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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사납금제 폐지와 완전월급제는 시행될 수 있을까?

임성용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지난 1월 26일. 전주시청 앞 20m 높이의 조명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전국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주지회장 김재주 씨가 땅을 밟았다. 무려 510일 만이었다. 단일 고공농성으로는 세계 최장기라고 한다.

고공농성은 막다른 길에 선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하늘로 올라가는 마지막 선택이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결사적 의지를 담고 있다. 한두 달도 아니고 일 년, 아니 일 년 반이 넘도록 눈과 비를 맞고 바람을 맞고 여름이면 땡볕을, 겨울이면 혹한을 견뎌야 했다. 계절이 여섯 번, 일곱 번이나 바뀌도록 비좁은 하늘 감옥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날로 쇠진한 몸으로 오랜 시간을 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사투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좀체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가히 세계적인 일이다.

김재주 지회장은 2017년 9월 4일, 택시 사납금제 폐지와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조명탑으로 올라갔다. 본인도 그때는 농성이 그렇게 길게 갈 것인지는 몰랐을 것이다. 법이 정한 전액관리제(이하 ‘완전월급제’) 투쟁을 끝내야 한다는 일념이었다. 그 일념 속에는 무엇보다도 택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분노’가 들어 있었다. 사납금이라는 족쇄에 묶여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는 택시 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해 달라는 그의 요구는 단순했다. “제발 법대로 하라!” “법 좀 지켜라!”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올라 사납금제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던 김재주 지회장 (출처: 임성용)

택시지부와 전주시는 2018년 12월 말부터 교섭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또 한 해가 지나고 고공농성이 500일을 넘기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끝장’ 교섭에 들어갔다. 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동안 마라톤 교섭을 계속했다. 마침내 고공농성 509일째이던 1월 25일 밤에 합의안이 만들어졌다.

그 다음 날, 택시지부와 전주시는 전주시청에서 조인식을 했다. 김양원 전주시 부시장과 김영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택시지부장이 ‘확약서’라는 이름으로 된 합의안에 서명했다. 교섭 내내 핵심 쟁점이었던 ‘행정처분(처벌)’과 관련된 합의가 명시되었다. 이로써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임성용
화물 운수 노동자, 시인. 시집으로 『하늘공장』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뜨거운 휴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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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관련 논란에 부쳐*

이건민 기본소득신진연구자네트워크

 

1. 여는 말

지난 2월 21일 통계청에서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였다. 통계청장 교체의 배경으로 알려진 2018년 1/4분기와 2/4분기의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때 벌어졌던 논란에 이어, 소득불평등 악화를 시사하는 이번 발표로 인하여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이 글에서는 우선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내용과 이를 둘러싼 몇 가지 논란을 간략히 요약한다. 다음으로 여기서 제기된 몇 가지 쟁점들을 검토할 것이다. 쟁점 검토 결과, (최)상위 소득자가 누락되고 과소 소득 보고에 취약하다는 가구 조사가 가진 근원적 한계, 계절성을 갖는 분기별 통계로 인한 소득분포 및 소득불평등 추이를 분석하는 것의 부적절성, 2016년, 2017년, 2018년 조사에 걸쳐 이루어진 조사 모집단, 조사 방식, 표본 등의 급격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적어도 가계동향조사 결과만으로는 소득불평등 심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각 요인들이 소득불평등 확대에 미친 상대적 기여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소득불평등이 어느 정도로 심화되었는지, 심화되기는 한 건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논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과 함의를 제공하면서 글을 맺는다.

2.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와 이를 둘러싼 논란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통계청, 2019).** 먼저 월평균 소득의 불평등을 살펴보자. 소득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 분기(2017년 4/4분기) 대비 17.7% 감소(2003년 통계 집계 이후 4분기 기준 역대 최대폭 감소)한 123만8천원에 그친 반면, 소득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 분기 대비 10.4% 증가한 932만4천원이었다.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와 5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로 인해, 2018년 4/4분기 월평균 소득의 5분위 배율은 7.53으로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1분위 경상소득은 123만6천원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14.6% 감소한 반면, 5분위 경상소득은 917만7천원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10.5% 증가하였다. 소득 주도 성장을 표방해 온 정부 입장에서 특히나 난감한 통계는 바로 1분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전년 동 분기 대비 각각 36.8%와 8.6%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전년 동 분기와 비교할 때 5분위는 2018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계속해서 소득 증가를 보인 반면, 1분위는 2018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줄곧 소득 감소를 보일 뿐만 아니라 2018년 4분기의 경우 2018년 1∼3분기에 비해 감소율이 훨씬 커진 양상을 나타내었다.

