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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임영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책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세 권의 책은 무엇입니까?” 하는 다소 진부한 물음을 던지는 경우가 있다. 이 물음에 대해 “책이라고? 무인도에서? 뭐 하러?”(응우옌 후이 티엡) 이렇게 짐짓 딴죽을 걸 수도 있다. “이렇게 고약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스핑크스가 틀림없다.”(아멜리 노통브) 또는 “이 질문은 비인간적이다. 문학 유산은 대양의 방식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파트리크 샤무아조) 이렇게 책 좋아하는 마음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성경』과 셰익스피어는 제외해 달라는 단서를 달아도 기어코 이 두 가지를 목록에 포함시키는 작가가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묵직한 책, 두껍고 오랫동안 명성을 누려온 책들에 치우친 목록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단테의 『신곡』,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천일야화』 ……. 전 세계의 유명한 작가들이 무인도에 가져갈 책에 대한 답변이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에 실려 있다.

그런데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1712~1778)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떨까? 루소의 대답은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책이 있다면 단 한 권이 있는데, 내 생각에 그것은 가장 좋은 자연 교육 개론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 책은 나의 에밀이 읽게 될 최초의 책이 될 것이다. 그 책만이 오랫동안 그의 책꽂이에 꽂혀 있을 것이며, 그곳에서 품격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 도대체 그런 훌륭한 책은 어떤 책일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일까, 플리니우스의 책일까, 뷔퐁의 책일까? 아니다. 그것은 『로빈슨 크루소』다. (장 자크 루소, 『에밀』, 329쪽)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에서도 『로빈슨 크루소』를 꼽은 작가들이 더러 있지만, “무인도에 가져갈 책”이라고 듣는 순간 대다수는 『로빈슨 크루소』를 우선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다람쥐”하면 “도토리”가 떠오르듯이. ‘무인도에서 홀로 사는 삶은 로빈슨 크루소의 삶이다. 무인도에 가져갈 책은 로빈슨 크루소가 되어 읽는 책이다.’ 작가 대부분의 의식 속에는 이런 생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주저 없이 『로빈슨 크루소』를 첫째로 꼽았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섬에서 혼자서 모든 일을 하나 하나 척척 해결해 나가는 로빈슨 크루소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있으면 어쩐지 나도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고, 로빈슨 크루소처럼만 하면 못 살 것도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루소가 열두 살의 에밀이 읽어야 할 유일한 책으로 『로빈슨 크루소』를 꼽은 이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워낙 재미있어서 에밀에게는 좋은 “오락거리”가 될 것이다. 거기에다 “교육거리”의 역할을 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루소는 『로빈슨 크루소』를 읽는 에밀이 이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그가 그 책에 심취하여 끊임없이 저택과 염소와 식물에 대해 생각하며, 책에서가 아닌 사물을 바탕으로 하여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상황에 처할 경우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자세하게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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