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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론과 디지털 전환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1. 문제의 제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된 계기는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상을 이 용어로 기술하면서부터다. 이 용어는 그 이후 정부, 기업, 학계, 언론 등이 널리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2016년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결해 승리하는 사건이 이 용어를 받아들이는 큰 계기가 됐다. 2017년 9월에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했다.

반면, 이 용어가 현재와 임박한 미래의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특별히 생산성 지표에서 ‘산업혁명’에 준하는 변화가 진행 중이거나 임박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반론도 끊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반론은 주류 경제학계 내부에서 터져 나왔지만, 기왕의 수많은 정보화 담론이 지닌 친자본 반노동의 정치적 효과를 비판해 왔던 좌파 세력도 4차 산업혁명론에 대한 냉소적 기류에 일조해 왔다. 기술 변화가 노동시장 유연화, 산업 구조조정 등 노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기술 변화의 불가피성으로 설명하며 이에 대한 적응을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서사로 그동안 정보화 담론이 기능해 온 것은 어느 정도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기본소득운동 진영은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신자유주의 불안정노동체제를 심화시키는 측면에 주목하면서 이를 과거의 복지국가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근거의 하나로 강조하고자 했는데, 이들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별다른 비판적 검토없이 수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론이 제기된 과정과 그에 대한 찬반 입장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정리해 보았다. 사회과학적 개념으로는 ‘4차 산업혁명’보다는 ‘디지털 전환’이 더 적합한 용어다. 그러나 용어와 개념에 집착하다 디지털 전환의 내용과 성격에 대한 분석, 새로운 좌파 대응 전략을 방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2. 4차 산업혁명론의 전개

1) 세계경제포럼의 4차 산업혁명론

슈밥의 4차 산업혁명론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6년 다보스포럼의 연설이었다. 슈밥의 4차 산업혁명론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현재의 “전환이 3차 산업혁명의 연장이 아니라 그것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4차 혁명의 도래를 대표하는 세 가지 이유”는 전환의 속도, 규모, 시스템 충격이다. 변화는 전례 없이 “기하급수적”이며(속도), 그 파괴적 영향은 “모든” 산업에 걸쳐 있고(규모), 이 변화의 폭과 깊이가 생산, 관리, 거버넌스 시스템의 “완전한” 전환을 알린다는 것(시스템 충격)이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디지털적, 생물학적 경계를 흐리는 융합”에 의해 촉진된다.

슈밥 역시 역대 산업혁명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분류하고,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의 기반 위에서” 구축된다고 본다. 따라서 그에게 “융합”은 4차를 3차와 구별 짓는 중요한 특징이다. 그리고 그 역시 역대 산업혁명의 핵심인 “생산성 혁신”을 거론한다. 교통과 통신비가 떨어지고 물류와 글로벌 공급 체인은 더 효율적이 되어 교역 비용이 감소하여 이것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이 생산성 혁신은 “미래로in the future” 유보되어 있고, 이 미래의 시간적 원근은 제시되지 않으며 그저 이미 진행 중이거나 임박한 것으로 전제된다.(Klaus Schwab, 2016. 1. 14.)

슈밥의 다보스포럼 연설로부터 며칠 뒤 세계경제포럼 집행위원회위원이자 사회혁신팀장인 니콜라스 다비스는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Nicholas Davis, 2016. 1. 19)라는 글을 게재한다. 그러나 제목에서 기대하는 것과 달리 그의 4차 산업혁명 개념 정의는 슈밥 회장의 그것보다 더 빈약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가상-현실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s(CPS)의 출현”으로 묘사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사회에, 심지어 인간의 몸에 내장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대표하는데, 게놈 편집, 새로운 형태의 기계 지능, 혁명적 소재, 블록체인과 같은 암호화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신기술들이다. 이것이 개념 정의의 전부이고, 나머지 논의들은 4차 산업혁명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들로 채워져 있다.

CPS는 원료, 생산, 물류, 서비스, 제품 등 상품 생산 전체 과정을 내장형 시스템embedded system을 통해 네트워크화한 생산 시스템을 말한다. CPS는 2007년 8월 미국에서 대통령과학정책자문위원회 권고에 따라 주요 연구 분야로 지정됐고, 제조업 기술혁신 전략인 독일의 산업 4.0 전략에서는 스마트 공장 체계의 핵심적인 기술 동인이다(현대경제연구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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