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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

임영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

저 아랫동네 누구네 집에서 상량식이 열린다고 했다. 초가집이 하나둘씩 신식 집으로 바뀌던 70년대 초의 일이다. 어린 나이에 상량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 말뜻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새집이 번듯하게 세워진 것을 축하하며 잔치를 벌이는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튼 상량식이 뭔지는 몰라도 떡과 고기를 얻어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상량식이 열리는 곳으로 몰려갔다.

벌써 집 마당에는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번듯한 집은 보이지 않고 기둥 뼈대만 서 있었다. 수수깡으로 만든 집처럼 벽도 문도 없이 얼개뿐이었다. 집을 이제 막 짓기 시작한 것 같은데 중요한 행사로 여겨지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잔치 음식이 많이 나올 것 같지 않는 작은 불안감도 한편에 있었다.

왁자지껄한 가운데 어떤 아저씨가 높은 보 위에 앉아 있었다. 차림새로 보아 집 짓는 목수처럼 보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하얀 광목천을 몸에 휘감고 있었다. 두 다리를 벌리고 보 위에 앉아 있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운데 쪽으로 오려는 것 같았다. 높이가 2미터를 넘는 곳이라 앉아 있기만 해도 아찔할 텐데 양손을 앞으로 짚으며 천천히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높은 보 위에서 움직이는 목수를 향해, 잘 버틴다, 무서워 떠는 거 아니냐, 하는 농담을 던지는 아저씨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농담에도 그저 가볍게 웃어넘기며 목수는 침착하게 움직여 얼추 가운데에 이르렀다. 몸에 두른 광목을 풀어 보를 몇 번 휘감은 뒤 양 옆으로 늘어뜨렸다. 아래 있던 아저씨가 광목 끝을 잡아 양쪽에서 넓게 펼쳤다. 그런데 그때 보 위에 있는 목수는 큰 닭 한 마리를 잡고 있었다. 몸에 두른 광목 안에 닭을 넣고 왔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건네준 것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높은 곳에 있는 목수에게 닭을 건네주려면 또 한 사람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할 테니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내 기억에는 조금씩 움직이던 목수가 어느 순간 닭 한 마리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 칼을 든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마 그 다음에 무슨 제문 같은 것을 읽는 그런 순서가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날 상량식의 하이라이트는 희생 제의를 치르는 것으로 끝났다. 목수 혼자서 닭 모가지를 댕강 자르고, 붉은 피가 하얀 광목에 뿌려지고, 머리 잃은 닭이 피를 흩뿌리며 하얀 광목으로 날아가고.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

엘리아데의 『성과 속』을 읽으며 떠오른 기억이다.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1907~1986)는 루마니아 출신의 종교신화학자인데 20세기 사상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엘리아데가 보기에 인간은 태생적으로 종교적 인간이다. 그런 “종교적 인간에게 공간은 균질하지 않다.” 어떤 공간이든 성스러운 공간과 속된 공간으로 구별하여 인식하게 된다. “공간 내부의 단절과 균열을” 몸으로 느끼며 사는 존재가 종교적 인간인 것이다. 성스러운 공간은 “힘이 있고 의미가 깊은 공간”이고, 성스럽지 않은 공간, 즉 속된 공간은 “일정한 구조와 일관성이 없는 무형태의” 공간이다.

이런 공간의 구분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문지방이다. 어렸을 때 문지방에 올라서거나 걸터앉을 때는 물론이고 그저 문지방을 밟고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할머니에게 호되게 혼이 난 경험이 있다. 왜 이처럼 문지방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엘리아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집의 문지방을 넘어갈 때에 행하는 의례는 많다. 문지방을 향하여 절을 하거나 몸을 엎드리거나 경건하게 손을 대는 등의 여러 가지가 있다. 문지방에는 외적의 침입뿐 아니라 악마나 페스트와 같은 질병을 가져오는 힘의 침입을 방지하는 수호신 혹은 수호령이 거주하고 있다. 문지방 위에서 수호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고대 동양 문명(바빌로니아, 이집트, 이스라엘)에서는 판결의 장소를 문지방 위에 두기도 하였다. 문지방과 문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간 연속성의 단절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점에서 중대한 종교적 의미를 볼 수 있는데, 왜냐하면 문지방과 문은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의 이행의 상징이자 매개자이기 때문이다.
(엘리아데, 『성과 속』, 58쪽. 강조는 원문)

