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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사납금제 폐지와 완전월급제는 시행될 수 있을까?

임성용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지난 1월 26일. 전주시청 앞 20m 높이의 조명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전국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주지회장 김재주 씨가 땅을 밟았다. 무려 510일 만이었다. 단일 고공농성으로는 세계 최장기라고 한다.

고공농성은 막다른 길에 선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하늘로 올라가는 마지막 선택이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결사적 의지를 담고 있다. 한두 달도 아니고 일 년, 아니 일 년 반이 넘도록 눈과 비를 맞고 바람을 맞고 여름이면 땡볕을, 겨울이면 혹한을 견뎌야 했다. 계절이 여섯 번, 일곱 번이나 바뀌도록 비좁은 하늘 감옥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날로 쇠진한 몸으로 오랜 시간을 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사투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좀체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가히 세계적인 일이다.

김재주 지회장은 2017년 9월 4일, 택시 사납금제 폐지와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조명탑으로 올라갔다. 본인도 그때는 농성이 그렇게 길게 갈 것인지는 몰랐을 것이다. 법이 정한 전액관리제(이하 ‘완전월급제’) 투쟁을 끝내야 한다는 일념이었다. 그 일념 속에는 무엇보다도 택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분노’가 들어 있었다. 사납금이라는 족쇄에 묶여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는 택시 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해 달라는 그의 요구는 단순했다. “제발 법대로 하라!” “법 좀 지켜라!”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올라 사납금제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던 김재주 지회장 (출처: 임성용)

택시지부와 전주시는 2018년 12월 말부터 교섭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또 한 해가 지나고 고공농성이 500일을 넘기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끝장’ 교섭에 들어갔다. 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동안 마라톤 교섭을 계속했다. 마침내 고공농성 509일째이던 1월 25일 밤에 합의안이 만들어졌다.

그 다음 날, 택시지부와 전주시는 전주시청에서 조인식을 했다. 김양원 전주시 부시장과 김영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택시지부장이 ‘확약서’라는 이름으로 된 합의안에 서명했다. 교섭 내내 핵심 쟁점이었던 ‘행정처분(처벌)’과 관련된 합의가 명시되었다. 이로써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임성용
화물 운수 노동자, 시인. 시집으로 『하늘공장』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뜨거운 휴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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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관련 논란에 부쳐*

이건민 기본소득신진연구자네트워크

 

1. 여는 말

지난 2월 21일 통계청에서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였다. 통계청장 교체의 배경으로 알려진 2018년 1/4분기와 2/4분기의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때 벌어졌던 논란에 이어, 소득불평등 악화를 시사하는 이번 발표로 인하여 가계동향조사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이 글에서는 우선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내용과 이를 둘러싼 몇 가지 논란을 간략히 요약한다. 다음으로 여기서 제기된 몇 가지 쟁점들을 검토할 것이다. 쟁점 검토 결과, (최)상위 소득자가 누락되고 과소 소득 보고에 취약하다는 가구 조사가 가진 근원적 한계, 계절성을 갖는 분기별 통계로 인한 소득분포 및 소득불평등 추이를 분석하는 것의 부적절성, 2016년, 2017년, 2018년 조사에 걸쳐 이루어진 조사 모집단, 조사 방식, 표본 등의 급격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적어도 가계동향조사 결과만으로는 소득불평등 심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각 요인들이 소득불평등 확대에 미친 상대적 기여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소득불평등이 어느 정도로 심화되었는지, 심화되기는 한 건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논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과 함의를 제공하면서 글을 맺는다.

