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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지 않은 생일, 전교조 30돌

임성용

참교육의 깃발을 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투경찰과 백골단을 동원한 무장 병력으로 민주주의를 짓밟던 전두환과 노태우 군사 쿠데타 세력에 맞서 이뤄낸 1990년의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와 1995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창립 과정에서 전교조의 역할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교원 노조가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한 1986년에 「교육민주화 선언」을 이끌었던 교사들은 1987년 6월항쟁의 열기를 “교육민주화 실현”으로 되살렸다.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참교육 실현, 사립학교 민주화, 교육 악법 개정 투쟁에 나선 교사들은 1989년 5월 28일 전교조를 창립했다. 법외노조였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며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42명의 교사를 구속하고 1,527명의 교사를 파면 또는 해임하는 등 강경하게 탄압했다. 그중 1,329명만이 1994년 3월에야 교단으로 복귀했다.

합법성 쟁취 투쟁 10년 만인 1999년 7월 1일, 마침내 전교조는 합법화됐다. 민주당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같은 해 7월, 조합원 6만2,654명으로 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합법적인 노조로서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전교조는 노동법이 아닌 특별법에 따라 합법화됨으로써 애초부터 일반적인 노조와 동등한 권한을 갖지 못했다.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단결권, 단체교섭권만을 갖게 되었다. 쟁의 행위는 금지되고 조합원 자격도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과 유치원 교원은 포함하되 대학교수는 제외되었다. 또한 전국 단위와 시도 단위의 조직은 허용되지만 학교 단위의 노조는 설립할 수 없었다.

공문 한 장으로 박탈당한 합법성

노조와 관련된 현행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이 세 가지 가운데 「노동조합법」은 일반법이고 나머지 둘은 특별법이다. 교원은 특별법인 「교원노조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이 법에서 규정하지 않는 사항은 「노동조합법」, 즉 일반법의 적용을 받는다. 교원은 국공립학교에 속하더라도 국가공무원이긴 하지만 「공무원노조법」의 적용은 전혀 받지 않는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교원노조법」 제2조와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었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조합원의 자격을 재직 중인 교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 받은 후 ……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바로 이 법률 조항에서 심각한 충돌이 발생한다. 「교원노조법」 제2조의 조합원 자격 규정은 실업자나 해고자들도 조합원이 될 수 있는 「노동조합법」에 배치된다. 특히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담긴 ‘행정관청 시정 요구’와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다는 규정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결정하게 한 핵심적인 조항이었다.

이 조항들로 인해, 이미 설립신고를 하고 활동하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해 행정부는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었다. 더구나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시행령이 노동조합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 같은 모순된 법률이 정부와 전교조의 법외노조 다툼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전교조는 해당 조항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자 조합원 인정’ 등 5개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했고 전교조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듬해인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했다. 팩스로 날아온 공문 한 장으로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가 되고 말았다. 6만 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노동조합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박탈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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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용
화물 운수 노동자, 시인. 시집으로 『하늘공장』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뜨거운 휴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