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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 이후 한국 정당체제의 변화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1. 정당

한국에서 정당의 수명은 대체로 정치인의 수명보다 짧다. 그 이유는 단순히 정당의 지도부가 지조가 없거나, 부도덕하거나, 능력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정당이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창출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목적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집권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정당은 정치인들에게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숭고한 조직이 아니라, 필요하면 과감히 버려야 할 소모품일 뿐이다. 물론 일체감을 강하게 느끼거나 이념적으로 신성화되었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정당은 그러한 위치에 있지 않다.

물론 정당의 존재 이유는 국회의 의석수 확대나 집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당은 다양한 목표를 두고 있으며, 오히려 행정부의 장악보다는 당헌과 강령에 묘사된 사회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사회로 ‘침투penetration’하는 데 목적을 둘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당은 단기적인 집권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거나 때로는 스스로 변형시키곤 한다. ‘선거 정당’ 혹은 ‘포괄 정당’으로의 변신은 사회주의체제의 몰락으로 가속화되었다. 사실 탈냉전기 현대 정당정치의 역사는 다름 아닌 이념으로부터의 탈출기exodus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민주화는 정당 중심의 정치 발전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정당들의 이념과 정책적 지향을 유연화시킴으로써 이들 사이의 이합집산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회의가 급속히 우경화된 공약을 제시하며 김대중과 김종필이 DJP 연합을 형성한 것이나,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자신의 이념적 위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의당 지도부가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당체제가 개별 정당의 생애처럼 빈번하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정당체제는 ‘지역주의적 정당체제’를 공고화시켜 왔다. 비록 일반 유권자들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정당이 당명을 바꾸거나 분열과 통합을 거듭해 왔지만, 영호남 출신의 정치인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을 만들고 유권자들은 이들을 일관되게 지지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다. 아울러 한국은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형성된 ‘노동 없는 정당체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이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그 규모는 10석 내외에 불과하였으며, 그 후신인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당하고 말았다. 비록 그 후에도 정의당이 통합진보당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의석수가 한자리 수에 머무르는 등 노동과 진보를 대표하는 정당들의 성과는 미약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당체제가 항상 변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동일한 정당체제가 유지되더라도 이를 구성하는 정당이나 이들 사이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요동치기 마련이다. 이 글은 20대 총선을 전후로 이루어진 한국의 정당들의 통합과 분열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탐색하고 임박한 6·13 동시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국의 정당체제가 재편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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