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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전자 제품 수리 기사, 택배 기사, 배달원,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판촉 담당자, 간병인, 미용사 등은 일의 성격에 비춰보면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자다. 하지만 십 수 년 전부터 이들 대부분은 법적으로 더 이상 고용관계에 묶여 있는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개인 사업자, 즉 자영업자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 ‘긱 노동’, ‘온 디맨드 노동’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노동 형태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의미에서 노동자도 아니고 개인 사업자도 아닌 제3 유형의 직종에 취업한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기술과 제도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노동과 취업자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경향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낳고 있다. 그 이유는 이런 유형의 취업자들은 대부분 사회경제적 입지가 취약한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산업사회는 자본을 가진 자본가와 그들에게 노동력을 판매하는 노동자가 사회경제관계의 기본 토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구도에서 사회경제적인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자본가에게 고용된 노동자를 기본 모델로 하여 마련되었다. 법적으로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강제하는 한편 노동자에게 노동삼권을 보장했다.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인 사회보험제도도 회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를 기본 대상으로 삼아 구축되었다. 그 결과, 제3 유형의 새로운 사회경제적 약 자는 사회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법과 제도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3 유형의 취업자를 보호할 대응책의 마련 이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제3 유형의 취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기존에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과 제도를 새로운 유형으로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달리 말해, 제3 유형을 특수한 형태의 노동자로 규정하고, 노동자와 동일한 근로조건을 법으로 강제하고 노동3권을 부여하며, 기본적인 사회보험의 혜택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와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제3 유형의 취업자에게 (1) 노동3권의 부여 (2) 근로조건의 보호 (3) 사 회보험 보호를 제공하기 위한 논의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당면 과제가 무엇인가를 검토해 본다.

 

1. 제3 유형, 노동자인가 독립 사업자인가?

제3 유형의 취업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다. 사실 정해진 호칭도 없다. 서구에서 는 근로자의 속성인 ‘dependent employment’와 자영업자를 의미하는 ‘self-employed’를 합성하여, ‘종속된 자영업자the dependent self-employed’라고 하기도 하며, ‘유사 노동자employ-like person’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김도균 외, 『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 2017년, 후마니타스, 244 쪽). 우리나라에서는 “특수유형근로 종사자” 혹은 “특수고용노동자” 등으로 불린다. 이 글에서는 “특고노동자”로 지칭한다.

특고노동자에게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보호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한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인 특고노동자와 일반적인 독립적 개인 사업자를 어떤 기준에 따라 구분할 것인가?

이 문제가 왜 중요한가를 국내 최장기 비정규직 투쟁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회사 측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교사들을 해고(명목상은 ‘위탁 계약 해지’)했고, 이에 교사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도 회사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교사들이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와 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이처럼 특고노동자를 개인 사업자와 법적으로, 개념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논쟁적이며 사실상 정치적이다. 이렇다 보니, 특고노동자에 대한 통계도 제각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약 230만 명에 달하지만, 통계 청에서는 그보다 훨씬 적은 약 5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 명칭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유일하게 등장한다. 2007년에 개정된 「 산재보험법」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정의했다. 이 조항에 따라 현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 택배 및 퀵 서비스 기사, 대출 모집인, 전속 대리운전기사 등 총 9개 직종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법에 따르면 특고노동자는 9개 직종뿐이며, 이것도 「산재보험법」에 한정된 것이다.

제3 유형의 직종을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특고노동자로 할 때의 기준은 ‘근로자성’이다. 달리 말하면 노동자로서의 성격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고노동자가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데는 통상적으로 “사용 종속성”(“인적 종속성”)과 “경제 종속성”의 두 기준을 사용하거나 여기에 “조직 종속성” 을 더해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한다(김도균 외, 위의 책, p. 236). 사용 종속성은 주로 (1)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지, (2) 사용 자가 근무 장소와 시간을 지정하는지로 판단한다. 경제 종속성은 (3) 근로 제공 관계가 지속적이며 사용자에게 전속되어 있는지, (4) 제3자를 고용해서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5) 근로자가 재정적 위험을 부 담하는지, (6) 보수가 유일한 수입의 원천인지 등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조직 종속성은 (7) 노동이 기업 조직 내로 통합되는지로 판단한다.

이 기준은 대략적인 기준일 뿐 절대적인 기준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위의 기준 중에서 몇 개를 충족시켜야 노동자라 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위의 기준에 비춰 보면 화물 기사, 방송 작가, 대리운전기사는 근로자성이 약한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며 노동 법제와 사회보험의 보호가 필요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제3 유형의 직종을 노동자로 규정하고 노동 법제와 사회보험제도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규와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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