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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기본소득 실현

서정희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

 

1.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기본소득 실현의 가능성 및 바람직성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기본소득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고유한 의제를 주장하고 실현하려는 사회운동이 선거에 대응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개혁적인 방식’으로 어떤 의제나 정책을 실현하려 할 때 이것이 신생 정당을 포함하여 기성 정당과 정치인의 비전으로 포함되어야 하는데, 선거는 이런 과정이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집중적인 계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상적인 절차 속에서 대중의 정치적 관심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

선거라는 국면에서 기본소득운동 세력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특히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자치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기본소득 제도를 지방 단위에서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기본소득 제도를 어떻게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가능한지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요구된다.

먼저, 전자의 문제를 살펴보자. 현재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핀란드를 제외하면 기본소득 실험은 전국 단위보다 지방정부 단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 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주, 나미비아의 오티베로-오미타라Otivero-Omitara 마을, 인도의 마디야 프라데시Madhya Pradesh 주, Y 컴비네이터의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등이 그러한 예다. ***

전국 단위에서 전면적인 사회보장 체계의 개편을 동반한 것이 아닌 지방정부 단위에서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간 주도의 기본소득 실험이 지역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이유는 예산상의 제약이라는 한계로 인해 소규모로 실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이 아닌 실험에서 공공부문 역시 지방정부 단위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예산상의 제약보다는 오히려 기본소득 제도가 가지고 있는 혁명적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발달된 복지국가도 모든 시민에게 무조건적인 현금 급여를 시행한 역사적 경험이 없고, 이를 전면에 내세운 적도 없다. 또한 전국 단위에서의 기본소득 실현은 기존 복지국가의 기반이었던 유급노동 중심성 테제를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격렬한 정치적 반대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보다 작은 단위에서 선도적으로 실행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동안에도 전면적인 개편을 수반하며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몇 개 지역에서 ‘시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그 시범 사업의 결과를 평가한 후 전국 단위로 확장해서 복지제도를 시행한 역사가 있다. 그러므로 지방 단위에서의 기본소득 실험이나 시행은 그간의 시범 사업에 상응하는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이기 때문에 전국 단위에서의 기본소득 시행보다는 현실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정치적 주체라는 측면에서도 전국 단위에서의 기본소득 시행보다 지방 단위의 정치적 주체가 기본소득 시행을 주도하기에 보다 수월할것으로 예상된다.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 대선 후보 및 경기도지사 후보까지 갈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선도적인 사회정책 아젠다인 청년배당을 자신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전환하여 정치상품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청년배당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와의 마찰을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적 소신을 확고하게 밀어붙였고, 이는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선호로 이어졌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지사 캐슬린 윈Kathleen O. Wynne의 경우, 재선 이후 기본소득 실험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유지되고 있다. 2018년 연말에 진행될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까지 자유당의 지지율은 보수당에 비해 높아 자유당이 온타리오 주정부 선거에서 다수당이 될 경우 캐슬린 윈의 도지사 3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점을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한다면 후보들은 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변혁적인 대안이자 참신한 공약으로 기본소득 시행을 부각시킴으로써 구태의연한 사회복지 공약을 제시하는 타 후보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바람직성이라는 측면에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지방정부 단위에서의 기본소득 시행은 전국적인 기본소득 시행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전략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지방의회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사회복지정책을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빚어가면서 조례를 제정하여 제도를 시행하고 결국 그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사례들이 존재한다. 1996년 광주광역시 동구의회의 「저소득주민생계보호지원조례안」이나 2006년 강원도 정선군의회의 「정선군 세자녀이상세대양육비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지방의회가 국가 단위의 복지정책 이상으로 복지 급여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려고 할 때 지방자치단체장과 중앙정부는 지속적으로 반대를 제기해 왔다. 이러한 시도들은 대법원 소송까지 진행되었으나, 대법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주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조례안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하였고,***** 이러한 조례안의 내용은 다른 지역의 조례제정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가 단위의 정책에 반영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점을 상기한다면 기본소득 조례를 통한 지방정부 단위에서의 선도적인 정책 시행 전략은 기본소득을 국가 단위의 정책으로 확산시키는 데 고려해 봄직한 주요한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

* 안효상,「지방선거에 대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방침을 정하는 것에 대하여」,『2018년 지역네트워크 워크숍 토론 자료』, 2018년 2월 23일.

