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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주노동자의 죽음

고영란

위험한 일에 내몰리는 현실

지난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인한 스물네 살 김용균 씨의 죽음은 원청과 하청, 간접고용 등으로 최소한의 인원만 일터에 투입하는 용역 회사 노동자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주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반지가 갖고 싶었던 김용균 씨에게 택배가 도착했지만, 반지의 주인공은 세상을 떠나고 그의 꿈과 낭만은 유품으로 남았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전국의 또 다른 ‘김용균’들이 컵라면과 팻말을 들고 연말에 추모 행사와 촛불행진을 하게 된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증언도 계속되면서, 전봇대나 옥상, 난간 등에서 혼자 일하는 인터넷 설치 기사, 여름철에 실내 온도 40도가 넘는 조리실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은 ‘다치거나 아프면 대부분 자기 부담으로 치료해야 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려는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분야 등에서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어떨까?

한국에 처음 온 이주노동자들은 우선 한국어로 의사를 소통하는 것이 가장 답답하고 힘들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려면 한국어 능력 시험을 치르고 합격해야 하지만, 실제로 타국에 와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몸이 아프거나 사고로 다쳤을 때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에 온 지 6개월 미만인 이주노동자들에게 특히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언어’와‘ 일의 숙련도’ 부분에서 미숙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세한 제조업체의 경우, 안전 교육이 체계화되어 있지도 않고, 낡은 기계와 장비를 교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공장 가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재해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사업주 쪽에서 위험에 대한 주의를 충분히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사고가 나기도 한다.

2017년 5월 경북 군위 등에서 축사 정화조를 청소하던 중국, 네팔, 태국 출신 노동자 네 명이 사망한 사건은 이런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사업주들은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분뇨 유해 가스 농도를 측정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피해 상황을 조사한 한 자료(『2017 경기도 외국인 산업재해자 실태 조사』,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 의하면,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들 중 산재보험에 따른 보상을 신청한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가 52.9%에 해당하고,  이들 중에 산재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한 경우는 36.4%에 해당했다. 산재를 당했음에도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신청할 수 있는지 몰라서”(36.1%), “불법체류·불법고용이 드러날까 봐”(12.5%), “신청하지 않겠다고 사업주와 약속해서”(5.6%) 등으로 나타났다.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들은 치료나 요양이 끝난 뒤에 계속 일하는 경우가 64.4%였고, 그중에서 70.9%는 사고가 났던 사업장으로 복귀했다. 산재 치료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나 요양이 종결되고(45.7%), 사업장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본래 일하던 사업장으로 돌아가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

한편, 고용노동부에서 집계한 『2012~2017년 이주노동자 재해 현황』을 보면, 5년 동안 산재로 이주노동자 511명이 사망했다. 숫자상으로만 파악되는 이들의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통계에 나오지 않은 인원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고영란
르포 작가, 프리랜서 편집자,『우린 잘 있어요, 마석』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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