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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일해도 가난한가?

-대선 직전 실시한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구교현 평등노동자회 사무국


1. 들어가며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한 상태에서 민간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하나둘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 비정규직노동자의 현실과 요구를 정확히 진단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평등노동자회는 대선 직전인 4월 한 달간 네 개 비정규직노동조합과 함께 비정규직노동자와 관련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아무리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 비정규직노동자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또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고 생활비를 낮추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스템은 생산 영역뿐만 아니라 재생산 영역에서도 노동자를 수탈한다. 생산 영역에서는 저임금과 불안정 일자리로, 재생산 영역에서는 주거비·부채를 비롯해 교육·의료·통신 등 사회서비스를 통해 광범위한 수탈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노동자들은 일정 정도 임금이 인상된다 하더라도 빈곤을 벗어나기 힘든 상태다.

불안정노동자들의 연대 운동을 구상하고 있는 평등노동자회는 재생산 영역에서 벌어지는 수탈에 저항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터의 문제는 제각각 사안이 다양하므로 웬만한 장기 투쟁을 벌이지 않고서는 연대 운동이 어렵다. 그러나 생활 이슈는 불안정노동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므로 연대의 가능성이 확장된다. 평등노동자회는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생활 문제 각각에 대해 보다 면밀히 조사하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

 

2. 조사 개요와 결과

이번 조사는 평등노동자회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조사 기간은 2017년 4월1일 ~ 4월 30일이며, 결과 정리에 약 3주가량이 소요되었다. 조사 대상은 수도권 지역 비정규직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희망연대노동조합) 조합원이며, 조사는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사업장마다 조사원들이 방문해 구조화된 설문지에 응답자가 직접 기입하는 방식을 취했다. 문항 수는 총 48문항이며 전체 응답자는 372명이었다. 조사 대상은 한국의 대표적인 비정규직 직종 중 임금, 성비, 연령 등을 고려해 평균 수준에 가까운 비정규직노동자들로 선정했다. 성비는 전체 비정규직노동자의 남녀 구성이 1 대 1.5인 것을 고려해 35 대 65로 구성했다. 연령은 전체 비정규직 중 비율이 높고 생활 문제에 민감한 40세 이상을 주로 선정했다(응답자 가운데 60세 이상 43.0%, 50~59세 23.4%, 40~49세 21.8%, 39세 이하 11.8%). 응답자의 업종별 분포는 아래의 <표 1>과 같다.

임금은 실수령액이 151만원으로 나타나 전체 비정규직의 평균임금 151만원(2016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비해 14만원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응답자들이 노조를 통해 4대보험을 쟁취하고 임금을 꾸준히 높여 왔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평균적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실태는 본 조사 결과보다 나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울러 한국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일해도 가난한 ‘워킹 푸어working poor’ 상태라는 것이 수치로 확인됐다.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 공적이전 소득 등을 합한 금액보다 기본 생활비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기본 생활비에는 문화·여가, 저축·보험, 교통비 및 기타 서비스 이용료 등은 포함하지 않아 이를 위해선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가족 전체를 합한 소득이 100일 때 기본 지출(의식주·공과금·교육비·의료비)은 103.85로 나타났다.

임금수준별로 나눠 보면, 임금이 가장 높은 직종의 응답자들은 소득 대비 소비지출이 91.12로 조사된 반면, 임금이 가장 낮은 직종의 응답자들은 소득 대비 소비지출이 119.5로 조사됐다. 이는 소득과 관계없이 필수적인 소비지출은 (아무리 저소득층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응답자의 10명 중 6~7명이 부채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금액은 평균 6천5백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주거 형태별로 보면, 자가 거주자의 60%, 전세 거주자의 73%가 부채가 있다고 응답했다. 부채의 주요 원인은 주택 마련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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