2.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와 이를 둘러싼 논란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통계청, 2019).** 먼저 월평균 소득의 불평등을 살펴보자. 소득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 분기(2017년 4/4분기) 대비 17.7% 감소(2003년 통계 집계 이후 4분기 기준 역대 최대폭 감소)한 123만8천원에 그친 반면, 소득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 분기 대비 10.4% 증가한 932만4천원이었다.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와 5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로 인해, 2018년 4/4분기 월평균 소득의 5분위 배율은 7.53으로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1분위 경상소득은 123만6천원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14.6% 감소한 반면, 5분위 경상소득은 917만7천원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10.5% 증가하였다. 소득 주도 성장을 표방해 온 정부 입장에서 특히나 난감한 통계는 바로 1분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전년 동 분기 대비 각각 36.8%와 8.6%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전년 동 분기와 비교할 때 5분위는 2018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계속해서 소득 증가를 보인 반면, 1분위는 2018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줄곧 소득 감소를 보일 뿐만 아니라 2018년 4분기의 경우 2018년 1∼3분기에 비해 감소율이 훨씬 커진 양상을 나타내었다.

 

* 본고의 일부 내용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에서 제작한 ‘이럿타 107회-1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논란’에서 소개된 바 있음을 밝힌다.

** 주요 용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은 비교적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소득을 뜻하는 “경상소득”과 일시적이고 예상치 못한 소득을 의미하는 “비경상소득”을 더한 것이다. “경상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공적 이전소득 + 사적 이전소득)의 합이다. “가처분소득”은 경상소득에서 공적 이전지출(경상조세 + 연금 등 사회보험료)을 뺀 것이다. “균등화가처분소득”은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가구원수의 제곱근으로 나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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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한국 최초의 배달 노동조합이 뜬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

 

이 글은 『시대』 구독자들에게 라이더유니온 후원회원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띄우는 편지다.

 

2019년 5월 1일, 대한민국 최초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뜬다. 그날 국회 앞에서 오토바이를 탄 라이더들이 출범 총회를 열고 행진을 할 예정이니, ‘시동을 건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출범 총회는 1시, 본격적인 행진은 2시부터 시작된다. 보험회사, 근로복지공단, 고용노동청, 청와대로 향하는 코스다.

라이더들은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들이다. ‘오배송’이 아니라면, 이유 없는 주행을 하지 않는다. 라이더유니온은 그동안 라이더들에게서 많은 주문을 접수했고, 이 주문을 각각의 목적지에 정확히 배달할 예정이다. 반송은 없다.

국회

플랫폼 자본주의와 플랫폼 노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라이더유니온 준비 모임에 언론, 학계, 정부 기관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활동가들 중에서도 과외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시대』 독자들도 복잡한 배달 산업에 대해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여기서 한 번 설명해 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통적인 근로자인 가게에 고용된 라이더와 개인 사업자 신분인 배달 대행 기사를 구분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근로자인 가게 소속의 배달원들은 다들 아실 거라 믿고 넘어가겠다.

그럼 새로운 플랫폼 노동자로 떠오르는 배달 대행 기사, ‘라이더’들을 살펴보자.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문 중개”와 “배달 중개”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주문과 배달이라는 말에 주목하시라.

우리가 소비자로서 사용하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는 “주문 중개 앱”이다. 소비자와 가게를 이어 주는 플랫폼이다. 배달의 민족이 1위이고, 요기요와 배달통이 2, 3위를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이다. 배달의 민족의 최대 주주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헤지 펀드와 벤처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힐하우스BDMG홀딩스이고, 2위인 요기요와 3위인 배달통의 최대 주주는 독일의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다. 배달의 민족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해외 자본에 열려있는 회사다. 배달의 민족은 가게 광고비와 3% 정도의 결제 수수료로, 요기요는 12.5%의 배달 중개 수수료와 3%의 결제 수수료로 먹고산다. 즉, 이들은 실제의 배달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 회사가 아니다.

