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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선언과 해방적 기본소득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기본소득이 낯설고 새로운 생각이 아니라 제법 오래된 역사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은 두 가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말 그대로 기본소득 아이디어에 ‘역사적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공적 지위를 얻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부상한 구체적 맥락을 검토하게 함으로써 이 아이디어가 진전하는 조건과 이를 가로막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끝머리의 주에 나와 있는 것처럼 2018년 5월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제출되고 승인받은 것이다. 이 선언은 독일기본소득네트워크 내의 워크그룹인 “디지털화? 기본소득!”이 작성한 것이다. 「선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기본소득 논의가 크게 퍼진 배경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화이며 그런 배경 속에서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 가운데 일부가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기본적인 동기는 파괴적인 기술 진전 속에서 일자리 없는 미래는 불가피하므로 고용 노동과 무관한 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침 기본소득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무조건성이기 때문에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디지털화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디지털화가 기본소득 논의에 유리한 지형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도리어 이 지형이 “왜곡된” 기본소득의 논의와 도입을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해방적”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디지털화에 대응하자는 일종의 출발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어 원문영어 번역본은 각각 https://digibge.wordpress.com/2018/06/13/unser-positionspapier-2/https://digibge.wordpress.com/digitalisation-basic-income/에서 볼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해방적 접근의 가능성

지난 2년 사이에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변화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와 경영자 들은 이제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환영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독일의 정보기술 부문의 일부 사용자와 과학자 들도 이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한 가지 주요한 근거는 경제의 디지털화가 확대되면서 지불노동이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경제와 상관없이 기본소득을 지지한다. 생계 및 사회 참여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장은 인권이다. 이것은 사회에서 디지털경제가 발전하는 것과 무관한 일이다. 해방적인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의 한 형태이지 유일한 선택 사항은 아니다.

급격한 디지털화는 새로운 노동관계를 창출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을 촉진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언제 도입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장래에는 누군가가 매일 아침 사무실이나 공장에 출근해서 전날과 같은 일을 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노동”은 점점 없어질 것 같다. 디지털화는 사람들의 삶을 더 쉽게 만들고 더 자기결정에 의거하게 만드는 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노동하는 것을 옹호하려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지불노동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며, 기계가 가져가는 노동 하나하나는 자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 내의 디지털화는 노동을 더 압박하고 사회를 덜 안전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기본소득 논쟁과 상관없이 이런 경향에 반대한다.

글로벌 디지털자본주의가 무조건적 기본소득을 의제로 올리면서 해방적 기본소득운동 지지자들은 여기에 답할 필요가 생겼다. 우리의 관점에 따라 해방적 효과를 보장하기 위해 성취하려고 하는 그런 기본소득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해방적 기본소득으로 가는 길에서 이 아이디어를 함께 실현할 수 있고 실현하기를 원하는 우리의 동맹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적 개념에 입각한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삶Buen Vivir을 가능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다른 변화와 함께 다수의 삶의 조건을 개선할 때에만 기본소득은 바람직하다. 사회적 발전을 평가하는 우리의 기준은 모든 인간의 좋은 삶의 증대이며, 여기에는 자유와 연대, 자기결정과 기본적인 인간적 필요의 무조건적 보장이 포함된다. 기본소득으로 가는 어떤 발걸음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거기에는 광범위한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 정치적 영향력과 방향에 종속되어 있는 기술 발전으로서의 디지털화에도 동일한 것이 적용된다. 기본소득의 글로벌 차원은 기본소득이 글로벌 프로젝트로 간주되어야 하고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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