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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주도 성장론과 소득 주도 성장론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1. 머리말

새 정부의 경제성장 전략을 뒷받침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 의사를 밝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일자리 창출’ 등은 소득 주도 성장론에 입각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의 소득이 향상되면 수요가 창출되고 이에 따라 기업 활동이 제고되어 성장이 촉진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에 대립되는 성장론은 ‘이윤 주도 성장론’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은 기업 활동의 여건을 개선하면 투자가 활성화됨으로써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보자면, 이윤도 소득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이윤 주도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을 대립시키는 것은 이론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국민소득은 자본소득인 이윤과 노동소득인 임금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이윤 주도 성장’과 대립되는 것은 ‘임금 주도 성장’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영세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에 임금이 아닌 전반적인 서민 소득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소득 주도 성장’이 ‘이윤 주도 성장’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경제가 역동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감세와 규제 완화, 임금안정화와 노동시장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방침은 이윤 주도 성장론에 의해 뒷받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윤 주도 성장론은 신자유주의의 성장 모델로서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하나의 규범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세계적인 불황을 가져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윤 주도 성장론에 대한 대안으로서 임금 주도 성장론이 세계기구(ILO, UNCTAD 등)와 서구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한국에서도 진보적 학자를 중심으로 임금 주도 성장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는데, 현재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은 임금 주도 성장론의 한국판이다.

그런데 이윤 주도 성장론은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이윤 주도 성장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경제 사조가 여전히 경제학계에서 주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정책 입안자들과 여론 주도층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은 이윤 주도 성장론을 뒷받침하는 경제이론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한다.

이윤 주도 성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경제학은 일반적으로 “공급 측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으로 알려져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서구 경제학의 주류였던 수요를 중시하던 케인스주의가 1970년대에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한계를 보임에 따라 등장한 경제학 사조가 공급 측 경제학이다.

공급 측 경제학에 따르면, 경제성장은 공급 측 요인인 기업의 생산과 투자에 대한 장애를 완화해 줄 때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소비자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급 측 경제학은 기업에 대한 감세, 규제 완화, 노동시장유연화, 임금 억제 등을 경제 활성화의 관건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경제에서 공급의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은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하나의 전제를 깔고 있다. 생산된 상품은 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될 수 있다는 전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세Say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공급 측 경제학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세의 법칙에 대한 경제학의 오랜 논쟁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2. 이윤 주도 성장론에 대한 이론적 비판

가) 세의 법칙

고전경제학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서유럽에서 부르주아계급이 절대주의하의 봉건적 질서를 타파하고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던 시기에 등장했던 자유주의적 경제 사조다. 일반적으로 영국의 애덤 스미스(1723~1790)를 고전경제학의 효시로 보는데, 세Jean-Baptiste Say(1767∼1832)는 프랑스 고전경제학파다.

세는 생산에서 유래된 소득이 생산된 상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케인스는 세의 주장을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로 정리하고 “세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세에 따르면, 생산물이 팔리게 되면 비용을 구성하는 노동자 임금과 원자재 비용이 노동자와 판매자에게 주어지고 이윤이 자본가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생산물은 판매를 통해서 가격에 해당하는 만큼의 소득을 창출하고 그 소득은 시장의 구매력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

한 상품이 생산되면 그와 동시에 그 순간부터 전체 가치에 해당하는 정도로 다른 상품들에 대한 시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생산을 마친 생산자는 생산물의 가치가 감소하지 않도록 즉시 팔기를 원한다. 그는 또한 그것을 팔아서 얻은 화폐도 가치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즉시 처리하기를 원한다. 화폐를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 생산물이 창조되는 상황은 즉시 다른 생산물에 대한 활로를 열어 준다. (Say, Jean-Baptiste, A Treatise on Political Economy (sixth American ed.), Philadelphia: Grigg & Elliott, 1834, pp.138~139.)

물론 세가 개별 상품시장에서 공급이 초과하게 되거나 부족하게 되는 것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초과 공급이 발생하지는 않으며 개별 상품시장의 불균형은 가격 변동을 거쳐 즉각적으로 조정된다고 믿었다. 만약 세의 법칙이 성립한다면, 자본주의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완전고용 산출을 위해 충분한 수요가 항상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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