** 두 번째 요소인 대중의 정치적 관심은 최근 60년 만에 찾아온 남북관계 개선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 의제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의제도 대중의 정치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국면을 기본소득 의제를 확산시키는 계기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선거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선거를 이번만 하고 말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방선거 국면에서 기본소득 실현에 대한 검토는 여전히 유효한 의제라 판단된다.

*** 나미비아의 오티베로-오미타라 마을, 인도의 마디야 프라데시 주에서의 기본소득 실험은 민간 재원을 활용하여 한시적으로 시행되었고, 현재 종결되었다.

**** 서정희·김교성,「기본소득 지방선거 공약(안)」,『2018년 지역네트워크 후속워크숍 자료』, 2018년 4월 22일.

***** 광주광역시 동구의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1997년 4월 25일에 선고한 96추244 판결을 참조하고, 강원도 정선군의 ‘지방의회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2006년 10월 12일에 선고한 2006추38 판결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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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기본소득: 좌파의 주장인가 우파의 주장인가?*

다니엘 라벤토스Daniel Raventós, 줄리 와크Julie Wark / 번역 박선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사무국장

[다니엘 라벤토스 / 사진-정치경제연구소 대안]

* 이 글은 『카운터펀치 CounterPunch』의 웹사이트에 2018년 4월 6일 자로 기고된 “Universal Basic Income: Left or Right?”을 번역한 것이다. https://www.counterpunch.org/2018/04/06/universal-basic-income-left-or-right/. 필자들은 2018년에 기본소득을 옹호하며 낸 책 “Against Charity(CounterPunch, 2018)”의 공저자다.

보편적 기본소득, 즉 모든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조건 없이 지급하는 현금이 사회계, 정계, 학계에서, 그리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점점 더 토론거리가 되고 있다. 오른쪽에서도 왼쪽에서도 기본소득을 옹호하고 있다. 그런데 기본소득을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 끝에서 밀고 있다면, 그 비밀은 무엇일까? 아주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어서 정치적 양 극단 사이의 모든 차이를 없앤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기본소득이 그렇게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에게서 환호를 받는다는 사실은 진지한 논쟁을 애매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을 완전히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좌파 측을 보자면, 자신은 안 속는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이 기본소득 완전 반대라는 자동 반응을 보인다. 기본소득을 그저 우파의 속임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를 들면,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과두제 지배층의 ‘기본소득 보장’ 신용 사기The Oligarchs’ ‘Guaranteed Basic Income’ Scam」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과두제 지배층은 구조 변화를 제안하지 않는다. 기업과 시장이 규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노동조합을 지지하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에서 빚에 몰려 강제로 일해야 하는 노동자나 미국의 창고와 배송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배달 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한다. 무상 대학 교육, 정부의 보편적 의료나 적절한 연금 등을 수립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렇기는커녕, 최저 생존 임금을 버는, 마음대로 고용되고 해고될 수 있는 절망적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착취하는 메커니즘을 추구한다. 기본소득 보장을 요청하는 것은 칼 맑스와 안토니오 그람시가 이해한 바의 고전적 사례다. 즉, 자본가들은 잉여의 자본과 노동이 있으면 그 잉여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사회의 관습을 변경하는 대중문화와 이념을 이용하는데, 지금의 경우에는 신자유주의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Against Charity(CounterPunch, 2018)”

그의 말이 딱 맞다. 그러나 과두제 지배층의 사악한 방법들을 밝혀낸다고 해서 조건 없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좌파의 주장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닌 것 같다. 이제까지 봤을 때, 보편적 기본소득이 모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즉 물질적 생존권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으로 제기되는 유일한 정책이라는 주장 말이다. 게다가 기본소득은 보편적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과두제 지배층에 맞선 투쟁에서 사회 취약층의 힘을 강력하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다.

존경받는 맑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다른 견해를 살펴보자. 논지를 모두 다 담도록 좀 길게 인용할 것이다.