 

* 본고의 일부 내용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에서 제작한 ‘이럿타 107회-1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논란’에서 소개된 바 있음을 밝힌다.

** 주요 용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은 비교적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소득을 뜻하는 “경상소득”과 일시적이고 예상치 못한 소득을 의미하는 “비경상소득”을 더한 것이다. “경상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공적 이전소득 + 사적 이전소득)의 합이다. “가처분소득”은 경상소득에서 공적 이전지출(경상조세 + 연금 등 사회보험료)을 뺀 것이다. “균등화가처분소득”은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가구원수의 제곱근으로 나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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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한국 최초의 배달 노동조합이 뜬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

 

이 글은 『시대』 구독자들에게 라이더유니온 후원회원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띄우는 편지다.

 

2019년 5월 1일, 대한민국 최초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뜬다. 그날 국회 앞에서 오토바이를 탄 라이더들이 출범 총회를 열고 행진을 할 예정이니, ‘시동을 건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출범 총회는 1시, 본격적인 행진은 2시부터 시작된다. 보험회사, 근로복지공단, 고용노동청, 청와대로 향하는 코스다.

라이더들은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들이다. ‘오배송’이 아니라면, 이유 없는 주행을 하지 않는다. 라이더유니온은 그동안 라이더들에게서 많은 주문을 접수했고, 이 주문을 각각의 목적지에 정확히 배달할 예정이다. 반송은 없다.

국회

플랫폼 자본주의와 플랫폼 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라이더유니온 준비 모임에 언론, 학계, 정부 기관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활동가들 중에서도 과외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시대』 독자들도 복잡한 배달 산업에 대해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여기서 한 번 설명해 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통적인 근로자인 가게에 고용된 라이더와 개인 사업자 신분인 배달 대행 기사를 구분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근로자인 가게 소속의 배달원들은 다들 아실 거라 믿고 넘어가겠다.

그럼 새로운 플랫폼 노동자로 떠오르는 배달 대행 기사, ‘라이더’들을 살펴보자.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문 중개”와 “배달 중개”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주문과 배달이라는 말에 주목하시라.

우리가 소비자로서 사용하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는 “주문 중개 앱”이다. 소비자와 가게를 이어 주는 플랫폼이다. 배달의 민족이 1위이고, 요기요와 배달통이 2, 3위를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이다. 배달의 민족의 최대 주주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헤지 펀드와 벤처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힐하우스BDMG홀딩스이고, 2위인 요기요와 3위인 배달통의 최대 주주는 독일의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다. 배달의 민족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해외 자본에 열려있는 회사다. 배달의 민족은 가게 광고비와 3% 정도의 결제 수수료로, 요기요는 12.5%의 배달 중개 수수료와 3%의 결제 수수료로 먹고산다. 즉, 이들은 실제의 배달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 회사가 아니다.

실제 음식을 배달하는 회사는 따로 있다. 이걸 “배달 대행사”라고 한다. 물론, 배달의 민족은 배민라이더스, 요기요는 요기요플러스를 운영하면서 배달 대행 사업도 하고 있지만 배달 대행업에서는 미비한 수준이다. 배달의 민족에 주문을 하더라도 실제 배달은 소속을 알 수 없는 검은 옷을 입고 온 라이더나 ‘부릉’이라는 배달 대행 회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헷갈리는 게 있다. 배달 대행업을 하려면 음식 가게에 들어온 주문을 라이더의 핸드폰에 띄워 라이더들이 배달할 수 있게 만드는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한데, 이게 배달 중개 앱이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회사가 부릉이다. 이걸 솔루션 업체 또는 프로그램 업체라고도 하는데, 실제 동네에서 사무실을 차리고 기사들에게 오토바이를 리스 형태로 제공하고 관리하는 배달 대행사들이 이 프로그램사와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배달 대행사 사장님과 기사는 동네를 기반으로 하는 오프라인의 존재들이고, 배달 중개 앱 회사는 이 오프라인의 기사와 동네의 사장님들을 데이터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네 가게를 뚫는 것과 기사를 모집하는 것은 동네 사람인 배달 대행사 사장님이 더 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보가 배달 중개 앱 회사로 넘어가고 정보가 집중되면, 배달 중개 앱 회사에서 직접 음식 가게와 라이더들을 모집해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배달 중개 앱 회사와 오프라인 회사는 협력과 갈등의 관계다.