성과 속을 가르는 문지방의 의미는 오늘날의 교회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흔히 교회는 성역聖域으로 여겨지는데 교회의 문지방을 통해 공간의 연속성이 단절된다. 이런 교회의 문지방을 엘리아데는 “두 세계를 구분하고 분리하는 한계이자 경계선이고 국경인 동시에 그러한 세계들이 서로 만나고 속된 세계에서 성스러운 세계로 이행할 수 있는 역설적인 장소”라고 말한다. 성역은 신들이 지상으로 강림하는 곳이기도 하고 “인간이 상징적으로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천상계로 올라갈 수 있는 문이 있어야 한다.

엘리아데가 보기에 “종교적 인간”은 이런 성스러운 공간에 살고자 하는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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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으로 돌아가다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원직 복직 합의

임성용

서른 번째 죽음을 안고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대한문 앞에는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가 있었다.

서울 시청역 2번출구, 지하철에서 나와 대한문 쪽으로 걸어가면 덕수궁 돌담 곳곳에 여러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고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서른 번째 죽음을 추모하며”라는 글귀였다.

“여기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죽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죽음을 맞는 또 하나의 죽음, 또 한 사람 위에 쌓인 또 한 사람의 죽음들이었다. 무려 서른 명의 목숨이 잿빛으로 사라지는 동안, 국가와 사회는 어떤 짓을 저질렀던가?

국가는 노동자의 삶을 처절하게 짓밟았고 사회는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마저 외면했다. 그 쓰라리고 참담한 세월은 정리해고, 국가 폭력, 사법 살인으로 이어진 잔인한 시간이었다.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에 9년이라는 길고 긴 죽음의 터널 속에서, 순박하게 살아온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죽어 갔다. ‘쌍용자동차 희생자 시민분향소’에는 영정으로 남은 희생자들이 열 명, 스무 명, 서른 명까지 늘어났다. 분향소는 22번째 희생자가 생기면서 대한문 앞에 설치되었고 1년 7개월 동안 농성을 벌였다.

2013년에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가장 먼저 쌍용차 분향소부터 강제 철거하면서 노동자 탄압을 시작했다. 당시 세 명의 노동자가 지키고 있던 분향소에 경찰 병력 280명과 중구청 직원 50여 명이 들이닥쳐 기습 철거를 감행했다. 분향소에는 화단을 만들었다. 그 후, 여덟 명이 더 목숨을 끊었다.

2018년 7월 3일. 쌍용차 노동조합은 김주중 조합원이 자살하며 희생자가 서른 명에 이르자 대한문에 다시 분향소를 차렸다. 보수 단체의 방해와 충돌 속에서 5년 만에 두 번째로 설치된 분향소였다. 쌍용차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촉구했다.

“정부는 쌍용차 희생자와 가족 앞에 사과하고 국가폭력 사법 농단 책임자를 처벌하라!”

회사 측에는 해고자 전원 복직 합의를, 정부에는 해고자들을 대상으로 한 퇴직금 가압류 조치와 손해배상 소송의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해고자로 남은 노동자들 전원이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체투지로 몸을 길바닥에 뉘였다. 청와대까지 행진을 하고, 범국민대회를 열고, 지부장은 단식을 했다. 분향소에서는 종교, 문화, 노동, 사회 단체가 참여하는 문화제가 이어졌다. 시민들의 관심과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분향소가 설치된 지 3개월이 지난 9월 중순, 마침내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9월 14일, 2009년 투쟁 당시의 노조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2009년 투쟁 이후 금속노조를 탈퇴한 쌍용자동차 노조, 그리고 쌍용자동차 회사 측이 해고자 복직을 합의한 것이다.

