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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어떻게 노동자 소유 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가? ― 경제민주주의를 향한 투 트랙 전략*

이건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

1. 서론: 경제민주주의 차원에서의 기본소득과 노동자 소유 기업

오늘날 자유, 평등, 시민권, 민주주의 등의 추상적인 가치들을 급진적이고도 해방적인 방향으로 확장하고자 고민하는 그 누구라도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와 만나게 되고 이와 고투하게 된다.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기본소득이 다음과 같이 자리매김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기본소득은 자유의 측면에서는 형식적 자유에서 실질적 자유로(Van Parijs, 1995; Van Parijs and Vanderborght, 2017), 가장 확장된 자유의 개념인 공화주의적 자유로(Raventós, 2007; Casassas, 2016; Casassas and De Wispelaere, 2016;Standing, 2017) 나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다. 평등의 면에서는 현재의 극심한 사회경제적, 젠더 차원의 불평등을 좀 더 평등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다(Fraser, 1994; Zelleke, 2008, 2011; 이건민, 2017). 시민권과 민주주의의 차원에서는 인구학적 상황, 경제적 상황, 종사상의 지위와 계급 등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지급되는 정당하고도 바람직한 사회배당이자, 공민권과 정치권,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사회경제적 권리와 경제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구성 요소다.

그런데 우리 시대에서 경제민주주의를 심화, 발전시키기 위한 주요한 방안으로는 기본소득뿐만 아니라 노동자 소유 기업(노동자 소유 협동조합을 포함하여)도 함께 떠오른다. 본고에서는 경제민주주의를 다음과 같은 사중의 능력으로 정식화한 카사사스(David Casassas, 2016:1)의 정의를 따를 것이다. “(ⅰ) 일하기 위해 ‘진입’하기를 바라는 사회적 관계들을 정할 능력. (ⅱ) 우리가 머무르고 일하기로 한 공간의 (비)물질적 성격을 결정할 능력. 그것은 실질적으로 들리는 ‘목소리 (발언권)’를 갖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ⅲ) 이 공간의 성격과 기능이 우리의 삶에서 바라는 바에 반하는 경우 이 공간에서의 ‘탈출’을 선택할 능력. (ⅳ) 떠나기로 선택한 경우에, 그 다음의 기회들을 위한 이전 직장의 외부에서 제공되는 수단들에 의지할 수 있는 능력. 즉 지금과는 다른 조건과 상태에서 (재)생산적 삶을 효과적으로 ‘다시 시작할’ 능력.” 이러한 경제민주주의의 추구라는 점에서 보자면, 기본소득과 노동자 소유 기업은 조금은 다른 점들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본소득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생산과 노동, 작업장의 영역을 넘어서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서 광범한 의미에서의 경제민주주의의 만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노동자 소유 기업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생산과 노동, 작업장 영역에서의 민주주의, 즉 기업민주주의나 산업민주주의의 심화,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어 왔다.

경제민주주의 측면에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노동자 소유 기업은 기본소득과 관련하여 거의 연구되어 오지 않았다. 이는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문제시된다고 전망되자 일자리 보장과 참여소득이 기본소득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무엇이 더 우월한지, 대체 관계에 있는지 보완 관계에 있는지 등이 활발히 연구되어 온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하지만 비록 지금까지 거의 논의되어 오지 않긴 했지만 경제민주주의 혹은 산업민주주의 면에서 일자리 보장이나 참여소득보다 훨씬 대담한 제안은 바로 노동자 소유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기본소득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비판적, 해방적 사회과학과 사회정책을 추구하는 데 핵심적이다.

이 글에서는 기본소득의 도입과 노동자 소유 기업의 발흥이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을 이룬다는 관점 하에서, 기본소득이 노동자 소유 기업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와 기제를 탐구할 것이다.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노동자 소유 기업이 자본주의적 기업에 대해 지니는 비교우위와 비교열위를 검토한다. 다음으로 기본소득의 도입이 노동자 소유 기업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와 기제를 탐구한다. 이 글의 마지막에서는, 경제민주주의를 향한 투 트랙 전략으로서 기본소득의 도입과 노동자 소유 기업의 활성화가 우리 시대의 주요한 해방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글을 맺는다.

 

* 이 글은 제18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2018년 8월 24~26일, 핀란드 탐페레대학교) 세션 B4에서 필자가 발표한 “How Can Basic Income Activate and Encourage Labor-Managed Firms?: A Two-Track Strategy for Economic Democracy”를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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