이 복잡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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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미래 비전: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을 중심으로

차문석 통일교육원 교수

2018년 6월 12일과 2019년 2월 28일,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북미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성공하지 못하였고, 2차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은 결렬되었다. 서로에게 추구하는 바와 자신이 세워 놓은 미래 비전이 극도로 상이한 두 국가는 두 차례 만난 뒤에 다시 뿌연 안개 속으로 진입해 버렸다.

안개 속으로 진입하기 직전의 하노이 회담은 여러 모로 스펙터클한 이벤트가 되기에 충분한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협상의 진행과 결렬 과정은 이 두 상이한 세계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 단면을 비추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있을 양국 간 관계라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를 주시하게 만들었다. 특히 실현 가능성을 떠나 북한이 추구하는 미래 비전을 이해하는 것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설명하는데 중요하다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다. 북한에게 북미 정상회담은 자신의 미래 비전의 실현에 불가결하고, 그 비전의 완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1.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출발 지점과 결렬 지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는 2018년 10월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2018년 10월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있었고 이때부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가 개시되었다.* 당시 협상의 출발점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 선언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가장 기본이었고, 정확하게 말하면 ‘출발 지점’이었다. 이후의 전개를 보자면, 미국은 영변 이상(이른바 ‘플러스 알파’)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북한은 대북 제재 완화에 초점을 맞추어, 양자 간의 협상이 진행되어 왔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이외의 핵시설과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를 바라고 있었다. 만약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미국은 제재 일부 완화와 연락사무소 개설로 보답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발 지점에서 무언가 변화가 발생한 것은 2019년 2월의 비건의 방북 때였다. 2019년 2월 6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으로 들어갔다.** 이때 비건이 북한 측과 실무 협의에서 합의한 내용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심적인 핵시설에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면 미국은 제재 일부를 완화한다(US would lift some sanctions on North Korea in exchange for a commitment from Kim to stop nuclear-fuel production at a key nuclear facility)”라는 것이었다.*** 또한 연락사무소 교환, 평화 선언 체결, 미군 유해 송환 등도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의 출발 지점에서 보면, 이것은 실무 협의를 진행한 비건의 명백한 실패이자 북한의 대성공일 것이다. 이는 당연히 미국의 트럼프가 받아들일 수 없는 합의였다. 따라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결렬의 씨앗이 이미 존재했고 이 씨앗은 2월 28일 정상회담에서 발아해버렸다.

 

* 2018년 7월 6일 방북한 폼페이오는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 7월 6일은 미국이 6월 15일에 기획을 완료한 중국에 대한 관세전쟁을 실행하는 날이었다. 따라서 4차 방북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본격적 논의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 애초에 판문점에서 실무 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알았으나, 북측이 비건을 평양으로 초대하였다.

*** VOX.com, 2019년 2월 26일.(http://www.ifs.or.kr/bbs/board.php?bo_table=news_board&wr_id=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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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과 해안선

임영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

초기 조건의 민감성을 뜻하는 과학 용어인 ‘나비효과’는 이제 일상용어로 흔히 쓰이게 되었다. 제임스 글릭은 『카오스』 2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나비효과가 대중화된 계기로 1993년에 상영된 영화 《쥐라기공원》에 나온 대사를 꼽고 있다. “나비 한 마리가 북경에서 날갯짓을 한 번 하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화창한 날씨가 아니라 비가 내릴 수 있다.” 그 뒤로 ‘나비효과’는 말뜻 그대로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대중문화에서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퍼져 나가 지금은 아주 흔히 쓰이는 상투어가 되었다.

나비효과는 1960년대 에드워드 로렌츠가 최초로 과학적으로 규명했지만, 일상생활에서 겪는 나비효과에 대해서 이미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임스 글릭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비효과를 설명하는 서양의 교양 과학책에 흔히 인용되는 서양의 민요가 있다.

