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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둘 수 없는 지주회사 및 자사주 제도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1. 들어가는 말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투척한 사건이 대한항공 지배주주의 갑질 문제로 퍼지더니 상습적인 관세법 위반 등의 불법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는 등 재벌 갑질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했다.

재벌가의 크고 작은 반사회적 행동들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항항공 조회장 일가의 사례는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재벌가의 갑질이 인성이나 교육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사실 조양호 일가는 2013년 한진그룹의 지배 구조를 기존 순환출자 구조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룹지배력을 확보했다. 조양호 회장은 쏟아지는 사회적 질타와 사법 처리가능성을 의식해 조현아, 조현민 자매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였지만, 조 씨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확고하기 때문에 이는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재벌가와 재벌 기업들의 관계, 즉 극소수 지분으로 방대한 계열사를 확고하게 지배하는 소유-지배 구조의 문제가 사태의 본질이다. 선출되지도 않고 시장에 의해 퇴출되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별다른 제도적 감시와 견제도 받지 않으면서 재벌이 기업집단*을 지배함에 따라 재벌-노동자, 재벌-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재벌-소비자의 관계는 물론이고, 나아가 재벌과 국민경제의 관계에서도 재벌은 점점 수탈자의지위로 변모하였다.

이 글에서는 대한항공 갑질 사례를 계기로 조 회장 일가에 확고한 지배권을 안겨 준 지주회사 제도, 특히 ‘자사주 마법’이라 불리는 지배력 확장 수단에 대해 알아보고 이에 대한 대안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대한항공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

한진그룹은 2013년에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지주회사 전환 전에 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정석기업주식회사를 지배함으로써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을 지배하였다. 총수 일가가 정석기업을 37.3%의 지분으로 지배하고, 정석기업은 (주)한진에 19.41% 지분을 갖고, (주)한진은 대한항공 지분 9.69% 보유하고, 대한항공은 다시 정석기업에 48.28%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정석기업 → (주)한진 → 대한항공 → 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한진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총수 일가는 정석기업에 대한 확고한 지배 이외에 대한항공에 9.86%, (주)한진에 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순환출자 구조는 총수 일가의 지분 9.86%만으로는 대한항공을 지배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계열사 내부 지분***을 통해 한진그룹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런 순환출자를 통해서도 그룹 지배권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대한항공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 9.86%와 (주)한진의 대한항공 보유 지분 9.69%를 합쳐도 20%가 안 된다. 이는 그룹 경영권을 3세로 승계하려 할 경우에 특별히 문제가 된다. 총수 일가 지분 역시 조양호 회장 단독 보유 주식이 거의 절대적 비중이었는데, 세 명의 자녀들에게 물려줄 경우 과세표준 30억원 이상에 적용되는 50%로 증여세를 내야 하므로 그룹 지배력이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총수 일가의 추가 지분 투자 없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소위 ‘자사주 마법’을 활용했다. 먼저 대한항공을 사업회사(대한항공)와 이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한진칼)로 분할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로 신설 법인이다. 대한항공에 적용된 분할 방식을 ‘인적 분할’이라고 한다. 인적 분할 방식으로 대한항공을 분할할 경우 총수 일가는 기존 대한항공에 대한 보유 지분과 동일한 9.86%를 신설 법인인 한진칼에서도 보유하게 된다. 2013년 8월 당시 대한항공은 자사주 6.76%를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자사주 마법’이 등장한다. 자사주 마법에 대해서는 이후 상술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핵심만 언급하겠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지만, 인적 분할 시에 존속회사****가 그 비율만큼 자사주를 승계하고 존속회사의 지주회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율로 신주가 배정된다. 존속회사 자사주가 지주회사에 분할 신주로 배정될 때는 의결권이 부활한다는 것이 ‘자사주 마법’이다. 지배주주가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권만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사업회사가 보유했던 자사주가 의결권이 있는 지주회사의 내부 지분으로 전환되어 결과적으로 지주회사 지배주주(조양호 회장 일가)의 의결권 지분이 되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를 보면, 대한항공 법인이 보유 중이었던 자사주 6.76%가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신설 지주회사 한진칼의 의결권 있는 내부 지분이 되었다. 대한항공 시가총액의 6.76%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기 위해서 조양호 회장 일가에게 필요한 자금은 2018년 5월 3일 대한항공 주가 기준으로 약 2,145억원이다. 조 회장 일가가 자사주 마법을 통해 절약한 돈의 액수라고 보면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다수의 재벌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추가의 지분 투자 없이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 마법을 활용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는 한진칼에 대한 지분을 23.13%로 늘렸다. 여기에서도 지주회사와 존속회사의 주식 맞교환 등의 방법으로 지배주주의 추가 지분 투자 없는 지배력 확대가 이뤄졌다.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주식 지분까지 합쳐 조 회장이 지배하는 한진칼 지분은 32% 가까이 늘어났다. 인적 분할 첫 단계에서 한진칼의 대한항공에 대한 지분은 대한항공이 보유했던 자사주 6.76%에서 32.83%로 확대되었다. 이와 동시에 존속회사 대한항공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쳐 47.08%에 이르렀다. 자사주 마법을 활용한 지주회사 전환으로 주주총회 안건 가결이든 적대적 M&A 방어든 지배권이 확고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 “기업집단”이란, 동일인이 사실상 그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말한다, 여기서 “동일인”이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나 법인을 말하며, 통상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일 경우에는 그 총수(예, 삼성그룹의 이재용, 현대차그룹의 정몽주 등)가 동일인이며,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일 경우는 지배회사(예, 포스코)가 동일인이다.

** “지주회사”란 주식의 소유를 통해 다른 회사의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상의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회사를 말한다. “주된 사업”의 기준은 지주회사가 지배하는 자회사의 주식 가액의 합계액이 지주회사 자산총액의 50%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지주회사는 순환출자와 함께 대표적인 기업결합의 방식으로, 기업집단 지배 구조의 투명성 제고 및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부채비율한도,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로 이루어진 출자 구조에서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보유 한도, 증손회사 허용 여부, 자회사의 모회사 지분 보유 금지 등 여러 규제를 두고 있다. 이에 관한 제도의 총체를 “지주회사 제도”라 한다.

*** 기업집단 내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과 계열사 지분을 합쳐 “내부 지분”이라고 한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재벌 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은 2016년 기준 2.6%, 계열사 지분은 54.9%로 내부 지분은 57.6%에 달한다.

**** 분할되기 전의 원래 회사를 말한다.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의 인적 분할에서 대한항공이 ‘존속회사’이자 ‘분할 회사’이며, 한진칼이 ‘신설 회사’이자 ‘지주회사’다.

*****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규정은 동일인이 법상의 규제를 피해 형식적으로 소유를 분산시키고 실질적으로는 경제적 동일체를 형성하여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특수관계인은 1. 당해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 2. 동일인 관련자(배우자,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을 포함), 3 경영을 지배하려는 공동 목적으로 기업결합에 참여하는 자에 해당한다. 특수관계인에는 자연인뿐만 아니라 계열사와 공익법인 등 법인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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