을 통해 상업영화 산업 근간에도 건강한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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