못이 없어 편자를 잃었다네
편자가 없어 말을 잃었다네
말이 없어 기병을 잃었다네
기병이 없어 전투에 졌다네
전투에 져 왕국을 잃었다네!

못 하나가 없어서 왕국을 잃었다는 과장된 노래가 오래도록 살아 남았다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안겨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 시작된 사소한 잘못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바뀌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나비효과가 일상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효과라면, 동양에도 그런 효과를 알아차리고 표현한 작품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중국의 과학자 장톈룽은 『나비효과의 수수께끼』 서문에서 위의 민요에 이어 한시 한 편을 인용하고 있다. 북송 때의 시인, 소동파로 흔히 부르는 소식蘇軾(1037∼1101)의 시다.

용광사에서 베어 얻은 대나무 두 개
북쪽으로 가지고 돌아가 만인에게 보여 줄 텐데
대나무 속에 든 조계의 물 한 방울
크게 불어 강서의 십팔탄을 일으키네

斫得龍光竹兩竿(작득용광죽양간)
持歸嶺北萬人看(지귀영북만인간)
竹中一滴曹溪水(죽중일적조계수)
漲起江西十八灘(창기서강십팔탄)

중국 선종禪宗의 제6조로서 육조대사六祖大師로 불리는 혜능慧能(638∼713)이 보림사寶林寺에 자리를 잡으면서 남종선南宗禪이 시작되었는데, 보림사가 있던 곳이 광둥성廣東省 조계曹溪였다. 조계는 혜능의 별호로 쓰이기도 했다. 십팔탄은 중국어 발음으로는 스바탄인데, 장시성江西省에 있는 물살이 거세고 험난한 협곡을 이르는 말이다. 장수이강章水과 궁수이강貢水이 북류하여 간저우赣州에서 합류하는데, 여기서부터 완안萬安에 이르는 구간이다. 어찌나 물살이 사나운지 열여덟 번의 고비를 넘어야 건널 수 있다는 뜻에서 “스바탄十八灘”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대나무 속에 든 조계의 물 한 방울이 스바탄의 거센 물길을 일으키듯이 혜능의 남종선이 중국 전역에 파란을 일으키며 퍼져 나가기를 염원하는 소동파의 바람이 물씬 풍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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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비정규직노동자 김용균, 빛으로 묻히다

글·사진 / 임성용

김용균이라는 빛

2월 9일, 싸늘한 겨울 해가 넘어가는 늦은 오후였다. 5시 반이 지나면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앞이 분주해졌다. 대형 버스들이 공원 입구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노동조합 차량들도 점차 늘어났다. 버스 전면에는 ‘謹弔’ 알림이 붙어 있고 ‘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김용균이 죽은 지 62일이 지나고 나서 비로소 장례식이 열린 것이다.

버스에서 많은 사람이 내렸다. 민주노총 조합원들, 비정규직노동자들, 세월호 유가족들, 일반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이날 이른 새벽부터 충남 태안과 서울대 병원에서 발인제를 하고 노제를 지내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영결식을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 안장을 위해 모란공원으로 함께 온 사람들이었다.

2019년 2월 9일, 죽은 지 62일 만에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이’ 열렸다.

수십 개의 만장이 줄을 이었다. 김용균의 얼굴이 그려진 커다란 현수막이 앞장서고, 영정을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앳된 친구가 들었다. 김용균의 큰이모의 아들이라고 했다. 영정 뒤에는 붉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김용균이라는 빛”이라고 쓴 대형 명정이 뒤따랐다.

큰 ‘빚’을 진 사람들에게 김용균은 하나의 ‘빛’으로 돌아왔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에서 장례식까지, 한 사람의 청년 노동자가 죽어 비정규직 투쟁의 빛으로 되살아났다. 일명 “김용균법”이라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8년 만에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정부와 민주당에서도 당정대책회의를 통해 공공과 민간 기업들의 경영 방식 변화가 필요한 “위험의 외주화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일부 위험한 업종에서 도급을 제한하고 안전 조치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제2의 김용균을 막을 수 있을까?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므로 김용균은 빚이면서 빛이고, 빛이면서 빚이 되었다.