실제 음식을 배달하는 회사는 따로 있다. 이걸 “배달 대행사”라고 한다. 물론, 배달의 민족은 배민라이더스, 요기요는 요기요플러스를 운영하면서 배달 대행 사업도 하고 있지만 배달 대행업에서는 미비한 수준이다. 배달의 민족에 주문을 하더라도 실제 배달은 소속을 알 수 없는 검은 옷을 입고 온 라이더나 ‘부릉’이라는 배달 대행 회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헷갈리는 게 있다. 배달 대행업을 하려면 음식 가게에 들어온 주문을 라이더의 핸드폰에 띄워 라이더들이 배달할 수 있게 만드는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한데, 이게 배달 중개 앱이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회사가 부릉이다. 이걸 솔루션 업체 또는 프로그램 업체라고도 하는데, 실제 동네에서 사무실을 차리고 기사들에게 오토바이를 리스 형태로 제공하고 관리하는 배달 대행사들이 이 프로그램사와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배달 대행사 사장님과 기사는 동네를 기반으로 하는 오프라인의 존재들이고, 배달 중개 앱 회사는 이 오프라인의 기사와 동네의 사장님들을 데이터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네 가게를 뚫는 것과 기사를 모집하는 것은 동네 사람인 배달 대행사 사장님이 더 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보가 배달 중개 앱 회사로 넘어가고 정보가 집중되면, 배달 중개 앱 회사에서 직접 음식 가게와 라이더들을 모집해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배달 중개 앱 회사와 오프라인 회사는 협력과 갈등의 관계다.

이 복잡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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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미래 비전: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을 중심으로

차문석 통일교육원 교수

2018년 6월 12일과 2019년 2월 28일,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북미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성공하지 못하였고, 2차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은 결렬되었다. 서로에게 추구하는 바와 자신이 세워 놓은 미래 비전이 극도로 상이한 두 국가는 두 차례 만난 뒤에 다시 뿌연 안개 속으로 진입해 버렸다.

안개 속으로 진입하기 직전의 하노이 회담은 여러 모로 스펙터클한 이벤트가 되기에 충분한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협상의 진행과 결렬 과정은 이 두 상이한 세계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 단면을 비추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있을 양국 간 관계라는 것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를 주시하게 만들었다. 특히 실현 가능성을 떠나 북한이 추구하는 미래 비전을 이해하는 것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설명하는데 중요하다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다. 북한에게 북미 정상회담은 자신의 미래 비전의 실현에 불가결하고, 그 비전의 완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1.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출발 지점과 결렬 지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는 2018년 10월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2018년 10월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있었고 이때부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가 개시되었다.* 당시 협상의 출발점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 선언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가장 기본이었고, 정확하게 말하면 ‘출발 지점’이었다. 이후의 전개를 보자면, 미국은 영변 이상(이른바 ‘플러스 알파’)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북한은 대북 제재 완화에 초점을 맞추어, 양자 간의 협상이 진행되어 왔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이외의 핵시설과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를 바라고 있었다. 만약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미국은 제재 일부 완화와 연락사무소 개설로 보답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발 지점에서 무언가 변화가 발생한 것은 2019년 2월의 비건의 방북 때였다. 2019년 2월 6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으로 들어갔다.** 이때 비건이 북한 측과 실무 협의에서 합의한 내용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심적인 핵시설에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면 미국은 제재 일부를 완화한다(US would lift some sanctions on North Korea in exchange for a commitment from Kim to stop nuclear-fuel production at a key nuclear facility)”라는 것이었다.*** 또한 연락사무소 교환, 평화 선언 체결, 미군 유해 송환 등도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의 출발 지점에서 보면, 이것은 실무 협의를 진행한 비건의 명백한 실패이자 북한의 대성공일 것이다. 이는 당연히 미국의 트럼프가 받아들일 수 없는 합의였다. 따라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결렬의 씨앗이 이미 존재했고 이 씨앗은 2월 28일 정상회담에서 발아해버렸다.

 

* 2018년 7월 6일 방북한 폼페이오는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 7월 6일은 미국이 6월 15일에 기획을 완료한 중국에 대한 관세전쟁을 실행하는 날이었다. 따라서 4차 방북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본격적 논의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 애초에 판문점에서 실무 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알았으나, 북측이 비건을 평양으로 초대하였다.

*** VOX.com, 2019년 2월 26일.(http://www.ifs.or.kr/bbs/board.php?bo_table=news_board&wr_id=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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