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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못 깨면 회사 문을 닫겠다

― 서울 독산동 신영프레시젼 투쟁

임성용

여성 친화 기업 회장님의 두 얼굴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신영프레시젼은 1993년에 설립된 금형 회사다. 1998년 모토로라사의 휴대폰 금형 제작과 사출성형으로 기반을 다지고 LG사의 우수 협력사로 선정되면서 급성장했다. 초정밀 금형부터 중소형 금형까지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여 금형 설계와 제품 사출, 코팅, 후가공, 조립에 이르기까지 일관 생산 능력을 가진, 동종 업계에서는 유명한 회사다.

회장 신창석은 전남 영암군 학산면 출신이며, 《학산서초등학교 카페》에 그의 행적과 선행이 상세히 나열되어 있다.

카페 글에 따르면, 신창석은 학산면 매월리 미교마을 출신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일찍 상경해 직장 생활을 하며 야간대학에 다닌다. 다우정밀을 공동으로 운영하다가 1993년 지금의 신영프레시젼의 모태인 신영정밀을 설립했다. 1995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창업 13년 만에 국내 휴대폰 케이스의 금형 및 사출로 연 매출액 2,000억 원에 이르는 데 성공한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중소기업인대회에서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카페 글은 신창석이 기업인으로 성공했을 뿐 아니라, 사회 공헌에서도 남다른 면을 보여 주고 있다고 칭찬한다. 독거노인, 소년 소녀 가장, 장애인, 편부·편모 자녀, 교회 등 여러 곳에 상당한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 공로로 ‘학산면민의 상’을 수상했고, 마을 사람들이 마을 입구에 공적비까지 세워 주었다고 한다.

노동조합의 확인에 따르면, 신창석은 가족이 다니는 반석교회, 회사가 위치한 금천구청, 성모재가노인복지회 등에 일 년에 수억의 기부금을 내고 있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2016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여성가족부장관으로부터 ‘여성 친화·가족 친화 인증’도 받았다. “일과 가정 양립, 가족 친화 직장 문화 조성,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 조성, 여성 인재 육성 등”이 표창의 주된 사유였다.

과연 이 많은 표창을 받을 만큼 신창석 회장은 사회 공헌에 기여하고 투철한 공공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이었을까?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였다. 신창석이야말로 자본가 개인의 인성과 자본가로서의 행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2015년 10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수급 사업자를 상대로 납품 단가를 후려친 신영에 대해 과징금 1억5천만 원을 부과한다. 이른바 갑질 횡포를 저지른 악덕 기업으로 신영이 등장한 것이다.

2019년 3월 29일 금천구청 앞에서 신영 노동자들의 금요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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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용
화물 운수 노동자, 시인. 시집으로 『하늘공장』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뜨거운 휴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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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운동은 정당하다, 저항하라!

원익선 원불교 교무, 원광대학교 정역원 연구교수

1. 우리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

봄이다. 신기하게도 그 메마른 가지에서 꽃이 피고 잎이 돋는다. 어떤 과학자도 그 메마른 가지 안에 꽃이 들어 있고 잎이 숨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꽃과 잎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세계를 창조한 조물주造物主밖에 없다.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物)을 만든(造) 조물주라고 한다. 그의 이름조차도 모른다. 하나님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이름이 아니다. 하나의 임이다. 우주 전체를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도 모르는 분을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우리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우리는 실존철학에서 말하듯이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다. 즉 우리가 목격하는 이 세계 내에 내던져진 존재다. 이 말은 그만큼 인간의 고독을 표현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말로 하자면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는 임대아파트에서 살다가 기간이 지나면 나가야 하는 것처럼, 이 지구 위에서 일정한 시간을 살다가 이 지구라는 방을 비워야 할 처지에 놓인 존재다. 넉넉잡아 2백 년 전에 살던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2백 년 뒤에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이 지구를 자기 혼자만의 방인 양 어지럽혀 놓고 사라진다. 청소는 후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처럼 자연의 신비나 우주의 주재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존재인 인간이 고작 백 년 안팎의 삶을 살면서 이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과학도 스쳐가는 한때의 진리일 뿐임에도 영원한 것처럼 숭배되고, 개인보다 센 자본과 국가의 힘에 의지해 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인 핵발전소다. 핵발전소를 양산하는 ‘핵 마피아’의 핵심 세력은 과학, 국가, 자본주의다. 이 셋이 자신의 무명無明(불교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자신의 본성과 존재 의미와 행위의 결과를 모르는 것)에 말려들어 인류의 미래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들 과학, 국가, 자본주의는 철두철미한 삼각동맹을 맺고 있다. 과학은 국가나 자본주의의 후원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 폭력을 독점한 국가는 과학과 자본주의에 내재된 맹목적 이성 및 탐욕과 제휴하며 공존하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이다. 자본주의는 과학과 국가를 전진기지로 삼아 세계 전체를 자신의 발아래 두고 있다. 신자유주의란 국가나 과학을 시녀로 두고 자본만의 완전한 자유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말한다.