이에 쌍용차 지부는 대한문 분향소를 해체하기로 했다. 강제 철거가 아닌 자진 철거였다. 분향소를 설치한 지 73일 만이었다. 쌍용차 지부는 밝혔다.

“정부의 사과와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등 우리의 요구 사항에 대해 정부가 성의 있게 나선 것에 대해 존중하는 뜻에서 분향소를 정리하기로 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분향소를 방문하여 정부의 공식 사과와 퇴직금 가압류·손해배상 취하 절차를 밟겠다는 뜻도 전했다. 2019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에 대한 복직, 해고자 119명 가운데 60%를 2018년 연말까지 우선 채용, 나머지는 2019년 상반기까지 단계적 채용 등이 합의 내용이었다. 2019년 상반기 복직 대상자 중에서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한 인원에 대해서는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임성용
화물 운수 노동자, 시인. 시집으로 『하늘공장』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뜨거운 휴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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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동에서 마주한 국가의 민낯과 정부의 대체복무제 계획

오경택 병역거부자,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반전평화모임 공동대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주민들을 내쫓기 위해 아침부터 찾아온 강남구청 공무원을. 그 뒤를 따라 먹구름처럼 몰려온 용역 깡패를. 그들이 건너온 양재천 다리와 개천 건너 보이던 반짝이는 타워팰리스를.

지금은 그 명성이 예전 같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타워팰리스가 ‘가장 비싸고 좋은 집’의 대명사였다. 바로 그 부자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포이동 재건 마을’이 있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로25길 32(옛 주소로는 포이동 266번지)에 위치한 이 마을은 1979년 박정희 정권이 ‘넝마주이’와 ‘부랑인’ 등을 자활이라는 명목으로 강제수용하면서 만들어졌고, 1990년대 말까지도 재개발로 밀려난 철거민, 가난한 상이용사 가정 등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강제로 이주한 곳이다.

2011년 6월 12일, 작은 불씨로 시작된 화재가 초동 진화 실패로 마을 96가구 중 75가구를 전소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강남구청과 서울시는 마을 주민들을 어떻게든 쫓아내려 했는데, 허허벌판에서 금싸라기 땅으로 변신한 마을 부지 때문이었다. 사람이 살던 집들이 불타 없어지고 폐허만 남자, 구청은 주민들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계고장이 나붙고 공무원들은 용역 깡패와 함께 앞에서, 그리고 뒤에서 주민들을 회유하고 협박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마을에 머문 시간도 짧았고 성실하게 일하지도 않았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국가’를 대신한 공무원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그들이 데려온 깡패에게 패대기쳐지는 주민들을 보고서 생각했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최소한 ‘양재천 건너’에 서 있어선 안 되겠다고. 이후 주변의 동료들을 따라 학생운동에 가담했다. 끊임없이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찾고자 했다. 밀양 송전탑,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세월호와 같은 투쟁에 연대했고 제주 4·3, 광주민중항쟁, 베트남과 이라크 파병의 역사를 학습했다. 근래에는 군대에서 동성애자를 ‘색출’하여 처벌하고 여군에 대한 성폭력을 은폐하는 데 급급한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나라의 군대는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졌다.