그런데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면 뭘 해야 할까? 일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로봇세”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걸로 할 수 있는 건 자동화 속도를 늦추는 게 전부다. 고역을 줄이는 진보적 변화는 결코 아닌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UBI이라는 아이디어가 경제학자들을 계속 끌어당기고 있는데, 좌파와 주류 모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나는 이전에 보편적 기본소득의 장점과 단점을 논의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무상의 의료와 교육, 괜찮은 수준의 연금 등을 제공하던 “복지국가”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한다는 식으로 많은 신자유주의 경제 전략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보편적 기본소득은 노동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낮추기 위해 제안되고 있다. 괜찮은 수준의 기본소득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자본주의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보편적 기본소득이 설령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의해 쟁취된다고 해도, 여전히 누가 로봇과 생산수단 일반을 소유하느냐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더 흥미진진한 대안은 보편적 기본서비스라는 아이디어다. 사용 시점에 무료인 공공 재화와 서비스라고 일컬어지는 것 말이다. 극도로 풍요로운 사회는 정의상 우리의 욕구가 고역과 착취 없이 충족되는 곳, 즉 사회주의사회다. 그러나 그런 사회로의 이행은 사회적 필요노동을 교육, 의료, 주거, 교통 같은 기본적인 사회적 욕구와 기본적 식품 및 설비의 생산에 돌리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로버츠의 글은 기본소득 논쟁의 몇몇 주요 측면의 핵심에 이르는 훌륭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1) 기본소득은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좌파의 제안과 우파의 제안 사이의 차이는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를 물어보면 쉽게 확인된다. 좌파의 제안은 누진세 개혁을 필요로 하는데, 이 누진세 개혁은 가장 부유한 시민들에게서 사회의 나머지로의 중대한 재분배를 야기한다. 그래서 우리 책 『자선에 반대하여』의 마지막 장에서는 광범한 연구의 결과인 재원 마련 안을 상세히 밝혔고, 거기서 우리는 우리 판본의 기본소득으로는 가장 부유한 20%가 손해를 보고 나머지 80%는 이득을 본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것은 소득재분배를 의미하며, 지니계수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곳(약0.25)이 될 소득재분배다.

2) 복지국가 해체를 고려하는 기본소득은 모두 우파 술책이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 사실, 그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음의 소득세NIT’를 지지했는데, 음의 소득세는 몇 가지 점에서는 기본소득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들에서는 기본소득과 많이 다르다 ― 과 더 최근의 우파 경제학자들이 표면상 기본소득 지지자라는 사실로 인해, 기본소득을 좌파적으로 비판하는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고 있다. 프리드먼은 미국에서 공공 사회서비스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 NIT를 미끼로 쓰고 싶었지만, 이런 점으로부터 모든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복지를 없애고 싶어 한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너무 환원주의적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기본소득은 더 많은 사회서비스, 더 좋은 서비스를 수반할 수 있고 수반해야 한다. 1986년에 만들어져서 현재 모든 대륙에 가입네트워크들을 두고 있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는 2016년 서울에서 열린 BIEN 총회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금액과 빈도가 안정적인, 그리고 다른 사회서비스들과 어우러져서 물질적 빈곤을 제거하고 모든 개인의 사회적 문화적 참여가 가능하게 하는 정책 전략이 되는 충분히 높은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것에 동의했다. 우리는 사회서비스들과 수급권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취약하거나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상황을 악화시킨다면, 사회서비스들과 수급권을 대체하는 것에 반대한다.

3) 좌파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이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키울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다국적기업과 노동자가 계약을 맺을 때 양자가 법률상 “동등한 자”로 비교되는, 제도적으로 너무 비대칭적인 노동관계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더 취약한 측의 위상을 개선시키는지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노동자들이 최소한 빈곤선 이상의 소득을 의지할 소득으로 갖게 될 것이니 말이다.

4) 많은 페미니스트가 반복해서 지적하듯이, 매 맞는 여성의 다수가 자신을 학대하는 파트너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자신들이 독립적으로 생계비를 벌거나 생존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학대당하는 여성들 가운데 꽤 높은 비율이 폭력적인 파트너에게 물질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래서 기본소득은 그런 여성들에게 긴급하게 필요한 물질적 독립성을 제공할 것이다.

