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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평등선거권을 보장하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I. 제10차 헌법개정 – 논의 현황과 이 글의 과제

30년 만에 이루어지는 헌법개정이지만 국민적 관심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헌법개정 논의가 국회의 개헌특위라는 제도적 범위로만 가두어지고 전 국민적 토론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된다. 또한 실제로 개헌이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조차 원내정당들의 합의에 달려 있다는 정치적 현실도 헌법개정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에 한몫한다. 물론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발의권은 현행 헌법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이는 법률에 대한 국민발안권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권 등 여타 직접민주주의 제도의 부재와 함께 1987년 헌법의 중요한 결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헌법개정은 국민주권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공화국이라면, 최고 규범인 헌법을 제정하고 개폐할 수 있는 권력은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설령 실정 헌법이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발의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30년 만에 이루어지는 헌법개정 과정은 아래로부터 시민 참여가 보장되고 촉구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개헌특위의 활동은 매우 미흡하다.

헌법개정의 과정뿐만 아니라 최종적인 개정 내용면에서도 국회개헌특위의 논의는 통치 구조 문제 중심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6월 말 국가인권위원회가「기본권보장 강화 헌법개정(연구포럼안)」을 공표한 것은 분명 생산적 개입이라고 볼 수 있다. (헌법개정안 전문은 이 안을 놓고 열린 토론회자료에 담겨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자칫 통치 구조 개편 중심으로만 흘러갈 수 있는 개헌 논의에 기본권 강화라는 큰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의 개헌안은 “기본권보장 강화”라는 목표 하에 거의 모든 기본권 조항과 주요 쟁점을 망라하고 있다. 그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자면, 1) 총강에서 “인권국가” 지향(개정안 제1조 ③항)을 명확히 하고, 2)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개정안 제43조 등), 3) 사형제를 폐지하며(개정안 제11조 ②항), 3) 평등권과 관련해서도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현행 헌법 제11조)으로 되어 있는 차별 사유를 “성별, 종교, 인종, 언어, 출신지역, 장애, 나이, 성적지향, 학력, 사상, 정치적 의견, 사회적 신분 등 어떠한 이유”(개정안 제15조 ②항)로 확장하고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개정안 제15조 ③항)를 추가하였다. 4) 자유권과 관련해서도 망명권의 신설과 난민 보호 조항의 추가(개정안 제21조 ②항 및 ③항),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의 강화(개정안 제26조 및 제27조) 등이 돋보인다.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정안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현행 헌법 제34조)의 개정안이다. 국가인권위 개정안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별도의 절(제2장 제4절)로 편성하고 그 아래에 10개의 조항(개정안 제30조∼제39조)을 두었다. 최저임금제 시행과 적정임금 보장의 명시화(개정안 제36조 ②항), 여성근로의 차별 금지 강화와 보호(개정안 제36조 ⑤항),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칙(개정안 제38조 ②항), 동물 보호(개정안 제38조 ③항) 등 개별적인 조항들도 주목할만하지만, 가장 획기적인 내용은 제2장 제4절“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첫 조항인 제30조 ①항에 기본소득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명시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본소득에 관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정안은 기본소득 보장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대응하는 총괄적인 국가 의무로 파악한다. 기본소득 보장을 국가 의무로 명시하자는 국가인권위원회 헌법개정안은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헌법개정안에 관한 더욱 진전된 논의를 촉발시켰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지난 8월 24일 “새로운 헌법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개헌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문화연대, 소박한 자유인, 알바노조, 노동당, 녹색당 기본소득의제모임, 평등노동자회, 청년좌파 등이 결성한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는 지난 8월 30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기본소득개헌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이 기본소득개헌운동이 활성화된 배경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기본소득을 국가 의무로 개헌안에 포함시킨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기본소득을 기본권이 아니라 국가 의무로만 표현한 것은 헌법 해석론에 따라서는 매우 중요한 차이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해석상의 차이를 낳지 않으려면 기본소득은 보다 적극적으로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헌법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다루는 일은 이 글의 첫 번째 과제다.

*이준일(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동석(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민(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이 발제자로 참여한 개헌토론회 자료집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basicincomekorea.org/170824forum-procee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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