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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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망각을 위하여

해가 바뀌는 것이 자연적인 변화와 아주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인위적인 구분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 덕분에 우리는 기억과 망각, 성찰과 구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시대』 독자들에게 기억과 망각, 성찰과 구상은 어떤 것일 수 있을까? 기억할 만한 것은 기본소득이 한 번 솟구쳐 올랐다 사라진 의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치적, 정책적 차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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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익는 냄새에 홀린 토끼

임영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 국민학교 들어갈 즈음에 할머니께서 낡은 책상을 하나 얻어 오셨다. 어머니, 아버지 모두 타지로 돈 벌러 나가시고, 할머니, 나, 동생 이렇게 셋이서 둘째 이모네 밧거리(바깥채)에 살 때였다. 쫓기다시피 막 돌아온 고향이라, 살림살이라곤 이불 몇 채가 전부인 단칸방이었다. 단칸방에 낡은 책상이나마 떡 하니 놓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누런색 합판을 대고 만든 싸구려 책상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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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상인의 기원

양정필 제주대학교 사학과 교수 오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집단 생소할 수 있는 경제의 역사를 안내해 줄 사람은 개성상인이다. 개성상인은 중·고등학교 역사책에 나올 만큼 유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개성상인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단 몇 줄에 불과하여서 개성상인의 존재는 알지만 그들의 장구한 역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개성상인은 오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큰 전쟁을 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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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격 케인스주의와 부동산 정책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지난 9월 13일 「주택시장안정대책」 발표 이후, 가팔랐던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9·13 대책의 투기 수요 차단 실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동산 하락폭 둔화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보다는 올해 들어 세 차례나 있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미래 경제 예측에 더 큰 영향을 받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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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와 산부인과 의사들의 임신중절 거부 사태

임석영 가정의학과 전문의, ‘행동하는 의사회’ 전 대표 우리나라 낙태 현황 및 법률 현황 우리나라는 법률적으로 낙태를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형법」은 “낙태의 죄”를 별도의 장(제27장)으로 명시하여 제269조, 제270조에서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와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에서는 불가피한 다섯 가지 경우, 임신 24주일 이내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 외의 낙태는 현행 법률에 따르면 불법이다. 그렇다면 실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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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위기의 경고음이 울리는 이유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최근 들어 또 한 차례 세계금융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올해 봄부터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아르헨티나와 파키스탄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10월 초에는 국제통화기금까지 새로운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직접 경고했다. 더군다나 2018년이 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1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금융위기 10년 주기설’까지 퍼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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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악에 맞서는 정의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보면서 악의 진화를 알아차리고 악의 평범성 혹은 평범한 악에 대해 논구했다. 평범한 악은 추악하거나 기괴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종교적 악과 달리 범속하고 일상적이다. 아렌트는 평범한 악에 맞서 개별적 감수성인 양심을 내세운다. 아렌트 이후 악의 평범성 혹은 평범한 악은 어느덧 상식이 되었다. 우리와 한참 떨어져 있는 거대한 악만큼이나 일상 속에 악이 스며들어 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