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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는 앞으로도 유효할까?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최저임금제는 노동시장 외부에서 국가가 임금 최저선wage floor을 결정하고 사용자가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률로 강제하는 제도다. 법정 임금 최저선은 통상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곧 최저시급의 형태로 정해진다. 임금 최저선을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맡기지 않고 시장의 외부에서 결정하는 제도로 법정 최저임금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협약임금제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단체협약에 의해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이며, 산업별 단체협약은 동일 산업 내에서 적용되는 임금 최저선을 정할 수 있다. 단체협약의 구속력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에게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를 택하고 있는 경우, 해당 산업의 임금 최저선은 법정 최저임금이 아니라 산업별 단체협약의 임금 최저선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산업별 단체협약의 임금 최저선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을 수는 있지만 결코 낮을 수는 없다. 노동시장 외부에서 임금 최저선이 결정된다는 점은 협약임금과 최저임금의 공통적인 특징이며 최저임금제만의 특징은 아니다. 따라서 협약임금에 대비하여 최저임금제만의 고유한 특징은 노사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임금 최저선이 결정된다는 점이라고 보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이전의 자본주의 황금기에는 산별 단체협약이 임금 최저선 기능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했다. 당시에는 법정 최저임금제의 필요성은 노조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영미권 국가들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에 의해 불안정노동이 확산되면서 고용과 소득의 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게다가 노조 조직률이 신자유주의 이전과 비교하여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 조항도 제 구실을 못하게 된 상황에서는 협약임금제의 임금 최저선 기능은 무력화되고 저임금 노동에 대한 보호 기능은 주로 법정 최저임금제가 떠맡게 된다. 이런 사정으로 신자유주의를 거치면서 그 이전에는 없던 법정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나라가 있다. 산별협약의 일반적 구속력 제도에 의해 임금 최저선을 결정하던 독일은 2015년부터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한다. 2008년의 경제 위기 이후 긴 침체기가 이어지자 국제노동기구ILO 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임금 주도 성장의 주요 수단으로 제시했다(Stockhammer and Lavoie, 2012). 이러한 입장은 주요 국가의 정책에도 수용되어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흐름을 만들어 갔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2018년도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고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할 영세기업에 대해서는 인상률만큼 임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저임금제가 과연 앞으로도 저임금 노동을 없애고 임금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세 가지 차원에 걸쳐 있다.

첫째, 플랫폼 노동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최저 시급제는 여전히 임금 최저선의 기능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고, 둘째, 최저임금제와 노동자의 협상력의 상관관계, 또한 이 문제와 연동된 질문으로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다른 조건과 무관하게 평균 임금 인상 효과가 생겨나는가라는 질문이며, 셋째, 최저임금 인상과 GDP 대비 노동소득분배율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이 글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임금 최저선을 보장해 주는 최저임금제와 모든 사람에게 ‘소득 최저선income floor’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의 효과를 상호 비교할 것이다.

1. 최저시급제와 플랫폼 노동

산업자본주의는 생산과 재생산,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의 명확한 분리를 전제로 했다. 최저시급제는 산업자본주의의 전일제 고용에 알맞다. 최저시급제는 개별적인 노동이 공장노동으로 균질화되어 노동시간의 양적 크기로 계량될 수 있던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계절과 기후에 따라 가변성을 가지는 ‘농경적 시간agrarian time’과 달리 ‘산업적 시간industrial time’은 균질적인 양적 단위로 분할할 수 있다. 최저시급제가 저임금 보호제도로 기능할 수 있으려면 경제의 시간 개념이 ‘산업적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반면에 노동과 활동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양적 단위로 나눌 수 없는 ‘제3의 시간tertiary time’에 의해 경제활동이 진행되면 최저시급제가 임금 최저선으로 기능하기 어렵다(Standing, 1999: 3∼9; 2013: 5; 2017: 160, 189). 여기에서 굳이 노동시간 척도의 미래에 대해 더 깊이 다룰 필요는 없다. 오히려 논의의 폭을 좁혀 오늘날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에 대해 최저시급제의 보호 기능은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만을 살펴보자.

플랫폼 노동은 ‘주문형 앱 노동on-demand work via app’과 ‘크라우드 노동crowdwork’의 두 형태로 구분된다. 주문형 앱 노동이란 서비스 요청자와 제공자의 연결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루어지지만 실제 서비스의 제공은 오프라인에서 대면 관계로 이루어지는 형태다. 주문형 앱 노동에서는 노동시간 못지않게 대기시간이 길지만, 대기시간에 대해서는 최저시급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기시간까지 노동시간으로 보지 않는다면 최저시급을 올려도 기대한 만큼 노동보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Huws, 2018). 그런데 대기시간에 대해서도 최저시급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대기시간에 대해 일단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이고 누군가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주문형 앱 노동에 전형적인3 각 관계인 플랫폼 기업, 서비스 요청자, 제공자의 관계에서 플랫폼 기업과 서비스 제공자의 관계를 사용-종속 관계로 정형화해야만 대기시간에 대해서도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법률적으로 우버 택시 운전자는 우버의 피고용자로 보고 우버는 운전자들에게 대기시간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우버 서비스요금은 올라갈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법률적인 정비는 우버나 배달앱처럼 서비스 중개를 하는 ‘린 플랫폼lean platform’의 수익을 없앨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금지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사용-종속 관계의 정형화는 린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인 불안정노동의 동원을 통한 지대 수익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므로 차라리 폐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주문형 앱 노동의 경우에는 적어도 서비스의 제공은 대면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용-종속 관계의 확대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기시간까지 포함하는 최저시급제를 적용할 여지는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남아 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 특정 업무가 공시된 후 전 지구적 차원에서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여 작업한 양만큼 보상을 받는 크라우드 노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용-종속 관계를 따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크라우드 노동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노동시간 단위로 계측하는 일도 쉽지 않다. 오늘날 크라우드 노동은 저임금의 다른 이름이다.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Amazon Mechenical Turk가 제공하는 업무의 90%는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하면 2달러 이하의 저임금 노동이지만, 전 지구적 범위에서 노동이 중개되기 때문에 국민국가의 노동법이나 사회보장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고 최저시급제를 적용할 수도 없다. 크라우드 노동에 대한 보호 문제가 공동 결정권과 정보권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실정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다(Leist et. al., 2017: 67∼69).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명암에 대해서는 『시대』 2018년 3월호(제56호)에 실린 조혜경의 글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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