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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신세대, 신지예

안재성 소설가

 

1.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당년 29세 여성. 역대 서울특별시장 선거 최연소 후보인 녹색당 신지예 후보의 이력은 남다르다. 이번 2018년 6월 13일에 실시되는 제7회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마다 무슨 대학이니 무슨 고시 출신이니 하는 상투적인 관록을 내세우느라 바쁘다. 그런데 다르다. ‘하자학교’ 출신과 ‘오늘공작소’ 대표다.

보통 사람들은 잘 이해 못할 이 짧고 명쾌한 이력만 보아도 신지예가 처음부터 기성의 문화나 제도와는 다르게 인생을 시작한, 그야말로 신세대 중의 신세대임을 알 수 있다. 이름 지어 ‘녹색 신세대’다. 누구에게 배우거나 영향을 받지 않았음에도 중학교 시절부터 스스로 변화를 택하고 2000년대 진보운동의 최선봉에 섰던 이 당찬 청년운동가의 삶을 살펴보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가 시작되는가, 미미하지만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이 달에 만나 볼 인물로 선정했다.

선거를 40여 일 앞둔 2018년 4월 말,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신지예 후보 사무실을 찾았다. 50평은 될 꽤 넓은 3층 공간. 아직 플래카드도 걸지 않고 집기도 들여놓지 않은 상태로 당원들이 한창 청소와 정리를 하는 중이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이가 내부 수리를 위해 잠시 비워 둔 곳을 매우 저렴하게 빌릴 수 있었다고 한다.

늘 살짝 웃음을 띤, 밝고 씩씩한 인상이다. 한 시간 한 시간이 금쪽같은 후보이니 만나자마자 서울시장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단도입적으로 물었다. 답은 명쾌하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자치단체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이 집권한 후 서울이 변화했느냐 아니냐를 판정하는 선거인데, 저는 서울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봐요. 문재인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고 박근혜보다는 진일보했지만 보수적인 한계는 벗어나지 못했다고 봐요. 지난해 핵발전소 문제에서 보여 주었듯이 탈핵 문제에 대한 입장이나 현재 민주당에서 내놓은 개헌안을 보면 역시 보수가 맞다고 봅니다. 그래서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보고 제가 나선 것입니다.”

삼선에 도전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평가는 이렇다.

“박원순 시장님 역시 좋은 분입니다. 그러나 역시 기존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분이라고 저는 봅니다. 먼저, 박원순 시장에게서도 개발주의자의 면모가 보입니다. 서울시는 현재 서부간선도로, 동부간선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를 지하로 파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최대 깊이 70m에 왕복 4차선 도로입니다. 환기, 안전 등 여러 가지 우려도 있고 주민과 협의도 안 된 상황입니다만, 지금도 유례없는 크기의 지하차도가 발밑에 뚫리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계획 중인 지하 개발이 많습니다. 여러 가지 환경문제 때문에 이명박 때도 안 했던 토목공사를 박원순 시장이 강행하고 있는 것이죠. 이 문제를 지적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다른 말로 쓰라면 ‘건설 공화국’, ‘토목 공화국’, ‘도로 공화국’이 정답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인성을 파괴하는 토목공사에 쏟아 붓는 세금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얼마나 많을까? 그 문제에 대한 민주당 정권의 안목은 거의 제로라 해도 좋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신흥 권력자들도, 박원순 시장도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신지예는 본다. 박원순 시장의 개인적인 성향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서울시장은 시민 전체의 삶을 바꿀 혁신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추진해야 하는데, 박원순 시장님은 제도권 안에서 작은 변화를 주는, 중간 관료들이 해야 할 일을 간섭하고 들여다보는 스타일이죠. 저는 서울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이 한걸음 더 질 높은 삶으로 나가려면 새 정당, 새 정치가 필요하다는 걸 선전하려고 선거에 나섰습니다.”

거슬러 올라가 해방 직후 한민당이란 이름으로 창당한 이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민주당 세력에 대해서도 일갈한다. 벌써 세번째 집권으로 하부 구성원들까지 권력의 단맛을 알게 된 민주당 세력에 대한 신지예 후보의 시각은 냉정하다.

“촛불혁명의 덕분에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보수 기득권 세력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권력과 이권을 분배해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요, 진보세력 내지 신진 세력의 진출을 억제하고 있어요. 이번 지방선거구 협상할 때도, 소수 정당이 당선될 수 있도록 4인 당선 선거구를 35개로 늘리고자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총력으로 반대해 무산시켰습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토론회장의 문을 잠가 버려 시민들의 출입까지 막으면서 자기들에게만 유리하게 법을 만들었습니다.”

2017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제4회 세계녹색당대회에 참가하여 미국 참가자와 함께 사드 배치 반
대를 외치고 있는 신지예(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신지예는 말한다. 자신이 속한 녹색당은 아직 권력에 물들지 않았다고. 그러나 권력 잡으면 언제든지 변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라고. 지금 민주당과 싸우고 견제를 해야 하듯이, 그때가 되면 자신은 녹색당을 견제하고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진정, 권력과 돈은 사람을 사악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임에 틀림없다. 끊임없이 비판하고 견제하여 정치 생태계를 정화해 나가지 않으면 언제든 폭압적인 독재정권이 등장할 수 있는 게 인간 사회다. 세계 많은 나라에 하나의 이름으로 보조를 함께하는 녹색당은 그 정화제의 역할을 하는 소중한 존재다. 이번 선거에서 신지예의 득표율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녹색당과 청년 정치인들의 제도권 진출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2017년에만도 네덜란드 총선에서 녹색당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며 뉴질랜드에서는 스물세 살의 녹색당원 크로에 스워브릭이 국회에 진출했다. 신지예처럼, 그들도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낸사람들이다.

“서울은 너무 비대하고 모든 게 과잉 상태입니다. 면적은 국토의 0.6%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살고 있고 전력의 10%를 사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사회적, 생태적 위기의 많은 문제가 여기서부터 발생하고 있지요. 이런 상태에서는 지방분권의 의미도, 정의도 찾을 수 없어요. 저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평등한 서울, 소유하지 않고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서울, 비대한 수도권이 아니라 건강한 도시 서울을 만들 것입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상상에 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이 당당한 청년 정치인이 장차 한국 정치를 미래로 이끌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를 걸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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