핵발전소는 근본부터 이러한 과학, 국가, 자본주의의 불순한 동맹 하에 건설되었다. 이와 관련된 과학자, 공무원, 핵 산업계는 핵발전소가 전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주입시킴으로써 이와 관련된 숱한 문제점들을 은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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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 플랜트 노동자와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권준덕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울산지부 조합원

 

플랜트 건설 현장 (출처: 네이버 블로그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의 이야기》)

 

1970년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외침은 시간이 지나 2005년 내가 속해 있는 노동조합의 파업 구호가 되었다. 한때는 우리 조합 조끼 뒷면에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문구까지 있었다. 지금은 많이 개선돼 밥상을 펼쳐 놓고 밥 먹고 쉬는 시간에 편하게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울산지부에 소속된 조합원이다. 울산지부는 울산과 경남 일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도 플랜트 노동자들이 하는 일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는 이들을 종종 본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이 사회에 얼굴을 비춘 것이 지난 1989년 포항건설노조 창립 때이니 말이다. 포항을 시작으로 여수, 전남 동부, 울산, 충남에 조직된 지역노조들이 2007년 산별조직인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을 만들었고, 그 뒤 전북지부와 산별 전환에 실패했던 여수지부가 가입했고, 또 경인지부와 강원지부가 가입해 전국 8개 지부 10만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난 ‘충남지부 사태’로 충남지부는 현재 지역노조로 전환된 상태다. (‘플랜트노조 충남지부 사태’에 대해서는 본지 2018년 7∼8월호에 실린 「노동자에 의한 테러와 민중당」을 보라. ― 편집자)

공장을 만드는 노동자

우리가 하는 일은 공장과 산업 설비 등을 건설하고 유지, 보수하는 일이다. 이런 공장들이 집중된 곳인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우리 8개 지부가 있다고 봐도 좋다. 우리 플랜트 노동자의 삶은 지난 박정희 시절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시작될 때부터 시작한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에너지, S-Oil 등 중화학 공장을 만드는 일, 석유화학 공장에서 일시적으로 공장의 생산 설비를 멈추고 진행하는 일명 ‘셧다운shutdown’이라는 정기적인 보수 공사, 여름철 휴가에 맞춰 공장을 보수하는 ‘휴무 작업’ 등이 우리의 주된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어찌 보면 정규직이 일하지 않을 때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휴무 작업에 들어가면 여름휴가도 없고 설과 추석 때도 당일만 쉬고 일한다.

이런 공장과 생산 설비 등을 설치하고 정비하는 일에는 여러 가지 세부적인 직종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 산하에 지역별로 지부가 있고, 지부에는 직종별로 분회가 있다. 전기와 관련된 작업을 하는 계전분회, 펌프나 컨베이어 등 각종 기계 설비를 담당하는 기계분회, 현장 배관 및 모든 구조물에 페인트 작업을 하는 도장분회, 보온재와 함석을 이용해 높은 온도의 배관이나 열교환기를 보호하는 보온분회, 연료나 공정에 필요한 화학물질들을 파이프로 연결하는 배관분회, 중량물의 설치와 관련 작업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게 발판 등을 설치하는 비계분회, 주로 배관 파이프를 용접하는 용접분회, 화기 감시 등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 노동자들로 구성된 여성분회, 배관 파이프를 지지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제관분회, 각종 물질을 저장하는 탱크를 제작하는 탱크분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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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은 인간의 일자리 영역으로 남을까? 인공지능의 발전 현황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창조성은 동물과 인간의 경계다. 이제 인공지능(이하 ‘AI’) 시대에 창조성은 기계와 인간의 경계로 다뤄지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전자가 여전히 유지되는 경계라면, 후자는 논쟁적인 주제가 되었다. 이미 인간의 초보적인 창조성을 구현한 AI의 등장으로 창조성은 인간을 정의하는 고유한 기준으로서의 지위를 잃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철학적인 논쟁은 여전히 필요하고 진행형일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의 미래와 관련해 인간과 AI의 창조성의 질적 차이를 논하는 것은 실익이 없어 보인다.