김용균은 누구인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산하 한국서부발전 하청 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은 군대를 갓 제대하고 사회에 첫발을 디딘 스물네 살의 청년이었다.

1994년 12월 6일 경상북도 구미 출생
2018년 9월 17일 한국발전기술 입사, 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 트랜스퍼타워 배치.
2018년 12월 11일 오전 3시 23분 컨베이어 벨트 구간에서 발견.

참으로 짧은 삶이었다. 한 인간의 생이 기계에 휘말려 비참한 죽음으로 끝났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어둠과 분진 속에서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그의 몸은 일순간에 갈기갈기 찢겨졌다. 입사 3개월 만에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그의 몸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의 몸이 곧 비정규직이라는 이름표를 단 노동자들의 몸을 대변했다. 그의 몸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었다. 슬픔과 추모만으로 대치할 수 없는 분노였다. 그래서 그의 몸은 냉동고에 두 달이 넘게 얼어 있었으나 그의 심장은 식지 않았다.

2월 15일. 광화문 세월호광장에 있는 故 김용균 시민분향소에서는 김용균 사망사건 규탄 시민단체(한국작가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작가들은 김용균의 죽음을 이렇게 규정했다.

김용균은 왜 죽었습니까?
일하다 잘못해서 죽은 겁니까? 작업 중에 실수로 죽은 겁니까?
고장 난 손전등이 하청 노동자 김용균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를 증명합니다.
핸드폰 후레쉬를 비추면서 혼자 일하다가 컨베이어 벨트에 말려들었습니다.
그곳은 이미 열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죽음의 작업장이었습니다.
(중략)
김용균의 죽음은 공기업 민영화, 죽음의 외주화가 부른 타살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는 말했습니다.
“부패한 정부는 공기업을 민영화시킨다.”

– 한국작가회의 성명서, 「비정규직 철폐하고 죽음의 외주화를 당장 멈춰라」

 

임성용
화물 운수 노동자, 시인. 시집으로 『하늘공장』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뜨거운 휴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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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이론과 현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대안’

금리는 돈을 일정 기간 빌릴 때 그 대가로서 이자를 얼마나 내야하는가를 나타낸다. 금리는 이자율이라고도 하는데, 1년 동안 내는 이자와 원금 간의 비율이다. 금리가 연 10%이면, 100만원을 빌렸을 때 이자는 1년에 10만원이다.

금리는 개개인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집이나 자동차를 마련하기 위해서 대출할 경우 금리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며,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의 변화는 기업의 투자, 주가, 환율 등 경제의 주요 지표에 지대한 파급효과를 낳는다. 그런데 은행의 예금 금리(수신 금리)와 대출 금리(여신 금리), 중앙은행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기준금리 이외에도 은행 간 콜금리 등 수많은 금리가 있기 때문에 각종 금리의 성격, 결정 과정, 파급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글에서는 금리가 일상적인 생활이나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금리의 기본 이론과 현실 경제의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글의 순서를 소개하면, 첫 번째로 금리에 대한 경제 이론을 설명한다. 금리 이론의 차이는 경제학파를 고전학파 전통과 케인스 전통으로 가르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래서 금리 이론을 이해하면 현실의 경제 현상뿐만 아니라 경제사상의 중요한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비롯한 대표적인 시장금리의 내용과 결정 과정을 살핀다. 이 부분은 경제 뉴스나 금융 정보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개념을 제공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리와 관련하여 알아 둘 필요가 있는 몇 가지 추가적인 내용을 담았다.

1. 대부자금시장 이론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는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가상의 대부자금시장market for loanable funds을 상정하고, 그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금리가 결정된다고 설명하는 ‘대부자금시장 이론’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예가 하버드 대학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가 쓴 『맨큐의 경제학』이다.