5) 기본소득은 정치경제 영역의 조치이지만 “정치경제” 자체는 아니다. 좌파 기본소득 안과 우파 기본소득 안의 차이는 정치경제 영역에서 강력히 촉구하는 조치들의 수와 유형을 보면 명백해진다. 예를 들면, 나머지 인구에게 기본소득을 효과 있게 지급하기 위해 부유층에게 세금을 걷는 것은 과두제가 퍼뜨리는 조치들과 엄청나게 다를 것이다. 이 과두제는 미국의 세 인물 ― 제프 베조스Jeff Bezos, 빌 게이츠Bill Gates, 워런 버핏Warren Buffet ― 이 2017년에 그 나라 하위 50% 전체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한 것 같은 극단적 상황을 만들었다. 분명, 이 차이만으로도 기본소득은 오직 한 가지 종류만 있다는, 그것도 나쁜 종류만 있다는 관념을 떨쳐버리기 충분할 것이다.

6) 조건부 복지 급여들은 많은 행정비와 수급자 낙인을 필요로 하고 더 심각하게는 빈곤의 덫을 야기하고 영속화한다. 이런 조건부 급여들과는 달리,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그 본성상 관료제와 기관들의 감시를 제거함으로써 이런 위험들을 피하게 된다는 점이 분명하다. 더 중요하게는, 기본 개념들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조건부 급여들은 문제 있는 사람들, “루저,” “실패자”를 위한 것이다. 일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일을 구할 수 없는 사람, 사는 데 충분한 돈을 벌 수 없는 사람, 벌어들이는 소득, 능력, 인지 기술, 정신적 육체적 건강 등등과 관련해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 따위를 위한 것이다. 빈곤은 개인적 일탈로 평가된다. 규범은 일자리를 갖는 것, 꽤 괜찮은 생계비를 버는 것이다. 급증하는 노동빈곤층이 증명하듯, 일자리를 갖는 것이 빈곤에 대비하는 보증책이 아닌 오늘의 현실에서 이런 규범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대한 좌파의 관념에서는, 자유, 정의, 평등, 인간 존엄 등은 내재하는 원리들inherent principles이며,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그저 시민 또는 등록된 주민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개인의 물질적 존재를 자동으로 보장하게 된다. 이 점이 확실해진다면, 다른 세부 사항들은 논의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제1의 목표는 모든 권리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생존권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기본소득의 좌파 판본과 우파 판본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물론, 그 밖의 점들도 있지만, 이 여섯 가지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들이다. 밀턴 프리드먼,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 지지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나쁜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것은 (이라크 어린이 50만 명이 미국의 이라크 제재로 죽게 된 것에 대해 “그 희생은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한)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가 인권 증진을 주장하기 때문에 인권은 나쁘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혁명적인가? 그렇지 않다. 임금 인상, 노조 힘의 증가, 관대한 공공 의료·교육·주거 시스템을 가져다주지도 않고, 책임 있는 윤리적인 정부를 가져다주지도 않고, 또 그 밖의 것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자본주의는 괜찮은 사회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중대한 문제이고, 기본소득은 고전적 의미에서 “개량적”이다. 그러나, 잠깐만, 바로 지금 자본주의 시스템을 확실히 뒤집을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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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운동의 지역 확대 흐름과 2017년 알래스카 설문조사 결과

박선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사무국장

이번 호에서 소개할 기본소득 관련 소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간단하게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소개할 것이고, 주로는 지난 2017년 3월에 실시된 미국 알래스카 주민 설문결과를 살펴볼 것이다.