저 멀리 보이는 육지, 요동치는 배 위에서

대학을 졸업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영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미루고 미루던 입영 거부를 실행에 옮겼다. 이후 사법 절차를 설명하자면, 입영 날짜를 어겨도 3일 이내에 훈련소로 찾아가면 ‘지연 입대’ 처리를 받을 수 있다. 그 기한마저 넘기면 병무청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경찰 조사, 검찰 조사를 거쳐 재판을 받으면 「병역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는다. 이전의 병역거부자들은 모두 이 과정을 거쳤다. 나 또한 그와 같을 줄 알았다. 올해 5월에 시작된 재판이 6월 변론 종결을 거쳐 7월 17일 제헌절에 선고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창 재판을 받던 중 대법원에서 「병역법」 위반 사건을 전원 합의체에 회부하고 8월 30일에는 공개 변론도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뒤 6월 28일에는 “대체복무제가 없는 상황에서 병역거부자에 대한 일방적 처벌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졌다. 바깥세상에서의 생활을 조금씩 정리하던 나로서는 마냥 기쁘진 않았다. 이제 뭐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돼 버려 걱정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그냥 감옥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병역거부운동에 이전과는 다른 국면이 열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선고 날이 다가왔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저 멀리 대체복무제라는 육지가 보이는데 타고 있는 배는 침몰할 듯 요동치는 처지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혼란스러울지언정 무력하지는 않았다 점이다. 사법부에서 넘어온 변화의 단초가 ‘병역’라는 단단한 벽에 조그마한 균열을 냈으니, 법정투쟁을 열심히 하면 정과 망치가 되어 유의미한 싸움이 될 것도 같았다.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장을 제출했으나 항소심은 곧장 잡히지 않았다. 반면, ‘대체복무’에 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방부, 법무부, 병무청이 공동으로 실무추진단을 꾸리고 국가인권위, 로스쿨 교수, 참여연대, 군인권센터 등 학계와 시민사회 진영을 아우르는 자문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두 기구가 중심이 되어 대체복무제 도입을 활발히 논의했으나 결과물은 썩 훌륭하지 못하다. 11월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대체복무제 정부 안’의 내용이 “교정 시설 36개월 합숙 근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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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그것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지난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졌다. 미국에서 중간선거는 하원, 상원, 주지사 등을 뽑지만, 대통령 임기 중간에 실시되어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중간선거의 결과에 따라 미국 대내외 정책이 방향을 크게 전환한 사례는 많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외적으로 많은 반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는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중간선거가 끝난 후 미국 언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들은 대부분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을 되찾았고 주지사 선거에서 선전했기 때문에 트럼프와 공화당이 패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기성 언론들이 트럼프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온 편향된 해석이다.

이 글에서는 2018년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가 한반도와 관련이 깊은 사안인 북미 협상과 중미 무역 전쟁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 본다.

1. 미국의 의회 및 선거 제도

미국 중간선거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의 의회 및 선거 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의회가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상원과 하원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

하원은 435명으로 구성된다. 각 주는 인구 비례에 따라 의석을 배분 받는다. 인구가 3천5백만 명인 캘리포니아는 하원 의원이 53명이지만, 인구가 73만 명에 불과한 알래스카는 1명이다. 인구가 적은 노스다코타, 버몬트, 와이오밍도 하원 의원은 1명에 불과하다. 하원의원의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2년마다 한 번씩 하원선거가 치러지는데, 한번은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고, 또 한 번은 이번과 같이 중간선거 때 치러진다

이에 반해 상원은 주마다 2명이 선출된다. 그래서 미국 전체로 상원의원은 100명이다. 임기는 6년이고, 2년마다 1/3씩 새로 선출된다. 주마다 모두 2명의 상원의원을 선발하는 것은 미국이 연방국가라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이 현재와 같은 연방국가를 구성한 것은 1787년 필라델피아 헌법회의를 통해서인데, 연방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각 주에 대등성을 부여하면서도 각 주의 인구 차이를 고려하여 양원제를 채택했다.

