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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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단과 적폐

  마지막 달에 내는 잡지의 머리글이니 짧게라도 올해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올해’란 2017년 1월부터가 아니라 촛불이 시작된 2016년 10월 말부터 지금까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드러난 직후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사람, 재단, 기구 따위의 이름을 제외하면 아마도 “농단”일 것이다. “국정 농단”이라는 어색한 표현에서 ‘농락籠絡’을 떠올린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농단과 농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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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확장과 ‘혁명적 개혁’

  지난 10월 20일에 있었던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의 공론 조사 결과 발표 및 최종 정책권고안 제시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탈핵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이중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장 문제가 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의 중단과 재개에 대해서는 시민참여단의 59.5퍼센트가 건설 재개에 찬성표를 던져 신고리 5, 6호기는 한국 원자력발전소의 대열에 합류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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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의 자유와 존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작년 가을과 겨울, 사람들은 광장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게 나라냐?” 이 외침은 근대의 정상 국가에 대한 열망을 담고 있으며, 한국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났던 통치의 양상에 대한 조소를 띠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위기(?)는 국가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낳을 수밖에 없다. 국가라는 것의 논리는 무엇인가? 여기서 국가는 물론 정상 국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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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민주권 시대, 새로운 사회 구성의 연대를 위하여

  1848년혁명 당시 민주파의 지도자였던 르드뤼-롤랭Ledru-Rollin은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써 현대 대중 정치의 중요한 측면을 드러냈다. “나는 저들의 지도자다. 나는 저들을 따라가야 한다.” 물론 좀 더 근본적인 사회변혁을 원하던 사람들은 그의 이 말을 조롱거리로 삼기도 했으며, 이를 가리키는 꽤 오래된 말이 있다. 대중 추수주의! 하지만 계몽, 이성, 지도라는 말로 행해졌던 참혹한 20세기의 사건들을 뒤로 한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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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안식을 위하여

  지난 5월 9일 이후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행복감과 만족감 속에서 살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물론 당장은 환상적인 것이긴 하지만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고 최소한 ‘정상화’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눈앞에서 당장 바뀌는 것이 없어도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 혹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을 조급증과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이제 겨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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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에서 시대로

이 지면의 제호를 “좌파”에서 “시대”로 바꾸는 것이 좌파의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의 자유와 평등, 진정으로 인간적인 삶에 대한 좌파의 요구가 어떻게 소멸할 수 있겠는가? 가장 급진적인 것이 가장 인간적이라고 말하는 좌파의 근거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좌파”라는 제호를 뒤로 한 것은 이 기호가 그런 가치에, 최소한 한국에서는, 값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