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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사람들이 읽은『자본』들

김태호 박종철출판사 대표

1867년에 나온『 자본』 제1권 독일어 초판의 표지. 출판 업자로 함부르크의 오토 마이스너와 함께 뉴욕의 L. W. 슈미트도 표시되어 있다.

올해는 칼 맑스Karl Marx(1818∼1883)의 『자본』이라는 책이 세상에 나온 지 150년 되는 해다.『자본.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Ökonomie』라는 시리즈의 첫 권(“자본의 생산과정”)은 “1867년 9월 14일” 자로 ‘오토 마이스너 출판사Verlag von Otto Meissner’에서 나왔다. 맑스보다 한 해 늦게 1819년에 태어난 칼 오토 마이스너는 혁명이 한창이던 1848년에 함부르크에서 출판사를 차렸고, 1866년에 맑스의 원고를 받아 출판을 준비했다. 초판은 1,000부를 찍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출판사는 지금도 건재하다. 1867년에 나온 『자본』 제1권은 그 뒤 저자 자신에 의해 한 번(1873년) 대대적으로 수정되었고, 프랑스어(1875년)로 번역되면서 저자에 의해 원고가 다시 검토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죽은 뒤에는 그의 동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1820∼1895)에 의해 두 번(1883년과 1886년) 보완되어 제4판까지 출판되었다. 제2권 (“자본의 순환 과정”)과 제3권 (“자본주 의적 생산의 총과정”)은 모두 맑스가 죽은 뒤에 엥겔스가 원고를 모아 출판했고, 제4권 (“잉여가치에 관한 이론들”)은 엥겔스도 죽은 후에 칼 카우츠키Karl Kautsky(1854∼1938)가 편집하여 처음으로 출판한 후 이후에 다른 사람들이 보완했다.

맑스가 언제 어떤 계기로 경제학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또한 연구 계획과 집필 및 발표 계획을 어떻게 바꾸어 왔는지 따위의 이야기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이 글은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이 읽은 맑스의 그 책들에 대한 소개다.

식민지 시대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후 해방을 맞을 때까지 맑스의 그 저작은 조선어 또는 한글로 번역되어 있지 않았다. 그 책의 저자 또는 편집자가 알려 준 바에 따르면, 독일어로 된 원저는 러시아어(1872 년), 프랑스어(1875년), 영어(1886년)로 번역되어 있었다. 식민지 시대 조선의 해방을 위해 싸우던 한반도 사람들이 이런 언어로 된 그 책을 읽었을까?

이병주(1921∼1992)가 1980년대에 완성한 대하소설 『지리산』의 시대적 배경은 식민지 시대 말기부터 한국전쟁까지다. 이 소설에는 보광당이라는 조직에서 권창혁이 이규에게 맑스의 『자본』을 원서로 읽히며 독일어를 가르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규가 프랑스와 일본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권창혁이라는 인물이 그럴 만큼 그 책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럴 만한 수준의 독일어 실력인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소설의 이야기일 뿐이다.

아마도 그 시절 이 땅의 사람들이 그 책을 읽었다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가 아니라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것을 읽었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맑스주의’의 깃발을 들고 혁명이 성공한 것은 1917 년이지만, 러시아어로 『자본』이 처음 번역된 것은 1872년이다. 맑스 도 1873년에 독일어 제2판 「후기」에 “『자본』의 우수한 러시아어판이 1872년 봄 뻬제르부르그에서 발간되었다”라고 썼다. 이 번역은 미하일 알렉싼드로비치 바꾸닌이 시작하였으나 결국 니꼴라이 다니엘슨이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 뒤 1907년에서 1909년에 걸쳐 스끄보르초르-스쩨빠노프와 블라지미르 바자로프가 번역하고 알렉싼드르 보그다노프가 감수한 러시아어판 『자본』이 출판되었으며, 이것이 혁명이 성공한 이후에도 가장 권위 있는 번역으로 인정되었다. (러시아어《위키피디아》 <자본론> 항목 해당 부분은 최문정 님이 번역해 주었다.)