1. 전남네트워크와 대구네트워크가 만들어지다

지난 2017년 9월 9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회에서 기본소득전남네트워크와 기본소득대구네트워크가 승인되었다. 이로써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지역네트워크는 여섯 곳이 되었다. 대전과 인천 두 곳이 있었을 뿐이었다가, 올해 들어서 전북과 부산에 만들어졌고, 이번에 또 전남과 대구에서 새로운 지역네트워크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최근의 확대의 흐름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이 같은 지역네트워크의 출범과 활동은 다양한 (정치적) 색깔의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기본소득운동을 펼치려는 시도다. 어떤 지역네트워크는 교회와 정당의 만남이라는 특징을 보였고, 몇몇 지역네트워크는 기본소득 지지를 표방하고 있는 노동당과 녹색당 등의 당원들이 기본소득으로 뜻을 모아 만들었다.
또한 최근의 지역적 확대에는 현재 진행 중인 기본소득 개헌운동이 다소간의 구심력 역할을 하고 있다. 온국민기본소득운동본부의 기본소득 개헌 캠페인이 전국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을 하나둘씩 모이게 하고 있고, 지역마다 기본소득을 위한 공동 행동의 싹을 틔우고 있다.

2. 2017년 알래스카 설문조사 결과: 알래스카 주민들의 극적인 인식 변화가 보이다

2017년 3월 22일부터 4월 2일까지 알래스카 주민들을 정확하게 대표하는 유권자 1,004명에게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나왔다. 하스태드전략연구소Harstad Strategic Research에서 실시한 이 조사는 알래스카 영구기금배당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특히 1984년과 2008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와 비교해 보면 아주 극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하의 내용은 하스태드전략연구소가 ‘경제적 보장 프로젝트The Economic Security Project’에 보낸 결과 분석서(https:// www.scribd.com/document/352375988/ESP-Alaska-PFD-Phone-SurveyExecutive-Summary-Spring-2017)를 요약한 것이다.

알래스카영구기금배당은 여성 취약층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알래스카영구기금배당은 연 1회 지급되었고 2천달러(약 230만원) 수준이었다. 가구원이 3명 이상(47%)인 경우와 2명(34%)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따라서 연 배당금은 가구당 4천달러 또는 6천달러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 5년간 이 정도의 영구기금배당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는지를 묻자, 무려 40%가 “아주 많이” 또는 “상당히” 삶이 바뀌었다고 대답했고,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20%였다. 변화는 특히 여성 취약층에서 컸다. 조사 결과,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여성, 비혼 여성, 어린 자녀에 함께 사는 여성 가구소득이 5만달러 미만인 여성, 알래스카 선주민 여성 등의 경우, 영구기금배당 덕분에 자신의 삶이 “아주 많이” 또는 “상당히” 바뀌었다는 응답이 50% 이상이었다.

영구기금배당은 알래스카에 매우 건설적인 영향을 주었다

11개 항목을 제시하고 배당이 그 항목 각각에 이로웠는지 해로웠는지를 물었는데, 주민들은 그중 9개 요소에 배당이 분명히 건설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3분의 2 이상의 주민들이 “미개간지 주민의 생활 조건”, “알래스카 주의 경제”, “삶의 질”, “알래스카 선주민들의 상태”, “대학 등록금을 위한 저축”, “가구 예산”, “알래스카 주의 빈곤 수준” 등 7개 요소에 도움을 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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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전 세계“ 기본소득 실험들”

박선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사무국장

 

작년부터 국내외의 여러 매스미디어에서 다양한 “기본소득 실험”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 소식들은 기본소득이 바로 지금 세계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그 실험들 각각의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모두의 토론 주제가 될 만한 문제들을 끌어내는 것이 이번 글의 목적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기본소득 실험들”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웹사이트basicincome.org의 ‘기본소득 뉴스Basic Income News’ 코너에 실린 케이트 맥팔런드Kate McFarland의 2017년 5월 15일자 글「지금 진행되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들(과 기본소득 실험이라 불리는 것들): 개괄Current Basic Income Experiments (and those so called): An Overview)」을 발췌한 것이다. 따라서 성남시 청년배당을 비롯한 국내 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에는 다루지 않는다.

