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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왕자와 천장의 눈

임영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종교에는 도덕성을 떠받치는 강력한 힘이 작용한다고 믿는 듯하다. 이런 생각을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에서 엿볼 수 있다. 커다란 방에 이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이 설치되어 있다고 상상해 보자.

방 중앙의 작은 테이블 위에 아름답고 멋지고 난해한 예술 작품이 놓여 있다. 다채로운 색깔의 온갖 손잡이와 황금빛 지렛대, 반짝이는 크리스털, 은빛의 공, 귀여운 종, 스파이크가 박힌 바퀴, 붉은 바큇살, 부서지기 쉬운 나뭇가지, 거미집처럼 얽힌 철사 등이 상상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사이키델릭한 형태로 배열되어있어서 정말로 화려해 보인다. 그런데 이 작품은 손상되기 쉬운데다 유일한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필 주커먼, 『종교 없는 삶』, 43~4쪽.)

이제 이 방에 아홉 살짜리 어린이를 들여보내야 한다. 부서지기 쉬운 이 작품에 손 대지 않고 잘 보고 나올 수 있도록 미리 당부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우선 처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처벌과 보상으로 아이의 마음을 다잡는 방법이다. “방에는 너 말고 아무도 없을 거야. 하지만 예술 작품을 건드리면 안 돼. 아주 섬세하고 부서지기 쉬운 데다 하나뿐인 작품이거든. 또한 천장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이 구멍으로 교장 선생님이 널 살펴볼 거야. 선생님의 눈이 내내 널 지켜볼 거야. 만약에 네가 작품에 손을 대면, 선생님이 그걸 보고 단단히 화가 날거야. 그래서 네가 방에서 나오면 큰 벌을 내릴 거야. 하지만 네가 작품을 건드리지 않고 방에서 나오면 네게 멋진 상을 주실 거야.”

천장에 난 작은 구멍으로 지켜보는 “교장 선생님”에서 하느님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하느님이 늘 지켜보는 가운데 벌을 피하고 상을 받기 위해 우리가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지어낸 짧은 이야기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나리오를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길 듯하다. 사실, 필 주커먼이 여러 무신론자를 인터뷰하면서 들은 이야기 가운데 63세의 소냐라는 여성이 들려준 것이라고 한다.

소냐는 똑같은 상황에서 방으로 들어갈 어린이에게 이렇게 당부할 수 있다고도 한다. 좀 더 세련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방에는 너 말고 아무도 없을 거야. 하지만 예술 작품을 건드리면 안돼. 아주 섬세하고 부서지기 쉬운 데다 하나뿐이 작품이거든. 손을 대면 사고로 부서지거나 얼룩이 묻을 수도 있어. 작품이 달라질 수도 있지. 작품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면 다른 아이들은 본래의 작품을 못 보게 될 수도 있어. 물론 네가 작품에 손을 대서 작품이 사고로 망가져도, 우린 널 벌하지는 않겠지만 굉장히 슬플 거야. 그래서 네가 작품을 건드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

“천장의 구멍”을 통해 지켜보는 신 없이도 얼마든지 도덕적 행동이 가능하다는 무신론자의 태도를 보여 준다. 예술 작품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기 때문에 처벌이나 보상 없이도 도덕적 행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시나리오다. 무신론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해피엔딩을 기대하겠지만, 모든 인류 문화에 오랫동안 갖가지 종교가 번성하는 것을 보면 그저 작은 소망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개구리 왕자」를 읽으며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일

종교 현상이 다양한 만큼이나 종교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 또한 다양하다. 곤혹스러운 자연현상이나 사물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서, 아니면 악과 고통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종교가 필요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필연적으로 종교적 설명이 필요하다거나, 불안을 잠재우며 안락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종교가 생겨났다는 설명도 있다. 또 사회질서를 세우거나 도덕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종교가 생겨났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게 아니라 그저 이성이 잠들어 있어서 그런 미신에 매혹되었을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설명들이 모두 일리가 있고 종교의 다양한 효과를 잘 설명해 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근본적인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종교의 뿌리가 깊은 만큼, 종교적 심성은 우리 마음에도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어떤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종교를 쉽게 받아들이고 전파하게 하는 우리 마음의 작동 방식에서 종교의 기원을 찾는 학자가 있어 읽어 보았다. 이번 글은 파스칼 보이어가 쓴 『종교, 설명하기』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심리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파스칼 보이어는 카메룬에서 인류학 현지 조사를 하면서 팡족의 전통 종교를 연구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우선, 널리 알려진 민담 가운데 「개구리 왕자」를 떠올려 보자.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여자아이들이 개구리와 공주가 뽀뽀하는 장면에서 “아이, 징그러워!” 하며 얼굴을 찌푸리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개구리가 왕자였다니, 참 신기한 이야기네.’ 하고 이야기에 끌렸던 것 같다. 그런데 나나 여자아이들이나 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듣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개구리가 공주가 연못에 빠뜨린 황금 공을 찾아줄 테니 결혼해 달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더 이상 개구리는 개구리가 아니라 사람처럼 여겨지게 된다. 그 뒤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해도 전혀 거부감 없이 스토리를 따라가게 된다. 개구리가 어떻게 말을 하고 결혼해 달라고 하고 같이 음식을 먹게 해 달라고 하며 같은 침대에서 잘 수 있게 해 달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조차 들지 않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다.

더 이상 개구리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개구리로서의 특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폴짝폴짝 뛴다든지 피부가 끈적끈적 하다든지 하는 특성을 우리는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러니 개구리가 뽀뽀하는 장면에서 “아이, 징그러워!” 하는 반응을 보인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여담이지만, 다시 읽어본 그림 형제 판본에서는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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