대부자금시장 이론은 매우 간명하다. 한 경제 내에서 빌려줄 수 있는 돈은 적은데 필요로 하는 돈이 많다면 당연히 금리는 높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금리가 낮을 것이다. 또한 금리가 높아지면 빌려주려는 돈은 늘어날 것이며 빌리려는 돈은 줄어들 것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경제학에서 소득 중 소비하지 않고 남은 돈을 모두 저축이라고 한다. 대부자금시장 이론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저축을 빌려주고자 하고 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대부자금시장을 통해서 투자 자금을 마련한다고 가정한다. 대부자금시장 이론은 이 가상의 시장에서 작동하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현실의 금리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본다. 대부자금시장에서 공급은 저축이며 수요는 투자다. 이런 전제에서는 수요(투자)와 공급(저축)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금리가 결정된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금리가 내리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금리가 오르며, 이 과정을 통해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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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되다

김태호 발행인

우여곡절

2018년 2월 28일, 국회에서 「아동수당법」이 통과되었다. 2018년 9월부터 시행하기로 된 이 법의 주요 내용은 6세 미만의 아동에게 매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되 가구의 경제적 수준이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100분의 90 수준 이하이어야 수급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약간의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볼 때 10% 안에 드는 부자를 제외한 가구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던 때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2018년 7월부터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모든 가구에 월 10만 원을 지급한다고 공약한 바 있었다.

아동수당에는 찬성하지만 선별하여 지급하겠다는 발상에는 반대하는 목소리는 법안을 협의하던 시절부터 있었다.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 지급될 경우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참여연대)는 비판도 있었고, 그렇게 되면 보편적 사회수당으로서의 아동수당의 의미가 훼손될 것이며 선별하는 행정이 만만치 않을 것(‘내가만드는복지국가’)이라고도 했다.

많은 사람이 학교 무상 급식이 도입될 때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급식을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경제적으로 넉넉한 학생에게는 유상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자신의 처지가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는 절차를 밟도록 하면서 모멸감을 주면 안 된다는 논리와 갑부의 자식들에게까지 왜 거저 주느냐는 논리가 맞붙었다. 전면적 무상 급식에 반대하던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결국 이 문제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하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범위가 다르기는 하지만, 전면적 무상 급식은 지금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수당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2018년 9월을 기준으로 대상이 되는 아동이 243만 명이지만 2018년 6월부터 8월 29일까지의 신청자는 222만 명이었다. 8.4%의 대상자가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수급권자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번거로웠기 때문일 수도 있고, 소득과 재산 등이 드러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뜻밖의 방식으로 해결됐다. 2019년 1월 15일, 국회에서 2018년의 「아동수당법」이 개정됐다. “경제적 수준”이라고 명시되어 있던 재산이나 소득에 따른 자격도 없어졌다. 게다가 연령 자격이 “6세 미만”에서 “7세 미만”으로 확대되었고, 액수는 그대로 “매월 10만원”이었다. 이 법은 얼마 후인 4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00% 지급에 반대했던 정당의 대표는 “갑자기 안 변하고 언제 변하냐”라는 말로 1년 전과의 태도 변화를 설명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된 사건이었다.

부분 기본소득

“자격 심사 없이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노동 요구 없이 무조건 전달되는 정기적인 현금 지급.” 이것이 현재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가 정의하는 기본소득이다. 이 정의에는 수급권자가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라는 ‘개별성’, 자격 심사 없이 모두에게 지급된다는 ‘보편성’, 수급의 대가로 노동이나 구직 활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무조건성’, 한 번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정기성’, 마지막으로‘ 현금 지급’ 등의 원칙이 담겨 있다.

2019년 4월부터 시행될 아동수당에서는 “수급권자”가 “7세 미만”이므로 현실적으로는 그 “보호자”에게 수당이 지급될 것이지만, 이 아동수당은 위의 원칙과 정의에 비추어 볼 때 기본소득이라 할 수 있다. 드디어 한국에서 기본소득이 시행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물론 “모두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을 원한다. 하지만 당장 그럴 수 없다고 한다면 가능한 수준에서 특정한 집단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고, 위의 다섯 가지 원칙이 지켜진 그러한 기본소득은 “부분 기본소득”이라 부른다. 따라서 2019년 4월 이후의 한국의 아동수당은 대한민국 최초의 부분 기본소득인 것이다.

어떤 집단을 부분 기본소득의 수급권자로 정할 것이냐, 말하자면 어떤 집단부터 부분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이냐를 결정할 때의 기준은 위에서 말한 기본소득의 정의와 원칙들에 위배되면 안 될 것이다. 그 기준은 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생물학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연령과 성별이 있다. 그런데 성별에 따라 기본소득 수급권(또는 ‘금액’)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기에, 남는 것은 연령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모델을 수립할 때에도, 연령에 따라 금액의 차이를 두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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