여기서는 범용 AI 개발 경쟁으로 치닫는 AI의 발전사를 핵심 기술의 발달과 함께 짚어 보고, 범용 AI 개발이 일자리의 미래에 대해 갖는 함의를 간략하게 다루고자 한다.

기계 학습과 심층 학습

AI의 개발이 궤도에 오른 1950년대에 AI 개발 방법론은 크게 두 가지 길을 걷게 되었다. ‘규칙 기반(또는 상징적) AI’와 ‘확률·통계적 패턴 인식 기반 AI’가 그것이다. 전자를 성인이 규칙과 문법을 숙지하고 단어를 암기하는 방법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에 비유할 수 있다면, 후자는 어린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는 방식에 비유할 수 있다(Erik Brynjolfsson & Andrew McAfee, 2018).

기호를 처리하거나 인간의 논리적 사고를 재현하는 전자의 방법은 AI 개발 초창기에 주된 방법론이었다. 하지만 규칙 기반 접근법은 언어 인지, 번역, 이미지 분류 등의 영역에서 수십 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더뎠고, 결국 1980년대 말에 이르러 ‘AI 겨울’을 맞고 말았다. 이는 기계에 모든 규칙과 패턴을 입력하여 기계가 제대로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AI에 가구류의 이미지를 인식하는 규칙을 넣는다고 가정해 보자. 의자는 다리가 있지만 좌대에 붙어 있거나 아래를 천으로 감싸거나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경우는 예외라는 식의 모든 사항을 규칙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Brynjolfsson & McAfee, 2018). 번역을 예로 들면, 규칙 기반 접근은 프로그래머에게 엄청난 시간을 요구하고 그 효율성은 규칙과 단어 정의의 명확성에 크게 의존한다. 이것은 기계에 해당 언어의 모든 문법 규칙, 어휘, 숙어의 기원 등을 입력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단어는 사전적辭典的 정의로 축소될 수 없고 문법 규칙에는 수많은 예외가 존재한다(Brugel.org, 2017).

로봇공학에서 인간과 같은 신체 능력을 가진 로봇을 만들기가 극히 어려운 이유는 흔히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의 이름을 딴 “모라벡의 역설”로 설명되어 왔다. “지능 검사나 서양장기에서 어른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는 컴퓨터를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지각이나 이동 능력 면에서 한 살짜리 아기만 한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현재의 로봇은 모라벡의 역설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Brynjolfsson & McAfee, 2016)

로봇이 아이의 신체 능력처럼 쑥쑥 성장하는 것을 막았던 것이 모라벡의 역설이라면, 규칙 기반 AI의 실패를 불러온 것은 영국인 화학자이자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의 이름을 딴 “폴라니의 역설”이다. 사람이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은 쉽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폴라니는 이를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라는 말로 요약한다. 규칙 기반 AI는 인간의 ‘상식’적인 감각 기능이 해내는 일들을 기계에 규칙과 절차로 모두 입력할 수 없는 한계 앞에서 좌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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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에 부딪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 브렉시트의 원인, 쟁점, 향방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브렉시트Brexit.” 영국이 유럽연합European Union(이하 ‘EU’)에서 떠난다는 말이다. 브렉시트 시행일은 두 차례 연기된 끝에 2019년 10월 31일까지로 정해졌다. 영국은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2019년 3월 29일이 조약에 따른 탈퇴 시행일이었다. 하지만 영국과 EU 간의 탈퇴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세 차례나 부결되는 바람에 브렉시트 시행일이 연기되었다.

이제 영국은 10월 31일까지 EU와 다시 협상하여 새로운 탈퇴 합의안을 마련하여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합의 없는 브렉시트’, 곧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로 말미암아 영국과 EU의 관계가 단절되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

EU에서 탈퇴한다는 것은 경제 교류, 안보, 이민 등과 관련하여 EU차원의 규율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유럽 차원에서 단일 주권의 정치 공동체를 수립한다는 정치적 기획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화가 급진전되어 세계적인 차원에서 국경을 초월한 경제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민족국가의 틀을 뛰어넘는 정치 공동체를 실현한다는 대의로부터 이탈하겠다는 영국의 결정은 대세와 여망을 거스르는 돌출적인 행동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탈퇴 절차, 방식 그리고 이후의 새로운 관계를 둘러싸고 영국은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으며, 영국과 EU의 미래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영국은 왜 EU 탈퇴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는가? 영국 국민 과반수는 왜 EU 탈퇴를 찬성했는가? 탈퇴 결의에도 불구하고 왜 탈퇴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가? 향후 브렉시트 문제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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