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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비정규직노동자가 공유하고자 하는 사태의 진행과 해법

신현창 한국지엠 부평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요 몇 달 한국지엠의 군산 공장 폐쇄와 파산 이야기로 사방이 시끄럽다. 글을 쓰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몇 주간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고, 지엠을 둘러싼 상황은 매일매일 시시각각 변해 갔다. 날마다 신문 기사를 읽어 보고 현장의 교섭 내용을 파악해 봤지만,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언론에서 ‘운명의 날’이라고 칭한 부도 신청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고 있다. 내부 소통망에서 확인해 본 결과, 부도 신청과 관련된 이사회 결정을 4월 23일 월요일로 연기했다고 한다. 다시 며칠을 번 셈인가?

아마도 이 글을 독자들이 읽게 될 때에는 이 글을 쓸 때와는 많은 것이 변해 있을 수도 있겠다. 지엠의 법정 관리가 확정됐을 수도 있고, 여전히 지금과 같은 상태로 진행 중일 수도 있다. 또 추가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을 쓰면서는 상황을 공유하여 논의를 확장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생각나지 않는다.

기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묻는다. ‘이 지경이 되도록 지엠 노조는 무엇을 했느냐?’ ‘국가는 혹은 산업은행은 왜 알지 못했느냐?’ 하지만 모든 사건의 전조는 있기 마련이고, 오늘의 한국지엠 사태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위기를 말해 왔다. 특히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구조조정이 있었고 이에 대해 비정규직 구성원은 수년 전부터 한국지엠의 구조조정에 대해 경고해 왔다. 이에 반해 10여 년간 위기설에 시달린 탓인지 정규직노조는 다소 위기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또한 비정규직 목소리에 대해 언론은 무관심했고, 나아가 가장 큰 피해자인 비정규직 주체가 확장되지 못했다. 이런 일들이 어우러지면서 사태를 키웠다고 본다.

따라서 몇 가지를 짚어서 공유할 생각이다. 첫째, 지엠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볼 것이다. 둘째, 글로벌 지엠이 한국지엠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어떤 작업을 진행했는지 살펴볼 것이다. 셋째, 이미 언론에서 드러난 지엠의 수탈 과정을 다시 한 번 공유할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해법을 놓고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지엠의 글로벌 정책에 따른 비정규직 구조조정의 역사

1) 한국지엠 비정규직노조(지회)의 간략한 투쟁 역사

한국지엠 비정규직노동조합의 역사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완성차 공장의 비정규직 주체들의 노조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2003년 현대 아산 공장을 시작으로 2004년 현대 울산, 2005년 한국지엠 창원과 현대 전주, 기아 화성 등의 공장에서 비정규직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한국지엠 창원 공장에서는 비정규직노조가 건설될 때 특이하게도 정규직 노조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국지엠 사측은 끊임없이 정규직 내부를 흔들었고, 한국지엠 창원 정규직 집행부가 불신임을 받고 내려오면서 본격적인 비정규직노조 깨기에 들어갔다. 당시 한국지엠은 사내하청 업체 폐업을 통해 비정규직노조를 무력화시켰다. 오래지 않아서 핵심 활동가와 적극적인 조합원을 모두 공장 밖으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창원 공장 비정규직 운동은 깊은 수렁에 빠지게됐다. 소수의 조합원이 공장 안팎에서 명맥을 이어 왔는데, 2013년 닉 라일리 사장의 불법파견 형사처벌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다시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됐다. 즉각적으로 창원 비정규직 주체들은 다시 조합원을 확대했고, 현장에 남아 있던 조합원을 중심으로 한국지엠의 근로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걸었다. 2016년 6월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면서 조합원 확대 사업에 성공했다.

부평의 경우, 비정규직노조 건설에 대한 논의는 2004년부터 본격화됐지만 창원보다 다소 늦은 2007년 9월에 노조 깃발을 올렸다. 당시 지엠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모듈화, 외주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비정규직노동자가 해고되거나 일터가 공장 안에서 공장 밖으로 바뀌게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이에 더 이상 노조 건설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노조를 건설했다. 하지만 창원에서 이미 비정규직노조 깨기에 성공한 경험이 있기에 한국지엠은 핵심 주체에 대한 집단 폭행과 징계해고, 조합원 다수가 조직되어 있는 업체의 폐업 등의 방식으로 비정규직노동자를 공장 밖으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노조는 사측의 편에 서서 탄압을 방관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게 협조하고 있었다. 결국 조합원 절반가량은 조합 건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해고됐고, 나머지 현장 조합원들도 하나둘 사측의 압력에 못 이겨 조합을 탈퇴했다. 2008년 9월에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지엠도 큰 영향을 받게 되는데, 2009년 4월 한국지엠 부평 공장에 있는 비정규직 1,000명 이상이 해고되면서 공장 안에는 비정규직 조합원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대규모 비정규직 해고 역시 그 과정에서 노사 합의 또는 정규직노조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장 밖으로 밀려난 비정규직노조는 지난한 투쟁을 통해 2011년 비정규직 전원 복직을 회사와 합의하여 2013년부터 현장에 배치되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2014년 현장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조합원 확대 사업을 통해 조합원을 늘리면서 2015년 1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창원, 군산, 부평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제기했다. 2016년 이후 물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자 끊임없는 한국지엠의 ‘인소싱’(정규직의 비정규직 공정 전환배치) 시도가 있었지만, 줄기차게 현장에서 투쟁을 이어가면서 어느 정도 인소싱을 막아 내고 조합원도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결국 12월에 조합원 상당수를 포함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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