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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7,530원으로 실업 대란이 일어난다는 호들갑에 대하여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

 

고용이 줄었다구요?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된다고 고용이 줄어든다는 증거는 없다. 직관에 반하는가? 적어도 지금까지의 한국에서는 그랬다.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한 것은 2001년의 16.6%, 그 다음은 2005년의 13.1%다.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한 것은 2010년의 2.8%, 그 다음은 2009년의 4.9%다. 이때의 실업률과 취업률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200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급이라고 말하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보다도 높다. 그런데 전년에 비해 실업이 0.4%p 줄었다. 착각이 아니다. 21세기에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했던 2010년에는 전년에 비해 실업률이 0.1%p늘었고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보인 2009년에는 0.4%p가 상승했다.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 해에는 취업률 역시 높아졌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최저임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청년실업률과 노년실업률의 증감을 비교해 보겠다. 대체적으로 청년기와 노년기에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할 확률이 높으며, 최저임금으로 실업이 우려되는 일자리에 종사할 것이다. 아래의 표에서 청년은 15∼24세이며, 노년은 55∼64세다.

청년과 노년의 실업률 역시 최저임금 인상률과 상관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 최저임금을 16.6%나 인상했는데도 청년실업률과 노년실업률은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 한 해 비교는 여러 요인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으므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5년과 별로 올리지 않은 5년을 비교해 보겠다.

평균 연간 12.2%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2001년에서 2005년 사이에 실업은 늘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았던 시기보다 실업률 감소 폭이 약간 낮지만, 실업이 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심지어 취업률 증가 수치는 최저임금 인상률과 상관없이 비슷하다.

최저임금 외에도 실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이 있으므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실업이 줄어든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이 실업 억제에 기여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 상당수가 실업자가 되어 거리에 나앉게 된다고 공포를 전도하는 이들은 이 객관적 사실에 대해 해명할 의무가 있다.

 

2년 새 최저임금 58% 올린 시애틀, 결과는?

미국 시애틀 시는 머리 시장 주도 하에 2015년부터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시켰다. 5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2015년 시간당 최저임금 9.47달러를 2017년 15달러로 무려 58%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500인 미만 기업은 13달러로 37% 인상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마이클 라이히, 실비아 알레그레토, 안나 고도이 등이 결과를 분석한 논문을 지난 달 발표했다. (이 논문은 http://irle.berkeley.edu/seattles-minimum-wage-experience-2015-16/에서 볼 수 있다). 결론의 핵심 문장을 그대로 옮겨 보자.

The evidence collected here suggests that minimum wages in Seattle up to $13 per hour raised wages for low-paid workers without causing disemployment.

시애틀에서 시간당 13달러로 최저임금이 인상된 것이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실업을 야기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이 보고서는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 후 경제 상황을 검토하면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비슷한 경제 상황에 있는 다른 도시들보다 고용 효과가 더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애틀의 실업률은 2015년 1월 4.2%에서 2017년 1월 3.1%로 1.1%p하락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그것도 무려 37%~58%나 상승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업률이 하락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시애틀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고용 축소 효과가 상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이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대조군으로 시애틀과 경제구조가 비슷한 여러 지역을 설정해서 최저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았을 상황을 추정한 뒤 이 추정치와 실측치를 비교하는 방식을 썼다. 호황이라는 외적 요인을 배제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분석했다는 것이다. 결론은? 시애틀 노동자들의 소득은 대폭 올랐는데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용조차도 줄지 않았다.

이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보고서와 거의 동시에 나온 워싱턴주립대의 보고서가 잠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보고서의 요약문은 http://www.washington.edu/news/2016/04/18/early-analysis-of-seattles-15-wage-law-effect-on-prices-minimal-one-year-after-implementation/에서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저임금 일자리의 임금은 3% 올랐지만 근로시간은 9%가 줄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월평균임금이 125달러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했다는 이 보고서를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국내 언론들이 대거 인용했지만 문제점은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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