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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부진의 진상과 원인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대안’부소장

1. 머리말

최근 고용 부진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와 보수 진영이 크게 충돌하고 있다. 보수 진영은 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 참사’를 낳았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인 ‘소득 주도 성장’을 전면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와 제조업 경기 악화에 따른 것이라며 정책 기조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고용 사정이 안 좋다 보니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청와대 주도의 소득 주도 성장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관료 출신의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보수적 여론의 지원을 배경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유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수정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과 함께 ‘혁신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현 정부는 여러 측면에서 보수 진영과 다양한 진보 진영의 요구를 절충하는 방식으로 정국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소득 주도 성장은 서민 경제를 지원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지만, 혁신 성장은 “과도한 서민 위주 정책”에 대한 재계와 보수층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 정책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친재벌 행보를 통해서 보수층의 반발을 무마하는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보수 진영은 고용 사정의 악화를 빌미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소한의 친서민 정책까지 포기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사실 정부가 말하는 소득 주도 성장은 내용이 모호하며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외에는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득 주도 성장이 문재인 정부의 지향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 진영은 고용 부진을 이유로 현 정부의 정국 주도권에 상처를 내기 위해서 집요하게 공격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 보수 진영이 주장하듯이 최저임금의 인상이 현재의 고용부진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을까? 사실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나 보수 진영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의 고용 사정을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서 검토해 보고, 고용 지표의 부진을 낳은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악화되는 고용 지표

보수 진영이 고용 참사의 대표적인 지표로 내세우는 것이 월별 취업자 수 증가 폭의 급격한 둔화다. 통계청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고용 통계(e-나라지표)에 따르면,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취업자가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서 매달 최소 30만 명 이상 증가했는데, 2018년 2월 들어서부터 그 수치가 10만 명대로 떨어지더니 7월에는 5,000명 수준으로 급락했고 8월에는 3,000명으로까지 하락했다. 이것이 보수 언론이 말하는 ‘고용 참사’의 대표적인 지표다.

보수 진영이 이 지표를 유난히 강조하는 이유는 이 지표가 사태를 실체보다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는 착각을 가져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월별 취업자 증가 수는 앞 달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전년도의 같은달과 비교한 수치를 말한다. 따라서 2017년에 매달 취업자가 평균 30만 명 이상 증가했다는 말은 2017년을 합쳐서 360만 명 이상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2017년 특정 달의 취업자 수를 2016년 같은 달의 취업자 수와 비교했을 때, 취업자 수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12월을 기준으로 한다면, 2017년 취업자수는 2016년에 비해서 25만 7천 명이 늘어났다.

물론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취업자 수의 증가가 둔화된 것은 분명하다. 2018년 1월의 경우 2017년 1월에 비해 취업자가 33만4천 명이나 많았는데, 2018년 8월의 경우 2017년 8월에 비해 불과 3,000명 많은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보수 진영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같은 정부 정책 원인 이외에 고용 지표의 악화를 설명할 길이 없다”라고 주장한다(「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붕괴」, 『중앙일보』 2018년 9월 13일). 보수 언론은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까지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돌린다(「KDI, 정부와 다른 ‘고용참사’ 결론」, 『조선일보』 2018년 9월 13일). 논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노동시간 단축이 고용을 감소시켰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보수 진영은 고용 부진을 빌미로 문정부가 추진한 정책 전반을 문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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