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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AB5와 플랫폼 노동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노동 중개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저에서 흔드는 법안이 지난 7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 고용위원회를 통과했다. AB5법(Assembly Bill 5)는 대다수 주문형(on-demand)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s)*의 법률상 지위를 현재의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에서 “피고용인(employees)”으로 분류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 법안이 현재와 같은 내용으로 최종 발효된다면, 우버(Uber), 리프트(Lyft), 태스크래빗(TaskRabbit) 등의 주문형 노동 중개 플랫폼은 적어도 캘리포니아에서는 존폐 기로에 설 전망이다.

AB5는 기업이 노무를 제공받을 때 ‘ABC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법률상 노무 제공자가 “피고용인”이 아니라 “독립 계약자”임을 인정한다. ABC 테스트는 2018년 4월 캘리포니아 대법원 판결**에 기초하고 있다. 이 판결은 미국 전역에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고 회사 다이나멕스(Dynamex)가 회사의 직원으로 일해 오던 배달 기사들을 2004년 모두 독립 계약자로 전환하면서 직원들이 2005년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캘리포니아 대법원의 다이나멕스 판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법원은 항소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들의 피고용인 지위를 인정하면서 2010년 캘리포니아 대법원의 마르티네스 판결***에서 나온 “고용”에 관한 세가지 정의에 의존했다. 마르티네스 판결에서 대법원은 고용을 (1) 시간, 임금 또는 노동조건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2) 노동을 감내하도록 하거나 허용하며, (3) 계약을 맺어 보통법의 고용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와 같은 포괄적 정의에 따를 경우 원고들의 피고용인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불가피했다. 이에 대해 원고 다이나멕스는 마르티네스 판결에서 나온 정의 (2)와 (3)은 누가 피고용인의 ‘공동’ 고용주(joint employer)인가를 정하는 데 적용될 뿐 원고들의 노동자성 인정 여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피고는 그 대신 정의 (2)와 (3)은 보렐로 테스트****로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SheppardMullin, 2018년 5월 1일).

보렐로 테스트는 고용관계의 존부를 열두 가지 지표를 종합하여 제시한다. 그러한 지표로는 △ 노무 제공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해당 회사의 비즈니스와 구별되는지, △ 수행 업무의 수단, 도구, 장소를 회사와 노무 제공자 중에서 누가 조달하는지, △ 제공되는 노무가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지, △ 노무가 회사의 지시에 의해 수행되는지 또는 지시나 감독 없이 전문가에 의해 수행되는지, △보수의 지불 방식이 무엇인지, △노동 수행의 방식이나 수단의 측면에서 회사가 통제권을 갖는지 등이 있다(K. Van den Bergh, 2019).

보렐로 테스트는 이렇게 열두 가지 지표를 모두 고려하지만, 이러한 지표들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는 수행되는 노무에 대한 통제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로 모아진다. 보렐로 테스트는 다이나멕스 판결 이전까지 고용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많은 소송에서 인용돼 왔다. 확실히 마르티네스 판결에서 수립된 고용에 관한 정의는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정의 (2)와 정의 (3)을 고용관계 분석에 적용할 경우 원고의 피고용인 지위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추정컨대, 피고 다이나멕스는 원고와의 분쟁 요점을 수행되는 노무에 대한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로 좁히기를 원했고, 이것이 정의 (2)와 (3)에 의한 고용관계 분석에 보렐로 테스트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마르티네스 판결이 공동 고용주 분석에만 제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기각하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 “worker”는 자주 “노동자”로 번역되지만 영어권에서는 맥락에 따라 그저 “일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사업자 간 계약에 의해 노무를 제공하는 “worker”는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 또는 “자영업자(elf-employed)”를 의미하고, 고용계약에 의한 “worker”는 “피고용인(employees)”을 의미한다. 고용계약에 의한 “worker”에 상응하는 보편적인 한국어 용어는 “임금근로자”나 “임금노동자”다.

** Dynamex Operations West, Inc. vs. Superior Court of Los Angeles(2018).

*** Martinez vs. Combs, 49 Cal. 4th 35, 64(2010).

**** S. G. Borello & Sons, Inc. vs. Department of Industrial Relations, 48 Cal. 3d 341(1989) 판결에서 노동자성 인정과 관련해 수립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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