원리적으로는 하원은 국민을 직접 대표하며 상원은 주를 대표한다. 그래서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은 좀 더 국민의 입장을 적기에 대변하라는 의미에서 임기가 2년이며, 상원은 보다 장기적이고 좀 더 신중한 의사 결정을 하라는 의미에서 임기를 6년으로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원리에 의해서 구성되었기 때문에 하원은 세금과 경제에 관련된 권한을 주로 갖는다. 대표적으로 하원은 예산심의권을 가지며, 세금 관련 법안은 하원에서만 발의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상원은 연방의 정책과 운영과 관련된 역할을 맡는다. 군대의 파병, 대법관 및 연방 관료 임명, 국제협약 승인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이 같은 역할 분담이 있지만, 모든 법안은 양원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간선거에서는 주지사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주지사 선거는 연방과는 관계가 없고 각 주의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보통 임기는 4년이고 일부 주가 2년이다. 선거 시기도 주마다 다르다. 50개 주 중에서 34개 주는 4로 나눠지지 않는 짝수 년에 뽑는데, 2018년이 그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34개 주에서 주지사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중 9개 주는 4로 나눠지는 짝수 년에 뽑는다. 홀수 년에 뽑는 주도 있다.

2. 2018 미국 중간선거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첫 2년간은 공화당이 상하 양원에서 모두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하원 435석과 상원 총 100석 중의 35석(33개 + 2개는 임기 4년 남은 보궐선거 2곳)에 대한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34개 주의 주지사 선거가 함께 치러졌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에서 38석을 늘려 233석을 차지해 절반 의석(218석) 이상을 확보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기존 의석에 2석을 늘려 과반인 52석을 확보했다. 그리고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선전해서 기존보다 7개 주를 더 얻었고 공화당은 6개 주를 잃었다. 그렇지만 공화당은 여전히 총 27개 주를 장악했고, 민주당은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23개 주를 장악하는 데 그쳤다.

이 통계만을 두고 보면 양당 중 어느 한 당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다고 하기가 힘들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차지하다가 하원을 민주당에게 빼앗겼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이 패했다고 할 수 있지만, 공화당은 상원에서 의석이 늘었다. 그리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선전했지만 공화당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렇다 보니, 미국 언론들의 평가도 조금 모호하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의 ‘판정승’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뉴욕 타임스』는 “민주당 바람이 어느 정도 불긴 불었는데 태풍은 아니었다”라고 결론 내렸지만, 2016년 대선과 비교해 하원 선거구 317곳에서 민주당 지지가 늘었고, 전체적으론 평균 10%포인트 민주당 지지가 늘었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의 손을 들었다. 한편 CNN은 민주당이 2016년 대선에서 잃어버렸던 ‘블루 월blue wall’(민주당의 아성 지역) 중 일부 지역(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서 상원 의석과 주지사직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 승리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미국의 주요 언론, 특히 자유주의 성향의 언론들이 트럼프 개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선거 결과의 평가에도 그런 선호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러한 선호를 감안하여 냉정하게 분석하면 이번 선거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선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트럼프의 지지층이 꽤 견고하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중간선거는 집권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첫 임기에 치러졌던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6석, 하원 63석, 주지사 6곳을 공화당에 내줬고, 두 번째 임기 중간선거(2014년)에서는 상원 8석, 하원 13석을 잃어 공화당에 상원과 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내줬고, 주지사 3곳을 잃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하원은 뺏겼지만 상원에서는 오히려 의석을 늘렸기 때문에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한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5년 동안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속한 당이 상원 선거에서 의석수를 오히려 늘린 것은 딱 다섯 번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가장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엇갈리는 대통령이다.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좋아한다. 이번 중간선거는 그의 반대파만큼이나 트럼프의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다니엘 매카시도 비슷한 분석을 했다. 트럼프는 “널리 증오 받는 우려의 대상이지만 또한 그는 자신의 지지층들에게 깊이 사랑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중간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를 통해서 대선의 향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화당이 대선의 승부를 좌우하는 플로리다, 인디애나, 오하이오 등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지역(공화당과 민주당이 번갈아 차지하는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트럼프가 재선 가도에 중요한 고비 하나를 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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