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 개혁에 관한 쟁점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재벌 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재벌이 그동안 일으킨 문제는 경제적 영역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재벌은 시장에서 독과점적 위치를 활용하여 경쟁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막강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통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기도 한다.

재벌의 일탈적 행위가 민주적, 시장적 통제에서 쉽게 벗어나는 근본 이유는 재벌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다. 이 글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의 정도와 그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 본다.

 

1.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를 가늠하는 통상적인 지표는 ‘GDP 대비 재벌 자산 총액의 비율’이다. 2015년 기준으로 30대 재벌의 GDP 대비 자산 총액 비율은 90%를 상회한다. 이 지표는 절대 수준 자체보다 최근 20여년의 추이가 더 중요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 직전에 약87% 수준이었는데,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결과로 2002년에는 52.37%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2년에 94.02%에 이르러서 1997년 수준을 넘어섰고 이후 2015년 현재까지 90%를 상회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상위 4대 재벌(삼성, 현대자동차, LG, SK)과 그로부터 분리된 친족 그룹을 포함한 ‘범4대 재벌’로의 집중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30대 재벌의 자산 총액이 현재 GDP 대비 약 90%인데‘ 범4대 그룹’만 합쳐도 66%가 넘는다. 이제는 30대 재벌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 분석하거나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유의미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제 한국 경제는 30대 가문이 아니라 4대 가문 소속의 재벌들에 의해서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삼성으로의 집중이 더욱 두드러진다. ‘범삼성그룹’의 자산만 해도 GDP의 30%에육박한다.

 

2.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뒷받침하는 제도

재벌 가문은 여러 대기업을 거느리고 이른바 ‘황제 경영’을 하면서 정치사회적으로도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지분은 전체에서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재벌 가문은 실제적인 자신들의 소유권보다도 더 큰 경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유와 경영권의 괴리가 커져서 지배주주와 그렇지 않은 주주 사이에 이해가 상충하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총수 일가가 회사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도, 분산된 일반 주주는 현실적으로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면 재벌 가문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많은 기업을 거느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아직 상당수의 재벌이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순환출자를 해소한 재벌들도 느슨한 현행 지주회사 제도에 힘입어 여전히 많은 기업을 거느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가) 순환출자 허용

우선 순환출자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순환출자는 전통적인 재벌의 지배 구조로서, 현재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등이 이것에 의존하여 재벌 집단을 유지하고 있다.

A 기업이 B 기업에 출자를 하고 다시 B 기업이 C 기업에 출자를 했다고 하자. 이 조건에서 C 기업이 A 기업에 출자하는 것을 허용하면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재벌 집안이 A 기업의 지배주주가 되면 B 기업과 C 기업까지 지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C 기업을 통해서 A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할 수 있다.

순환출자는 소유의 집중 정도보다 더 심한 경제력의 집중을 불러온다. 또한 소유 구조와 경영권 간의 괴리가 발생하여 경영의 투명성과 자기 책임성 원칙이 관철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이뤄진 순환출자는 계속 허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삼성, 현대 자동차, 롯데 등이 순환출자 구조에 힘입어 막강한 경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자 한다면, 아직까지 순환출자를 유지하고 있는 재벌들이 이 구조를 해소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적인 해법 중의 하나다.

이후 생략된 전체 글은 PDF파일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