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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는 과연 말발로 강동 6주를 얻었을까?

신석준신의한술TV

 

꿇어라! vs. 배 째라!

993년 음력 윤 10월 3일, 양력으로는 11월 19일. 서희는 소손녕이 이끄는 거란군 진영으로 갑니다. 고려를 침공한 거란군과 협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거란군과 고려군은 석 달 동안 1승 1패를 주고받은 상황이었습니다.

소손녕은 쉽게 서희를 만나 주지 않습니다. 기 싸움이죠. 사서에는 “나는 큰 나라(요나라)의 귀한 사람이니, 마땅히 뜰에서 절해야 한다”라고 점잖게 적혀 있지만, 한마디로 “꿇어라!”입니다.

그러나 서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신하가 군주에게 아래에서 절을 올리는 것은 예의지만, 두 나라의 대신이 서로 만나는데 어찌 이와 같이 할 수 있겠소? ( 『고려사』, 「서희열전」)

본격 협상 전에 상견례 절차를 협의하기 위해 두세 번이나 왔다갔다 했지만, 소손녕은 완강합니다. 그러자 서희가 성질을 내고 누워 버립니다.

서희가 노하여 돌아와 관사에 드러누운 채 일어나지 않았다. (『고려사』, 「서희 열전」)

“배 째라”였습니다. 배 째라고 드러누운 사람을 제압하려면, 진짜로 배를 째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서희 배를 진짜로 쨀 생각이 없었던 소손녕은 결국 기 싸움에서 밀리고 맙니다.

이후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여러 번 나옵니다. 외교의 달인 서희가 기막힌 언변으로 싸움도 없이 80만 대군을 물러가게 했고 강동 6주까지 덤으로 얻었다고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서희는 무슨 말을 했기에 거란군을 물러가게 하고 영토까지 확장했을까요? 소손녕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협박을 일삼다가 왜 순순히 철군했을까요? 땅까지 내주면서 말입니다. 당시 회담의 당사자였던 서희와 소손녕의 이력을 조금 자세하게 살펴보면서 진실에 접근해 보겠습니다.

먼저 서희입니다.

서씨네 염윤廉允이

『고려사』의 「서희 열전」에는 서희의 이력뿐 아니라, 서희의 할아버지, 자손들 이야기를 상당히 자세하게 적어 놓았습니다. 일단 눈에 띄는 사람은 서희의 할아버지 서신일徐神逸입니다.

서신일은 시골에 살았다. 사슴이 도망하여 그에게 의탁하므로 서신일이 화살을 뽑고 숨겨 주었다. 사냥꾼이 쫓아왔으나 잡지 못하고 돌아갔다. 꿈에 신인이 나타나 감사하며 말하기를,“ 사슴은 바로 내아들입니다. 공 덕분에 죽지 않았으니, 공의 자손으로 하여금 대대로 재상이 되게 하겠습니다.”라 하였다. 서신일은 나이 80에 서필을 낳았다. 서필, 서희, 서눌이 과연 이어서 재상이 되었다. (『고려사』, 「서희 열전」)

이제현의 『역옹패설』(1342)에도 거의 같은 이야기가 전합니다. 아마 만들어진 이야기겠지요. 요즘도 집안마다 ‘우리 집안 시조 ○○ 할아버지는 말여∼’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구수하게 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재미는 있는데 그냥 믿어 주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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