추측컨대 동방노력자대학(모스크바공산대학)에 유학했던 조선인 혁명가들이 거기서 『자본』을 공부했다면 보그다노프가 감수한 책을 읽었겠으나, 그런 기록은 찾지 못했다. 이 분야 연구자들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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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유대인의 디오니소스였다

-『예수는 신화다』

 

김태호 박종철출판사 대표

 

그리스도교와 ‘예수 미스테리아’

그리스도교의 경전 『바이블』은 유대교 경전(“타나크”)을 신과 인간 사이의 “옛 계약”(구약舊約)으로 받아들여 앞에 놓고, 예수 출현 이후의 이야기를 “새로운 계약”(신약新約)이라 부르며 타나크와 한데 묶고 있다.

구약 내용 가운데 특징적인 상당 부분이 그보다 훨씬 앞선 수메르 문명이 남긴 기록에 이미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 유적 발굴로 확인된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이다. 신이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대홍수와 방주 이야기, 높은 탑을 건설하려는 시도와 그로 인해 언어가 갈리는 이야기 등이 그렇다. 오늘날 이라크 남부 지방인 옛 수메르 유적지에서 발견된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기록된 내용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길가메시 서사시”일 것이다. 구약의 상당 부분이 출처를 밝히지 않은 표절임은 증명된 사실, “팩드”다.

티모시 프리크/ 피터 갠디 지음, 승영조 옮김,
『예수는 신화다』, 미지북스, 2009년.
(Timothy Freke and Peter Gandy, The Jesus Mysteries,
HarperCollins Pyblishers, 1999.)

신약은 어떤가?

‘그리스도’라는 그리스어는 히브리어로 된 구약을 그리스어로 옮기면서(이른바 ‘70인 역’) ‘메시아’의 번역어로 등장했다. ‘(신에 의해 성스러운) 기름이 부어진 자’ (『바이블』의 표현을 따르면,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이며, 주로 왕이나 제사장이나 예언자를 가리켰다. 그러다가 신약에서는 ‘그리스도’ 또는 ‘메시아’가 요셉과 마리아 사이에 태어난 예수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되고, 그리스도교(기독교) 또는 예수교란 예수가 그리스도, 곧 하느님이 보낸 구세주임을 믿는 종교다. 가톨릭이든 프로테스탄트든.

신약의 주인공인 예수라는 인물이 실존했는지, 그가 정말 여러 복음서에 실려 있는 것처럼 말하고 살았는지, 그가 “그리스도”인지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이를 주제로 삼은 소설도 많다. 비교적 최근의 것으로는 인간 예수를 로마의 폭정에 맞선 혁명가로 묘사하는 『젤롯』이 있다. (보통 ‘열심당’으로 번역하는 ‘젤롯’은 단검을 몸에 감추고 다니며 로마 지배에 맞서 암살과 테러도 마다하지 않던 유대 민족주의 결사의 이름이며, 한때 한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프로토스의 ‘질럿’은 이를 모델로 한 것이다.) 또한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릴 당시 유대 총독이었던 빌라도의 눈으로 예수의 생을 묘사하며 신약의 다른 복음서와 같은 형식을 취한 『빌라도 복음서』도 있다.

여기서 다루는 책 『예수는 신화다』는 소설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수많은’ 문헌을 검토한 오랜 연구의 결과다. 두툼한 이 책의 결론은 매우 간단하다.

예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실존한 메시아의 전기가 아니라 이교도의 여러 유서 깊은 이야기를 토대로 한 하나의 신화라고 우리는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스도교는 새롭고 유일무이한 계시종교였던 것이 아니라 실은 고대 이교도의 미스테리아 신앙을 유대인 방식으로 각색한 것이었다. (10∼11쪽)

“이교도”란 그리스도교 이외의 종교를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예수 시대의 이교도는 주로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을 숭배하는 집단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올림피아에서 제우스를 숭배하며 거행한 축제가 이교도의 종교의식 또는 “공개적인 미스테리아”라 하겠다.

한마디로, 그리스도교 출현 즈음에 지역과 민족마다 존재하던 “이교도의 여러 유서 깊은 이야기”의 유대인 판본이 “예수 이야기”라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두 저자는 이를 “예수 미스테리아 명제”라 부른다. 이 책의 원제는 “The Jesus Mysteri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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