 

1.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2017년, 핀란드 중앙정부는 기본소득이 노동시장 참여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서 켈라Kela(핀란드 사회보장보험공단)에서 설계하고 총괄하는 2년짜리 실험을 시작했다. 실험 집단은 2천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2016년 11월에 켈라에서 실업수당을 받은 25~58세의 개인들(전국적으로 약 17만5천 명) 중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사람들이다. 선택된 사람들은 기본소득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참가자 2천 명은 매달 560유로(약 590US달러)를 조건 없이 지급받고 있다. 핀란드의 현행 실업부조 프로그램들과 달리, 이 시범 시행프로그램은 수급자들에게 구직 활동 중임을 증명하거나 제안된 일자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560유로 전액을 계속 받게 된다. 따라서 모든 핀란드인들을 대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표본이지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이라는 점은 기본소득의 정의에 맞는 특징이다. 비록 살아가는 데 충분한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말이다.

실험은 2017년 1월 1일에 공식 개시됐고 1월 9일에 첫 지급금을 배부했으며, 2018년 12월 31일까지 계속될 것이다.

켈라는 실험 집단의 결과를 통제 집단의 결과와 비교할 것인데, 이 통제 집단은 모집단(2016년 11월에 켈라에서 실업수당을 받은25~58세의 개인들)의 나머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 분석의 초점은 노동시장 참여에 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 사이의 고용률 차이를 분석한다. 최근 설명에 따르면, 약물 치료 지출, 의료서비스 이용, 소득 변화에 대해서도 추적 관찰할 것이라고 한다.

관찰자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 켈라는 실험 기간 동안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고, 2018년 말에 실험이 끝나기 전에 어떠한 결과물도 내지 않을 것이다.

 

2. 기브다이렉틀리의 케냐 기본소득 실험

미국에 기반을 둔 자선단체인 기브다이렉틀리GiveDirectly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케냐의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조건없이 현금을 이전하는 것이며 최종적으로 마을 200곳 주민들(다 합치면 약 26,000명)에게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게 될 것이다.

실험은 2016년 10월에 한 마을에서 시작되었는데, 현재 그 마을의 주민 95명 모두가 매달 약 23US달러(21유로)의 현금을 조건 없이 받고 있다. 이 금액은 케냐 농촌 지역 평균소득의 대략 절반에 해당한다. 이 현금 지급은 이 마을에서 12년 동안 계속 이뤄질 것이다. 현재는 이 최초의 “시험 마을test village”만 기본소득을 받고 있다. 기브다이렉틀리의 목표는 2017년 9월에 완전한 실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완전한 연구에서는 마을 300곳이 네 집단 중 한 집단으로 무작위 배정될 것이다. 네 집단이란 모든 주민이 조건 없이 현금을 받는 일정 방식의 실험 집단 세 개와 주민 중 누구도 현금을 받지 않는 통제 집단한 마을이다.

첫 번째 실험 집단에는 마을 40곳이 속하게 될 것인데, 그 마을 주민들은 (최초의 실험 집단에서처럼) 12년 동안 매달 약 23US달러의 현금을 받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실험 집단에는 마을 80곳이 속하게 되고, 주민들은 매달 첫 번째 집단과 같은 액수의 현금을 받게 되지만, 2년 동안만 받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실험 집단 또한 마을 80곳이 속하게 되는데, 주민들은 2년 동안의 기본소득과 똑같은 액수를 한꺼번에 받게 될 것이다.

기브다이렉틀리가 자체 웹사이트에서 설명하듯,“ 첫 번째 마을 집단과 두 번째 마을 집단을 비교하는 것은 미래의 지급에 대한 보증이 오늘의 결과들(예를 들면, 창업 같은 모험을 하는 것)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밝혀 줄 것이다. 두 번째 집단과 세 번째 집단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주어진 액수의 돈을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 그 돈의 효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단체는 또한 “경제적 상태(소득, 자산, 생활수준), 시간 사용(노동, 교육, 여가, 공동체 참여), 위험 감수(이주, 창업), 젠더 관계(특히 여성 역량 강화), 삶에 대한 포부와 전망” 등에 관한 결과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기브다이렉틀리는 자료(예를 들면, 이 첫 시범 시행 참가자들의 첫 설문조사에 대한 반응들)를 모으면 대다수를 공개하고 있고, 일이년 후에 첫 실험 결과들을 책으로 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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